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이 발견 “누가 베꼈는지 의식수준 의심” 지적이의원측 “제작업체 실수로 고의성 전혀 없어” 사과

인터넷 홈페이지 표절문제로 국회의원간에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진보성향의 민주당 추미애(45·서울 광진갑) 의원과 보수성향의 한나라당 이해구(66·경기 안성) 의원의 홈페이지 인사말이 서로의 이름을 제외하고는 “홈페이지를 방문해주신 네티즌 여러분 정말 반갑습니다”라는 첫 문장부터 “우리의 내일을 위해 신새벽을 맞는 마음가짐으로 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끝 문장까지 토씨 하나 다르지 않고 똑 같았다. 두 의원 중 한 의원이 분명히 베낀 것. 작은 소동은 결국 이의원측 홈페이지 제작업체의 실수로 밝혀졌다. 해프닝으로 끝난 홈페이지 표절 소동의 내막을 들여다보았다.

율사 출신의 민주당 추미애 의원(www.chumiae.or.kr)과 경찰 출신의 한나라당 이해구 의원(www.leehk.org) 홈페이지 인사말이 일치한다는 사실이 지난 16일 한 네티즌에 의해 밝혀졌다. ‘미애사랑’이란 아이디의 네티즌이 추미애 의원 홈페이지 게시판에 “이해구의원 사이트에 가보셨나요?”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이 네티즌은 “저는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 여러 국회의원 사이트를 관심있게 둘러보곤 한다”며 자신을 소개한 뒤 “오늘 아침 추미애 의원 사이트를 둘러보다 보니 인사말이 한나라당 이해구의원 홈페이지 프로필란의 인사말과 추의원의 인사말이 두 의원들의 이름만 빼고는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동일하더군요”라며 한 쪽이 표절한 것 같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네티즌은 또 “아무리 법적 의무감이 배제된 개인 홈페이지라고 해도 같은 당도 아닌 다른당 의원의 사이트와 인사말이 똑같을 수가 있는지 정말 이해가 안된다”면서 “두 분중 누가 베꼈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부분 하나로도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의식수준을 가늠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 좀 아쉽다”고 지적한 뒤 두 의원의 적절한 해명을 요청하는 글을 올렸다. 이에 대해 추의원측 관계자는 “이 네티즌이 올린 글을 보고 직접 이해구 의원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추의원의 인사말과 이의원의 인사말이 똑같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황당했지만, 그 쪽 관계자의 실수로 보여 별다른 이의제기는 하지 않았지만 추의원을 좋아하는 네티즌들이 이의원쪽에 항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홈페이지 인사말은 보좌진들이 추 의원에게 직접 써 줄 것을 요청해 추 의원이 대선이 끝난 후인 지난 1월 직접 작성해 올린 글이며 문장을 보면 알 수 있듯, 추의원의 독특한 문체가 들어있다”고 말한 뒤 “이의원의 홈페이지에는 우리 홈페이지에 있는 일부 코너도 링크돼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 두 의원의 홈페이지는 인사말뿐만 아니라, 일부 홈페이지에 링크되어 있는 일부 콘텐츠도 같은 것으로 확인됐다. 추의원의 홈페이지와 이의원 홈페이지에 ‘광진구청’과 ‘제주 4·3 범국민위원회’ 홈페이지가 링크돼 있는 것.

이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안성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광진구는 추의원의 지역구이며 ‘제주 4·3사건’은 추의원이 평소 각별히 관심을 쏟고 있는 사안. 초유의 홈페이지 표절 소동은 이의원측 홈페이지 제작업체의 실수로 드러났고, 이의원 측이 추의원 측에 사과하며 매듭지어졌다. 이의원측 관계자는 “추의원측에 전화를 걸어 일부 내용이 같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며 “그 동안 지구당에서 홈페이지를 제작·관리해 왔는데 홈페이지의 내용이 일부 표절된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의성은 전혀 없으며 외부 회사에 용역을 줘 홈페이지를 만들었는데 제작했던 곳에서 실수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표절 배경을 설명하며 “지금 그 회사가 없어진 상태여서 난감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의원측은 소동이 벌어진 지난 17일 일시적으로 홈페이지를 닫은 후 개편작업에 들어갔다. 현재는 ‘새롭게 내부를 개편하고 있다’는 공지사항과 함께 표절시비가 일었던 인사말도 “지금 열심히 안성 사랑 5대비전을 실천하고 있습니다”라는 말로 바꿨다. 이에 대해 이의원측은 “지구당에서 관리했던 홈페이지를 의원실에서 직접 관리하기 위해 개편을 하고 있던 도중이었다”면서 “당초 9월 새롭게 띄울 예정으로 홈페이지를 전면적으로 개편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계속 지연돼 예전 홈페이지를 그대로 올렸다가 이같은 해프닝이 일어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추의원 관계자는 “인사말은 의원의 사인이 들어간다”면서 “미안하다는 사과는 받았지만, 인사말은 의원들이 직접 써야 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또 “평소 인터넷 홍보에 무관심했던 분들도 지난 대선에서 인터넷 선거 열풍을 보고 뒤늦게 홈페이지에 대해 관심을 쏟고 있는데 우리 홈페이지가 그 분들의 비교 대상이 되고 있다”면서 “이의원 이외에도 민주당, 한나라당의 일부 의원들이 우리 홈페이지의 메인 이미지와 버튼 모습 등을 베낀 흔적이 있으며 심지어 일부의원들은 추미애 홈페이지처럼 만들어달라는 말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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