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기다린 중국 시장 안착 앞두고 ‘집안싸움’

이 전 대표 측근들 이사 추천… 경영 복귀 신호탄?
 
경남제약, 이 전 대표 상대 손해 배상 청구 소송으로 ‘맞불’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경남제약의 ‘경영권 다툼’이 회사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중국 사업 확장을 통한 매출증대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며 그 여파는 주주들의 손해로까지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경남제약의 이 같은 암울한 전망은 現 경영진과 前 경영진의 대립 탓이다. 이희철 전 경남제약 대표는 임시주주총회 가처분 신청, 차명주식 실명전환 등에 이어 자신의 딸을 포함한 측근 3인을 등기이사로 선임해 줄 것을 제안하면서 경영 복귀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경남제약 측은 이 전 대표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며 이 전 대표의 복귀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모습이다. 그러나 現 경영진과 前 경영진의 내홍이 심화될수록 정작 챙겨야 할 현안에 제한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여 경남제약이 그린 청사진이 빛바랠 위기에 놓였다.
 
경남제약은 지난달 1일 레모나와 레모비타씨정에 대해 중국식약청(CFDA)에서 수입보건식품 비준증서를 발급받았다고 공시했다. 이는 지난 2014년 신청한 이후 3년 만에 거둔 기다림의 결과로 사측은 중국 시장 매출 증대의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경남제약이 중국 시장 내 성공적인 안착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중요 시점에 ‘경영권 다툼’이 최근 심화되고 있어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경남제약이 기다림의 시간만큼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지만 경영권 분쟁으로 투자에 제한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경남제약의 경영권 다툼이 주주들에게도 불똥이 튀는 모양새다. 경남제약은 지난 14일 이희철 전 대표이사가 예탁한 50억 원 규모의 유가증권을 가압류해 달라는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이 받아들였다고 공시했다. 이 전 대표이사의 예탁유가증권 가압류 판결 소식에 주가는 급락했다. 경남제약 주가는 중국 진출이라는 기대감으로 시가 1만 원대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15일 종가기준 9950원까지 하락하며 타격을 면치 못한 것.
 
논란 점화된 이유는
 
경남제약에 ‘빨간불’이 켜진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약 5년 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 전 대표가 경영 복귀 움직임을 보이며 ‘경영권 다툼’의 불씨가 점화된 탓이다. 해당 논란은 이 전 대표가 지난달 3일 경남제약과 류충호 대표를 상대로 이달 7일 개최 예정이었던 주주총회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당초 경남제약은 중국 진출을 앞두고 이사 선임 안건을 주총을 통해 처리할 예정이었지만 이 전 대표가 막아선 것.
 
업계에서는 이 전 대표가 경남제약 現 경영진에 대립각을 세우며 ‘경영권 다툼’의 막이 올랐다고 해석한다.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해 주총은 개최됐지만 임시주주총회에 올라온 모든 안건이 부결돼 이 전 대표가 득의만면했다. 이후 이 전 대표는 경영권 탈환(?)에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부인 오 씨 명의의 경남제약 지분 13.77%를 본인 명의로 실명 전환하며 지분율 20.84%로 최대주주에 올랐다. 제약업계에선 現 경영진 이사 선임안 부결, 최대주주 변경 등을 추진한 이 전 대표의 행보를 들며 그의 복귀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특히 최근 이 전 대표가 오는 2월 8일로 예정된 경남제약 임시 주주총회에서 자신의 측근 3명을 등기이사로 선임해 줄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경영권 복귀설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는 모양새다. 경남제약의 최대주주인 이 전 대표가 이점을 십분 활용해 경영권 획득을 위한 등기이사 구성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다. 업계에 따르면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3이상 주식을 보유한 주주는 주주총회의 의제·의안을 제기할 수 있는 권리인 주주제안권을 갖게 되며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을 할 수 있다.
 
이 전 대표가 제안한 등기이사 3인은 김만환 전 경남제약 영업본부장, 민기영 변호사(사외이사), 이 전 대표의 딸 이재영 씨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기영 변호사는 현재 이 전 대표가 피소된 소송의 법률대리인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재영 씨는 미국 유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제약 측이 내세운 등기이사 후보는 박화영 경영본부장, 구의서 인앤인베스트먼트 이사, 김좌진 변호사(사외이사) 등이다.
 
경남제약은 등기이사를 최대 6명 선임할 수 있다. 그러나 양측이 추천한 등기이사 후보는 총 6명으로 이 중 3명만이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명단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현 등기이사 3명이 아직 임기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경남제약은 류충효 대표를 비롯해 이창주 관리본부 총괄(전무), 김재훈 사외이사가 등기이사진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이들 임기는 2019년 3월까지다. 오는 3월에 열릴 것으로 전망되는 정기주주총회에서는 現 경영진과 前 경영진이 자기 사람들로 이사회를 꾸리기 위한 표 대결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속되는 경영 다툼
 
경남제약이 소송을 통해 이 전 대표의 경영권 획득 행보를 막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업계에서는 경영권 다툼 문제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달 2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경남제약은 최대주주인 이 전 대표을 상대로 16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경남제약 인수 직후인 2008년 회사가 적자를 냈음에도 흑자를 달성한 것처럼 분식회계한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와 회사 공장 신축공사 대금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2014년 기소된 바 있다.
 
경남제약 측은 해당 소송에 대해 소액주주들의 의사를 반영해 이 전 대표가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된 점 등으로 인한 피해 배상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의 경영권 행보를 막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는 것.
 
일요서울은 경남제약 측에 해당 논란에 대해 물었지만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짧은 답변만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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