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한 중국 NO’ 韓 기업들, 제2시장 공략 나섰다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한국기업들의 동남아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롯데를 필두로 국내 기업들이 앞 다퉈 현지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기업들의 이 같은 행보는 사드 보복의 여파로 한국 시장에 불어온 중국 발 쇼크의 영향이 컸다. 중국 의존도를 벗어나 제2시장을 찾아야 한다는 각성이 일기 시작한 것. 이에 더해 정부가 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의 교역 규모 대폭 확대를 발표하고, K-문화의 여파로 동남아시아에서 한국 기업이 긍정적 이미지를 형성한 점은 호재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베트남·인도네시아·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포스트 차이나’로 거론되고 있다.
 
접근성·성장률·인구 등 강점 ‘기회의 땅’ 부상
유통·관광·제조·금융 등 업계 막론 동남아 진출

 
‘중국 발 쇼크’에 뒷걸음치던 한국 기업들이 동남아 시장을 만났다. 동남아시아는 인근 국가 간 접근성이 뛰어난 지리적 여건뿐 아니라, 시장 성장률이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 사이에 ‘기회의 땅’으로 일컬어진다.

이러한 움직임은 앞서 사드 보복으로 인한 ‘중국발 쇼크’가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 및 기업들이 특정국에 대한 전적인 의존도에서 벗어나 제2시장 개척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한 것이다.

이에 더해 동남아 국가와 교역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순풍에 돛을 달았다. 정부는 지난 11월 9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의 교역규모를 2000억 달러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현재 우리의 교역대상 1위 국가인 중국(2100억 달러)에 대한 무역 의존도를 줄이면서 시장 다변화를 꾀하겠다는 뜻으로, 기업들의 동남아 진출이 한결 수월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측이다. 또한 한류의 여파로 동남아시아에서 한국 기업의 이미지가 긍정적이라는 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어 시장을 추동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2020년까지 아세안과의 교역규모를 2000억 달러로 확대한다고 발표함에 따라 기업들이 동남아 진출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한편, 인접 국가로도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며 “동남아는 중국에 이어 향후 수출 규모가 큰 시장 중 하나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롯데 계열사 총동원 전방위적 시장 공략

동남아에 가장 공들이는 기업은 롯데다. 중국이 사드 보복을 ‘롯데 보복’으로 선회하며, 단체 관광 패키지에서 롯데면세점·롯데호텔 등 롯데 관련 상품은 금지한다고 밝혀 피해가 막심했기 때문. 급기야 롯데는 중국 내 롯데마트 매장 철수를 결행했다.

롯데는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유통계열사를 중심으로 계열사를 총동원해 동남아 시장을 공략 중이다. 현재까지 백화점, 마트, 호텔, 시네마 등 10여 개 계열사가 진출했다.
특히 베트남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가장 눈독들이고 있는 시장으로 알려진다. 신 회장은 검찰수사로 정신없던 올해 7월에도 베트남 하노이와 호치민을 방문해 각 지자체 인민위원장과 면담할 정도로 베트남 시장에 열정을 쏟고 있다.

먼저 롯데는 주력 사업인 유통을 앞세웠다. 롯데는 하노이시 떠이호구 신도시 상업지구에 3300억 원 투자규모의 복합쇼핑몰 ‘롯데몰 하노이’를 건설한다. 전체 면적은 20만여㎡, 영업면적 7만3000여㎡로, 백화점·마트·시네마 등이 들어설 계획이다. 2020년 완공 예정. 아울러 롯데면세점은 나트랑 및 다낭 시내 면세점도 추진하는 한편, 하노이·호치민 등 베트남 주요 도시에 추가 출점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롯데는 지난 9월 28일 베트남 5위권 은행인 테크콤뱅크의 자회사 테크콤파이낸스 100% 지분 인수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베트남 전체 인구 9600만 명 중 신용카드 소지자는 300만 명 수준이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밖에 롯데케미칼도 지난 2010년 말레이시아 대형 석유화학기업인 타이탄(Titan Chemicals)을 인수하면서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동남아시아 국가는 인구 규모뿐 아니라 경제지표나 산업 활동으로 봤을 때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어 상당히 매력적인 시장이다.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싱가포르 등 ‘제2 격전지’로 부상
 
기업들은 일찍이 진출이 시작된 필리핀, 베트남에 이어 미얀마,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을 차세대 시장으로 주목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대만 등에 조립 공장을 세워 차량 생산 및 상용차 수출 확대 등을 도모, 동남아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현지 기업과 합작 법인을 설립하며 시장 대응력 강화에 나섰다. 현대차는 지난 12일 인도네시아 알타그라하그룹(AG그룹)과 합작 법인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현대차는 빠르게 성장하는 인도네시아 시장 환경에 맞춰 조립 생산기지를 구축, 판매망 및 서비스 네트워크 확충을 통해 현지 상용차 시장을 전략적으로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동부대우전자도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법인을 기점으로 싱가포르, 태국, 필리핀, 미얀마, 브루나이, 라오스, 캄보디아 등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신라면세점도 지난 10월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 제4터미널에 화장품·향수 매장 운영을 시작한 데 이어, 12월에는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에도 면세점을 연다.

한편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은 현지에 법인, 생산 공장 등 설립함으로써 집중 공략에 나서는 추세다. 이는 그동안 동남아 시장이 관세가 높아 수출 진입이 쉽지 않았던 점을 빗겨가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앞서 현지 생산을 통해 시장 진출에 성공한 일본 브랜드와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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