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헌, 친일파 청산, 권력기관 대수술
- 文(덧말:문) 정부 2년 차 성패 걸린 무술년

 
2018년은 육십갑자 중 35번째 해로 무술년(戊戌年) 개의 해다. 더군다나 60년 만에 맞이하는 ‘황금 개띠’의 해라니 아마도 천지가 개벽하지 않는 한 내 평생에 다시 ‘황금 개띠’의 해를 맞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육십갑자 앞에 황금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은 아마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누구나 황금을 좋아하고, 사람들에게 좋은 기운을 불어넣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07년 ‘황금 돼지띠’의 해에는 우리나라 출생아수가 전년도에 비해 10% 정도 많았다는 보고도 있는 것을 보니, 2018년 ‘황금 개띠’의 해에도 무엇인가 좋은 일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좋은 일이라는 것은 자연스럽게 생기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만들어진다. 더군다나 정치의 영역에서 좋은 일이란 철저하게 만들어 가는 것이다. 2017년의 우리나라 정치를 되돌아보면 참으로 많은 변동이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파면, 대통령 보궐선거,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과 취임, 전임 정권에 대한 단죄, 개헌 논의, 정당의 재편 등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정치적 격동의 시간들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변동은 정치권의 계획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욕구가 이러한 정치변동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치권의 입장에서 보면 2017년의 정치변동은 만들어진 결과물이 아니라 생긴 결과물일 수도 있다.
 
2018년 새해에는 정치권이 좀 더 적극적으로 정치변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특히 집권 2년 차를 맞는 문재인 정부는 더욱 적극적으로 더 나은 정치적 변화를 위해 나서야 한다. 필자는 문재인 정부가 국회에서 안정적 다수파를 형성한다는 전제하에 집권 2년 차의 정치적 과제로 다음 3가지를 제안한다.
 
문재인 정부의 첫째 정치적 과제는 개헌이다. 지난 8개월 동안 문재인 정부는 개헌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집권 초기에 개헌 논의에 집중하는 것은 ‘적폐청산’으로 상징되는 하고 싶은 과제들이 많은 정부의 입장에서는 탐탁지 않았을 것이다.
 
개헌이 대통령 선거공약이기도 했기에 개헌에 반대하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지만, 국회에서 개헌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한 것도 사실이다. 최근 자유한국당이 6월 지방선거에 개헌안 국민투표를 하는 것을 반대하며 개헌 논의를 딜레이시키자, 정부 여당이 개헌론을 강하게 드라이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개헌을 하겠다는 의지는 좀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가 진정으로 개헌 의지가 있다면 보다 현실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 헌법은 경성헌법으로 개헌을 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높은 허들을 넘어야 한다. 국회 재적의원 2/3의 찬성을 얻어야 헌법개정안이 의결되며, 이러한 헌법개정안이 국민투표에 부쳐져 유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에 의해 헌법개정이 확정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여야당의 합의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1987년 헌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여야당 각 4명씩의 대표가 헌법개정안을 만들었고, 여야당의 합의하에 국회를 통과하여 국민투표에서 찬성 다수로 새로운 헌법이 빛을 보았다.

물론 그 당시와 같이 정치지도자의 리더십이 강하지 못하고, 87년 민주항쟁의 주된 이슈가 개헌인 측면도 무시할 수 없지만, 연인원 1천 7백만 명에 달하는 촛불집회 참가자의 힘이 단순히 정권 교체만으로 수렴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여야당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권력구조문제 등은 더 논의하더라도 여야가 접근을 본 기본권 신장, 지방분권 강화 등을 우선적으로 개헌하는 순차적 개헌을 야당과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만,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 아니겠는가?
 
문재인 정부의 둘째 정치적 과제는 친일파 청산이다. 친일파 청산이라고 하면 과거 일본제국주의 식민지시대의 친일파가 떠오르기 마련이지만, 여기서 주장하는 친일파는 현존하는 친일파를 말한다.
 
