<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돌아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김상동)는 지난 22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징역 1년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날 신동빈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어느 기업보다 깨끗하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선처를 구했고, 재판부는 그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줬다. 이에 따라 지난 10월 출범한 ‘뉴롯데’ 지주사 전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 숨 돌린 롯데  “사랑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
檢, 항소 검토…日경영권 위한 주주 설득·해명 ‘과제’


롯데그룹은 창사 후 첫 총수 부재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다. 이에 따라 공격적인 해외사업, 지배구조 개선 등 기존에 추진하던 ‘뉴롯데’로의 전환 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해외 투자로 파란불, 지주사 체제 전환 탄력

신동빈 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는 해외 신시장 개척도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해외에서 11조6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 중 절반 이상인 5조9870억 원을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미얀마 등 동남아 시장에서 거뒀다. 롯데가 동남아시장에서 선전할 수 있었던 데는 신 회장의 현지 인맥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롯데그룹이 추진 중인 굵직한 해외 사업 규모만 해도 100억 달러(약 10조8000억 원)가 넘는다. 롯데그룹은 인도네시아에서 총 40억달러(약 4조3000억 원)규모의 나프타 분해 설비 증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베트남 호치민 ‘에코 스마트 시티’사업 등에는 20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동인도와 미얀마 식품 부문 인수합병(M&A)에 2억50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지배구조를 위한 계열사의 지주사 편입 작업도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주사 체제 전환에서 신 회장의 부재는 치명적이지만 집유를 받은 만큼 한결 빠른 판단과 결정이 가능하게 됐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10월 12일 지주회사를 공식 출범시키면서 50개의 순환출자고리를 13개로 줄였다.

현재까지도 한국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롯데는 여전히 일본과 연결돼 있다. 중간 지주사 격인 호텔롯데의 지분 99%를 일본 롯데홀딩스와 광윤사 등 일본롯데 기업들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호텔롯데가 상장되면 일본 측 지분을 확 떨어뜨려 한일 연결고리를 끊어낼 수 있지만 계속 연기되고 있다. 지주사 전환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반쪽 지주사’ 체제에 머무르고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겨우 가라앉은 경영권 분쟁의 서막이 다시 떠오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돌았지만 이마저도 당분간은 수면 아래로 내려 갈 것으로 보인다.

해결해야 할 문제 남아 있어

신동빈 회장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는 남아 있다. 우선 실추된 기업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롯데에 대한 반일감정이 남아있고 일본에서는 배임에 대한 불편한 시선이 존재하는 만큼 빠른 시일내로 이 모든 걸 해결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가 인정된 만큼 일본 롯데의 경영권은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롯데그룹 경영비리 혐의’에 대한 짐은 덜었지만, 아직 국정농단 관련 판결이 남아 있다. 앞서 박영수 특검은 지난 14일 K스포츠재단을 통한 뇌물공여 혐의로 신동빈 회장에게 징역 4년과 추징금 70억 원을 구형한 바 있다.

당시 특검은 “재계 5위 기업이자 국내외 직원 18만 명을 둔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권 강화를 위해 면세점 특허 재취득이 필요한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로비했다”며 “그룹 오너가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 롯데칠성 등의 자금으로 개인적인 이익을 도모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신 회장 측은 “억울함이 없도록 깊이 살펴달라”고 요청했다. 만약 재판부가 뇌물공여 혐의를 인정하면 롯데는 월드타워점 특허를 다시 반납해야 할 처지다. 또 신동빈 회장의 앞날에도 먹구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이날 신동빈 회장과 함께 기소돼 재판을 받은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법원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고령인 신 총괄회장의 건강 문제를 이유로 구속하지 않았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장녀 신영자(75)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게는 징역 2년,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57)씨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계열사들을 총수 일가 사유물로 여긴 채 합리적 의사결정 없이 독단적으로 사익 추구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며 “회사를 위해 일한 임직원에게 자괴감과 박탈감을 줘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날 재판부는 신 총괄회장 등의 주요 혐의 중 ‘영화관 매점 사업 몰아주기’를 업무상 배임으로 인정했지만 신 전 부회장에 대한 ‘공짜 급여’ 등 대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검찰은 “롯데 비리 사건에서 유죄가 상당 부분 선고됐지만, 일부 범죄사실은 무죄가 선고됐다”며 “무죄 부분은 법리 등을 집중 분석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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