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주의‧법치주의 원칙에 따라 정책적 일신 필요”

- “자유한국당, 보수 정당의 안정감 한순간에 상실”
- “대선주자급 리더 제자리에 서면 차기 대선 승리 가능”


이준석(33) 바른정당 서울 노원병 당협위원장은 지난 2011년 만 26세의 나이로 여의도에 혜성처럼 등장한 청년 정치인이다. 정치권에 입문한 뒤 ‘박근혜 키즈’로 불리며 지난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맹활약했다. 이후 기성 중년 정치인에게 도전장을 내밀고 지역구 국회의원에 출마했으나 낙선의 고배를 마신 바 있다. 그는 벌써 정치 인생 7년차 젊은 정치인이다. 클라세스튜디오라는 벤처기업 대표이기도 한 그에게 향후 보수의 노선에 대한 질문을 던져봤다. 인터뷰는 지난 28일 서면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 2017년 정치사에 많은 일이 있었다. 어떤 사건이 기억에 남는가.
- 바른정당에 있으면서 두 번에 걸쳐서 벌어진 탈당사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사람들의 말이 조변석개(朝變夕改)하는 것을 보며 분노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정치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가치와 이념, 명분보다는 실리(實利)와 유불리(有不利)에 민감하다는 것이 절망적이었다.
 
▲ 보수의 위기와 미래에 대해 진단한다면.
- 보수의 위기는 그동안 자기 혁신에 소극적이었고, 무엇보다 가치와 철학이 아닌 인물중심의 돌파력을 바탕으로 연명해 왔다는 점에 있다. 미국의 공화당이나 영국의 보수당처럼 세력화되고 그 세력의 집단 지성이 정치를 지배하는 구도가 되지 못하면 대선 주자에 따라 휘청거리는 경험을 앞으로도 계속 할 수 있다.
 
▲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으로 보수의 씨를 말린다는 지적도 있는데 어떻게 보는가.
- 적폐청산이라는 구호 아래 실질적으로 개혁해야 할 부분도 다루어지지만 일정부분은 정치 보복적 성격이 있다. 김관진 전 장관에 대한 무리한 수사 등이 그 예인데, 적폐 청산의 진의를 의심케 하는 수사는 적폐 청산에 대한 피로도만 가중시킬 것이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활동하고 있는 조원진 의원. 보수의 구심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는가.
- 조원진 의원이 걷고 있는 노선은 평가할 가치가 없다고 본다. 철학과 이념보다는 정치적으로 주인이 사라진 친박(親박근혜) 지지자들의 표를 얻는다는 얕은 정치적 목표만 보인다.
 
▲ 보수 진영에서는 현 정부 실정이 보수의 부활로 보는 시각도 있다.
- 보수는 그동안 경제, 안보, 교육 측면에서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집권할 수 있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경제와 교육이라는 전선에서 후퇴하기 시작하면서 안보라는 가치로만은 선거를 치르기 힘들었던 측면이 있다. 현 정부의 실정이 현실화된다 해도 과거 구축했던 전선들을 회복할 만한 새로운 철학이 없으면 보수가 부활하기는 어렵다.
 
▲ 보수 정당의 대한 평가.
- 바른정당은 지금까지 개혁 보수를 해 볼 구성원들이 반기문 영입을 위해 왔던 ‘정치꾼’들에 눌려서 제대로 된 정책적 차별화나 노선 정립을 하지 못했다. 이제 나갈 사람들이 나가고 나서 노선이 공고해진 측면이 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수십 년간 가지고 있던 보수 정당의 안정감을 한순간에 상실했다.
 
▲ 향후 보수 진영이 재집권하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까.
- 문재인 정부에서 성급하게 추진한 탈원전 정책이나 충격 완화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외교적 실패와 같은 요소로 인해 생각보다 문재인 정부의 동력 상실이 빠를 수 있다고 본다. 야권은 적절한 대선주자급 리더만 제자리에 서게 되면 충분히 다음 대선에서 승리를 할 수 있다.
 
▲ 진정한 보수주의자는 어떤 사람들인가.
- 안보 보수와 반공 보수의 틀을 벗어나서 사회의 여러 담론을 철학 속에서 풀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이미 보수 정당은 표를 위한 여러 인기 영합 정책을 추진했던 이력 때문에 철학을 상실한 지 오래다. 시장주의와 법치주의의 원칙에 따라 정책적인 일신도 해내야 한다.
 
▲ 마지막으로 올 한 해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는?
- 정권 초기에 잘되는 것은 모두 이번 정부의 공이고 안 되는 것은 모두 지난 정부의 과라고 여론에 호소할 수 있지만 신년이 되면 이제는 모든 공과 과가 현 정부에 귀속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과거 김영삼 정부가 고지지율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노력들을 했지만 결국 여러 사건사고를 겪으면서 지지율이 추락한 것처럼 정책의 성과 없이 구호와 이벤트만으로 정권이 성공하기는 어렵다. 최근에 홍보가 과하다 보니 제천 화재 참사를 국가 소유 방송국에서 홈쇼핑 형식으로 희화화해 보도하는 일이 국민들의 지탄을 받았던 것처럼 허례허식(虛禮虛飾)을 과감하게 배척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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