말하자면 현재진행형 친일파들을 청산하는 것이다. 지난 12월 27일 외교부 장관 직속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의 조사결과 발표가 있었다. 모두가 문제투성이 합의였지만, 밀실에서 합의한 사람과 합의를 발표한 얼굴마담이 따로 있었다는 것이 충격적이었다.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 초대 일본대사를 지냈고, 이후 국가정보원장으로 영전하여 한일 위안부 밀실합의를 주도했으며,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 발표 당시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이병기이다. 그의 이력만 놓고 보면 일본대사 시절부터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는 데 관심을 가졌을 것이고, 그의 전략은 일본에 완전히 노출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가 일본대사 시절부터 국가정보원장으로 간다는 뉴스는 일본소식통을 통해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으며, 일본 정부에서도 적극 환영했다고 한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현존하는 친일파가 한국의 고위직으로 영전해서 가는데 쌍수를 들고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가 국가정보원장이 되어 위안부 밀실 합의를 이끌어 내고, 외교부를 통해 청와대에 보고되었을 때는 비서실장의 입장에서 대통령을 조종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일본 외교의 완벽한 승리는 살아있는 친일파가 적극 협력한 덕분이다.
 
얼마 전 주간경향 보도에 의하면, 위안부 밀실합의의 결과로 만들어진 ‘화해·치유재단’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진창수 세종연구소 소장이 외교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국제교류재단에서 비용을 전액 지원한 한일관계 심포지엄에서, “특히 부산의 소녀상 설치로 한일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냉각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일본은 한국이 한일 합의를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한국 또한 이에 무관심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발언은 2017년 8월 24일 삿포로에서 처음 있었으며, 한 달 뒤인 9월 21일 시즈오카 심포지엄에서도 같은 발언이 있었다고 한다. 더군다나 이 자리에는 삿포로 총영사, 요코하마 총영사, 공공외교대사 등 우리나라의 고위 외교공무원도 있었다고 하니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의 무능으로밖에 설명이 불가능하다.
 
주간경향의 취재에 의하면, 진창수 소장은 “한국이 무관심하다”는 발언의 의미에 대해서는 “소녀상 문제가 걸림돌이 돼 한일관계가 문제가 되고 있다. 팩트 아니냐”, “공공외교는 싸움하러 가는 게 아니다. 일본 사람의 마음을 사서 한일관계를 잘해 보자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참으로 가관이다. 정상적인 한국 사람이라면 소녀상으로 트집잡고 있는 일본 때문에 한일관계가 잘 풀리지 않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일본 사람들 앞에서 소녀상을 욕보이면서까지 일본 사람의 마음을 사라고 국민의 혈세를 투입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가 ‘화해·치유재단’ 이사이고, 위안부 밀실합의 내용을 잘 알고 있었을 개연성이 충분하니 그런 친일 발언을 한 것도 무리는 아닌 듯싶다.
 
문재인 정부의 셋째 정치적 과제는 권력기관 대수술이다. 검찰, 국정원 등 과거 정권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기관들은 그에 대한 확실한 단죄를 해야 한다. 자신들이 정권을 잡았다고 자신들은 전임 정권처럼 권력기관을 이용해서 나쁜 짓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것이 자신들이 나쁜 짓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100%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내로남불’은 여기에서도 통용된다.
 
검찰이 제 역할에만 충실하도록 하려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와 같은 검찰 권력을 분산시킬 수 있는 기구의 설치가 불가피하다. 또한 지난 정부에서와 같이 공작정치를 일삼고 댓글이나 다는 국정원은 불필요하다. 자신들은 국정원이 개혁 가능한 기구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미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도 실패한 경험이 있다.
 
국정원 개혁은 요요현상이기 때문이다. 국정원을 폐지하고 대대적인 인원 감축을 실시하여 해외 정보원과 같은 기구로 슬림화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 2년 차의 성패는 위와 같은 3가지 정치적 과제를 얼마나 충실하게 이행하는가에 달려 있다. 성공하면 역사상 가장 성공한 정부가 될 가능성이 높겠지만, 실패하면 급속한 레임덕이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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