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스타의 극단적 선택에 기획사표 아이돌 육성 시스템 도마에 올라
-성공적 데뷔 시스템만큼 부작용도 거세…신인과 지망생 거부하기 힘든 카드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지난 18일 최정상급 아이돌 그룹인 샤이니의 메인 보컬 종현이 복귀를 앞두고 돌연 스스로 목숨을 끊어 연예계와 팬들에게 큰 충격을 남겼다. 특히 그는 절친인 디어클라이드 나인을 통해 공개된 유서에서 “난 속에서부터 고장 났다. 천천히 날 갉아먹던 우울은 결국 날 집어삼켰고 난 그걸 이길 수 없었다”고 고통을 토로하는 등 스스로 행복하지 않았음을 드러냈다. 이 때문에 한국식 아이돌 육성 시스템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룹 샤이니의 멤버인 故 종현(본명 김종현·향년 27세)의 발인식은 지난 21일 서울 송파구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이날 발인식에는 유족과 장례식 동안 상주를 맡았던 샤이니 멤버 김기범(키), 이진기(온유), 최민호(민호), 이태민(태민)을 비롯해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 연예계 동료들이 참석해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이로써 샤이니 종현은 이 세상과 작별하고 영면에 들었다.
 
종현은 2005년 청소년 가요제에서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에 눈에 들어 캐스팅돼 연습생으로 3년을 보내고 2008년 5월 샤이니의 메인보컬로 데뷔했다. 그는 데뷔곡인 ‘누나 너무 예뻐’를 비롯해 ‘산소 같은 너’, ‘링딩동’, ‘루시퍼’, ‘셜록’, ‘에브리바디’, ‘뷰’ 등 수많은 곡을 히트시키며 큰 사랑을 받았다.

 또 그는 솔로로도 활발히 활동하며 다수의 자작곡을 비롯해 솔로 앨범을 발표했고 2014년 2월부터 지난 4월까지 MBC라디오 ‘푸른밤’을 진행하며 청취자들의 위로가 됐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 모습은 최근 서울 올림픽 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개최된 단독 콘서트 ‘인스파이어드’가 마지막이었다. 그는 결국 세상과 작별을 선택했다.
 
이처럼 종현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한국식 아이돌 육성 시스템에 대한 경각심도 커지고 있다.
 
  한국의 아이돌 육성시스템은 가요 시장이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독특한 체계다. 보통 해외 팝 시장에서는 탁월한 재능이 있는 ‘원석’을 발굴해 데뷔시키는데 반해 국내 기획사들은 오디션을 거쳐 뽑힌 연습생을 수년에 걸쳐 노래와 춤, 연기, 언어 등을 연습시키고 그 안에서의 경쟁을 통해 해외에서도 통할 팀을 조합한 뒤 음악 시장에 데뷔시킨다.
 
특히 연습생 과정에서 대상자들은 매월 성취도를 평가하는 끝에 데뷔조에 뽑히고, 팀워크와 바쁜 일정의 기동력을 위해 대부분 숙소 생활을 하며 사실상 기획사의 관리 하에 놓이게 된다.
 
기획사 역시 수년에 걸쳐 가수를 육성하고 관리하는 구조를 취하다 보니 5인조 이상의 한 팀이 데뷔하기까지 많게는 30억 원~50억 원이 투자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기획사 입장에서는 성공적인 데뷔와 인기 유지를 위해 엄격한 관리를 하고 있다.
 
완성품 제작에 가까운 한국식 아이돌 육성 시스템을 놓고 그간 해외 언론들의 비판적인 시선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2011년 SM엔터테인먼트 가수들이 프랑스 파리에서 ‘SM타운’ 합동 공연을 열었을 당시 현지 유력지 르몽드는 “음악을 수출품으로 만든 제작사의 기획으로 길러진 소년과 소년들”이라고 비웃기도 했다.

 
  더욱이 연습생 생활을 통해 하루 일과의 대부분을 소진하는 아이돌 가수나 지망생들은 10대 때부터 기획사로부터의 감시와 통제를 당하고 학교생활을 제대로 하지 않아 사회화 과정을 겪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스트레스 상황이 오면 스스로 헤쳐 나가기 힘든 경우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 종현도 연습생 생활 도중 고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우울증을 토로하는 아이돌 멤버들이 종종 목격된다. 지난 6월 걸그룹 AOA를 탈퇴한 초아는 “불면증과 우울증을 치료하고자 약도 먹어보고 2년 전부터 스케줄을 점점 줄여 왔지만 피곤에서 오는 문제가 아니었기에 결국 모든 활동을 중단하게 됐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또 대마초 혐의로 물의를 일으킨 빅뱅 탑은 지난 6월 우울증과 수면장애 때문에 처방받은 약물을 과다 복용해 자살시도설에 시달리기도 했다.
 
과거 걸그룹 EXID의 멤버 하니는 한 케이블 예능에서 “EXID 계약 기간이 끝나면 다른 일을 하고 싶다”며 “심리상담사가 돼 아이돌 연습생들의 마음을 치료해주고 싶다”고 말해 아이돌 육성 시스템의 부작용을 내비치기도 했다.
 
최근 들어 기획사에서도 아이돌 가수들의 심리적인 문제에 대해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한 기획사 담당자는 “심리적인 고충을 토로하거나 이상 징후가 보일 경우 상담사나 전문의에게 치료받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식 아이돌 육성시스템은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식 시스템은 비교적 성공률이 높은 연예계 진출을 담보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많은 지망생들과 신인 연예인들이 선뜻 포기할 수 없는 카드라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즉 치열해진 연예계에 입성하기 위해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는 얘기다.
 
무방비로 노출되는 경쟁의 압박과 심리적 불안감 등은 외적인 성공 이면의 부작용을 낳고 있어 연예계 스스로의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전문의는 “아이돌 역시 외국 운동선수처럼 정기적인 심리 상담을 받거나 기획사 차원에서 정신건강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연습생 또는 아이돌 그룹을 적극적인 보호하자는 노력도 대형, 중소형기획사들의 사정에 따라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어 해당 문제를 풀기까지는 쉽지 않다는 게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는 계약 문제가 있고 투자한 만큼 수익을 거둬야 생존할 수 있는 기획사들 입장에서는 지망생들과 아이돌들에 대한 강압적 태도가 내려놓기 힘든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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