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세게 ‘운’ 좋은 洪, “MBC가 이상해졌다? 인재 영입이 이상해”

[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날개가 있어도 날지 못하는 새.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현재 모습이다. 홍 대표는 지난 7월 당 대표에 선출된 뒤 불과 5개월여 만에 당 장악에 성공했다. 최근엔 자신을 따라다니던 ‘성완종 리스트’ 꼬리표도 완전히 떼어 냈다. 친홍계가 명실공히 당의 새로운 주류 세력으로 등극한 것이다. 기세를 탄 홍 대표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본격적인 ‘인재영입’에 박차를 가했다. ‘날개’ 단 홍 대표의 ‘날갯짓’이 시작되는 듯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홍 대표의 날갯짓이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는 모양새다. 그가 원하던 ‘인재’들이 그의 부름에 아무도 응답하지 않는 것이다. 안대희 전 대법관과 장제국 총장에 이어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됐던 홍정욱 헤럴드 회장마저 불출마를 선언했다. 홍 대표가 ‘성완종 리스트’ 무죄 확정으로 ‘날개’를 다는 듯 했지만 정작 날지는 못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 ‘외모’·‘스펙’·‘스타성’·‘無 계파’... 홍정욱 만한 인물이 없었는데...
- 부메랑으로 돌아온 ‘척당불기’ 액자 논란... 홍준표 또 위기?
 

자유한국당이 본격적인 인재 영입 작업에 돌입했다. 한국당은 12월 27일 밤늦게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인재영입위원장을 비롯한 신임 당직자를 임명했다. 회의 결과 인재영입위원장은 홍 대표가 직접 맡기로 했다. 홍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홍문표 사무총장은 지방선거기획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됐다. 홍 대표가 내년 지방선거에 나설 인재를 직접 발굴해 전략공천하려는 의도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실제로 자유한국당에 따르면 홍 대표는 이미 지방선거를 위한 광역자치단체장 후보자 공천 구상을 상당 부분 가다듬고, 일부 지역은 유력 후보군도 압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장에는 홍정욱 헤럴드 회장을, 경기도지사와 부산·경남에는 각각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과 장제국 동서대 총장, 안대희 전 대법관을 심중에 뒀었다. 본선 경쟁력이 없는 후보를 앞세워 경선을 치르기보다는 참신한 정치 신인을 발굴해 미리 표심을 흔드는 것이 낫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공들인 안대희·장제국 ‘불출마’
남은 건 홍정욱뿐이었는데...

 
그러나 이 같은 홍 대표의 야심찬 ‘인재 영입’ 플랜은 시작도 하기 전에 완전히 엎어지고 말았다. 안대희 전 대법관과 장제국 동서대 총장 그리고 홍정욱 헤럴드 회장이 공식적으로 ‘불출마’ 의사를 밝힌 것이다.
 
홍 전 의원은 12월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근 제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한 언론 보도에 생각보다 많은 분들께서 관심을 가져주셔서 제 입장을 명확히 밝히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국민과 국가를 섬기는 공직은 가장 영예로운 봉사다. 그러나 공직의 직분을 다하기에 제 역량과 지혜는 여전히 모자라다. 당장의 부름에 꾸밈으로 응하기보다는 지금의 제 자리에서 세상을 밝히고 바꾸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홍 회장의 ‘불출마’ 선언은 홍 대표에겐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었다. 홍 대표가 홍 회장이 선뜻 출마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내심 기대를 했다는 게 당내 전언이다.
 
만약 홍 회장이 서울 시장에 출마했다면 홍 대표 입장에선 천군만마를 얻는 것과 다름없었다. 여러 모로 홍 회장은 홍 대표와 자유한국당에 반드시 필요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한국당의 고질적인 문제점은 젊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 참패 이후 보수 진영에는 세대 교체 필요성이 강력히 제기됐다. 이후 한국당은 혁신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외모 덕 봤게? 안 봤게?”
잘생기면 표심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스펙’과 ‘스토리’를 겸비한 홍 회장의 ‘스타성’은 20~40세대의 지지율을 끌어올릴 최적의 무기로 평가됐다. 홍 회장의 아버지는 배우 남궁원 씨(본명 홍경일)다. 배우의 아들답게 홍 회장의 외모 또한 수려하다. 여기에 하버드대학교 학부와 스탠퍼드대 로스쿨을 졸업한 엘리트다. 이로 인해 홍 회장에겐 연예인 못지않게 여성 팬층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지난해 8월 1일 KBS 2TV ‘읽어주면 좋고 아니면 냄비받침’에 출연해 “문재인 대통령의 젊은 시절을 보면 거의 연예인이었다. 진짜 잘생겼었다”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데) 외모 덕을 봤게? 안 봤게?”라고 문 대통령의 잘생긴 외모가 여성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는 데 일조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손 의원의 말대로라면 홍 회장이 서울 시장 선거에 출마한다면 그의 잘생긴 외모 덕분에 자유한국당에 냉랭했던 젊은 층, 여성 층의 표심을 얻을 수도 있었음을 뜻한다. 여기에 친박·비박·친홍 등 계파 논란에서 자유로운 홍 회장이 당의 서울시장 후보가 된다면 한국당의 이미지 세탁에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홍 회장처럼 이미지가 잘 형성된 사람이 현재 한국당에게는 매우 절실한 상황”이라며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로 타격을 입은 한국당과는 다른, 또 이미지적으로 압도할 수 있는 캐릭터를 가진 홍 회장을 한국당에서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어찌됐든 홍 회장은 ‘불출마’ 선언을 했다. 이런 배경엔 한국당이 처한 현실적인 문제가 가장 컸던 것으로 관측된다. 어차피 지는 선거에 홍 회장이 리스크를 감수하며 나올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이는 홍 회장뿐만 아니라 이미 불출마를 선언한 안 전 대법관과 장 총장에게도 똑같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출마 결심을 굳히는 데는 다음 두 가지 조건 중 하나가 충족돼야 한다”며 “당선 가능성이 있거나 혹은 당선 가능성이 희박하더라도 선거를 계기로 자신의 정치적 인지도가 한 단계 상승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 한국당 후보로 나서는 것은 이 두 가지 모두 충족하지 못한다. 득(得)은 없고 실(失)만 있을 게 뻔한데 당연히 출마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음’ 창업주 이재웅
김상조에 “오만하다” 비판

