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중국의 지도자 덩샤오핑은 미국을 방문한 뒤 이른바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을 주창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뜻으로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중국 인민을 잘 살게 하면 그것이 제일이라는 것이 골자다.
흑묘백묘론은 부유해질 수 있는 사람부터 먼저 부유해지라는 뜻의 선부론과 함께 1980년대 중국식 시장경제를 대표하는 용어로 자리 잡았다. 경제정책은 흑묘백묘식으로 추진하고 정치는 기존의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정경분리 정책에 힘입어 중국식 사회주의 경제체제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한바, 지금은 미국과 함께 세계를 호령하는 경제대국이 되기에 이른 것이다. 
덩샤오핑은 또 대외적으로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고 내부적으로 국력을 축적하는 외교정책을 기본으로 삼았다. 자신의 재능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인내하면서 기다린다는 뜻의 도광양회(韜光養晦) 정책이었다. 
이는 당시 서구 열강들에 대항할 만한 국제적 위상을 갖추지 못한 중국의 처지에서 매우 현실적인 방법론이었다. ‘도광양회’의 기간이 끝나자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서서히 목소리를 높여 나갔다. 탄탄한 경제적 뒷받침과 그동안 쌓아 놓은 국력을 바탕으로 국제사회 전면에 나선 시진핑 주석의 중화주의 부활의 ‘중국몽(中國夢)’은 그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 할 수 있다. 
중국몽은 인민 모두가 지혜와 역량을 모아 꿈을 실현하는 사회 실현, 인민의 행복과 인민의 복을 짓는 사회 구현, 국가의 현대화, 군대의 강력화, 초강대국화 건설로 요약된다. 글자 그대로 중국이 국제질서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중심 국가가 되겠다는 것이다. 
이런 꿈을 꾸고 있는 중국을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해 “양국은 일방의 번영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운명공동체의 관계”라며 “한국도 작은 나라이지만 책임 있는 중견 국가로서 그 꿈(중국몽)에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언뜻 들으면 지나친 사대주의적 발언으로 비춰질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은 자국이 세계의 중심이 되는 ‘중국몽’을 갖고 있고, 미국도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위대한 국가 재건이라는 ‘미국몽(美國夢)’을 선포한 바 있다. 일본 역시 패전국의 치욕을 떨쳐내기 위한 군국주의 부활이라는 ‘일본몽(日本夢)’을 아직도 버리지 않고 있다. 북한은 핵으로 한국을 적화통일하려는 ‘북한몽(北韓夢)’에 젖어 있다. 우리 주위 모든 나라가 우리에게 좋건 나쁘건 나름의 꿈을 갖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우리에게만 꿈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사실 우리도 한때 꿈을 꾸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하나 된 국민들이 나라를 다시 만든다는 일념으로 온 힘을 다 쏟아부었다. 덕분에 우리는 남의 나라로부터 원조를 받는 나라가 아니라 원조하는 나라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더 이상의 꿈은 없었다. 엄청난 경제발전을 뛰어넘는 수준의 국가적 꿈은 사라졌다. 이념 논쟁에 사로잡힌 정치적 혼란만 거듭돼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과거사 정리에만 몰두할 뿐 미래에 대한 꿈은 꾸지 않았다. 
꿈이 없는 사람은 발전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꿈이 없는 나라는 미래를 열지 못한다. 역사가 그걸 증명하고 있는데 지금 우리에게 함께 꿀 ‘한국몽(韓國夢)’이 있기나 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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