 
상황이 이쯤 되자 홍 대표는 홍 회장 대안 찾기에 고심하고 있다. 당내 소식에 정통한 인사에 따르면 한국당이 서울시장 후보에 이재웅 ‘다음’ 창업주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창업주는 1997년 국내 최초의 이메일 서비스인 ‘한메일’ 창설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인터넷 비즈니스 산업을 펼쳐 나갔다.

1999년 다음 카페 등을 론칭하고 같은 해 코스닥 상장과 함께 벤처 성공신화를 이룩했다. 2000년에는 세계경제포럼이 선정하는 ‘미래의 세계 지도자’ 100인에 선정됐고 2001년 당시 KBS 9시 뉴스의 앵커 황현정 전 KBS 아나운서와 결혼했다.
 
이 창업주는 기업 운영 당시 직급과 위계가 아닌 성명 뒤에 ‘님’ 자를 붙여 호칭하는 수평적인 기업 문화를 유도했다. 2007년 전문 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기고 등기이사직을 사임한 뒤 2008년 6월 이사회 의장 자리마저 물러나며 퇴사했다. 이 밖에도 이 창업주는 일반적인 기업 경영 외에 사회 공헌에도 각별한 관심을 지닌 인사로 평가된다.
 
이 같은 이 창업주의 이력은 이미지 쇄신과 혁신을 기치로 내걸고 있는 한국당에겐 홍 회장만큼이나 매력적인 ‘카드’인 게 사실이다. 특히 지난해 이 창업주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에게 신랄한 비판을 가한 사실은 한국당의 이목을 더욱 끌고 있다.
 
이 창업주는 지난해 9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앞으로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맨몸으로 정부 도움 하나 없이 한국과 일본 최고 인터넷 기업을 일으킨 기업가를 이렇게 평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김상조 공정위장이 인터뷰를 통해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다고 비판한 데 따른 반박 성격의 글을 올린 것이다.

김 위원장은 해당 인터뷰에서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미래를 봤고 그 때문에 모든 사람이 잡스를 미워했지만 존경했다”며 “지금까지 이 창업자는 잡스처럼 우리 사회에 그런 것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홍 대표가 비록 인재 영입에 애를 먹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운 하나는 타고난 사나이’라는 조소 섞인 말들이 나오고 있다. 얼마 전 대법원은 홍 대표에게 ‘성완종 리스트’ 무죄를 확정하면서 윤 씨가 돈을 전달했다는 시기에 범행 장소라는 국회 의원회관이 공사 중이었던 점 등에서 의원실에서 돈을 줬다는 윤 씨 진술에 모순이 있는 점을 지적했다. 그런데 대법원 확정판결 이후 ‘척당불기’ 액자가 2010년 당시 홍 대표 의원실에 있었음을 증명하는 영상이 발견된 것이다
 
2011년 6월 당시 한나라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홍 지사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하는 측근 윤모씨는 “돈을 전달하던 날 홍준표 의원실에서 ‘척당불기’란 글자가 적힌 액자를 봤다”고 재판 과정에서 진술했으나 홍 대표 측은 이 액자를 의원실이 아니라 당 대표실에만 뒀었다며 반박해왔다.
 
그러나 26일 한 매체는 ‘성완종 게이트’의 진실을 밝혀줄 핵심 키워드인 ‘척당불기’ 액자가 2010년 홍 대표가 한나라당 최고위원이던 당시 그의 의원실에 걸려 있었음을 증명하는 영상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만약 해당 보도가 대법원 판결 전 나왔다면 지금과 전혀 다른 대법원 판결이 나왔을 수도 있었을 것이란 얘기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억세게 운 좋은 홍준표. MBC가 아니라 한국당 인재 영입이 이상하다”라는 냉소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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