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의 산업계 당당하게 맞서자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2017년 재계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드 보복 여파 등으로 어느 때보다 격동의 한 해를 보냈다. 사정기관의 수사로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기도 했다. 그렇다고 재계가 웅크리고 있지만은 않았다.

50대 CEO를 경영 전면에 내세우는 등 세대 교체를 단행하며, 신성장동력 발굴과 4차 산업혁명의 물결에 올라타기 위한 본격적인 채비를 갖췄다. 2018년 무술년은 당당하게 맞서자며 의지를 불태우기도 한다. 소유·지배구조 개선 노력도 이어갈 뜻을 밝히기도 한다. 2018년 새로운 기대를 걸게 하는 대목이다.

미래 대비 세대교체…4세들 주요 보직으로 승진 및 이동
소유·지배구조 개선 노력…4차 산업 혁명 위한 본격 채비 중


재계는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당국의 보복성 조치들이 풀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중순 중국을 방문을 통해 얼어 있던 한중 관계에 ‘해빙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희망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 특히 사드 보복 완화에 유통업계와 관광업계의 기대감이 높다.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 단체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며 타격을 입었던 면세점과 대형마트, 백화점 등과 중국의 여행 제한 조치로 여객 수의 급락을 면치 못했던 관광업계도 모처럼 활기를 띠는 모양새다. 자동차·화장품 역시 한·중 관계 해빙 소식에 반색하고 있다.

현 정부와 코드 맞추기 ‘계속’  

재계는 앞으로도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재벌 총수 일가 전횡 방지와 소유, 지배구조 개선’과제 수행 노력을 통해 훈풍을 이어 간다는 방침이다.
앞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투명하고 건전한 경영문화 확립, 대기업 집단 총수 일가의 편법적 지배력 강화, 부당한 경영승계 차단이 목표”라면서 “총수 일가 사익편취 행위와 부당내부거래 근절, 금융계열사를 통한 지배력 강화 방지 등 금산분리 원칙 준수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국정기획자문위는 ▲2018년까지 다중대표소송제·전자투표제 도입 ▲집중투표제 의무화 추진 ▲횡령·배임 등 경제범죄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 ▲사면권 심사 강화 ▲2017~ 2018년 지주회사 행위 제한 규제 강화 ▲인적분할 시 자사주 의결권 부활 방지 ▲기존 순환출자 단계적 해소방안 마련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국정기획자문위는 ▲2018년까지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 적용대상 확대 ▲사익편취 행위 상시 감시 ▲2018년까지 금융보험사 계열사 의결권 제한 강화 ▲2018년부터 금융그룹 통합감독 시행 등을 실천하기로 했다.

재계 관계자는 “소유·지배구조 개선은 지금도 실천하고 있는 부분이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변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한 만큼 주요 기업들도 이를 실천하도록 노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로 지연됐던 그룹 임원인사 발표도 올해를 기대케 한다. 특히 2018년 주요 그룹의 임원인사 결과를 보면 공통되면서도 뚜렷한 특징을 보인다.
우선 삼성전자에서 시작된 최고경영자들의 ‘세대교체’바람이 재계 전체로 확산되는 기조가 뚜렷하다. 50대 CEO의 약진이 두드러진 것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사장단 인사에서 60세 이상 CEO를 모두 현직에서 물러나게 했다.
반도체 호황으로 올해 최고의 실적을 기록했지만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젊은 피’를 수혈한 것으로 해석된다.

GS그룹과 LS그룹도 최근 연말 정기인사에서 50대 신임 사장들을 전면에 배치했다. 정찬수(55) GS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김형국(55) GS칼텍스 부사장도 사장으로, 엄태진(60) GS칼텍스 부사장은 GS스포츠 대표이사 사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GS그룹 CEO의 평균 연령도 올해 59세에서 내년 58세로 낮아지게 된다.

LS그룹도 명노현(56) LS전선 부사장과 김연수 LS엠트론 부사장(57)을 각각 사장으로 선임했다. LS그룹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1960년대생 사장을 발탁했다.
코오롱그룹 임원 인사에서 코오롱 유석진(53)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코오롱 대표이사가 됐고, 코오롱플라스틱 대표이사를 맡게 된 김영범(52) 신임 부사장과 윤영민(52)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부문 최고운영책임자(COO·부사장)도 모두 50대였다. 이번 인사로 코오롱그룹 CEO의 평균 연령은 58세에서 56세로 낮아졌다.

젊은 피 수혈과 신성장동력 마련

인사 시즌마다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오너가 자녀들의 승진 훈풍을 타고 있다. 
지난해 12월 10일 주요 재벌기업의 연말 인사 현황을 살펴보면,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35) 현대중공업 전무는 현대중공업 부사장 겸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로 승진했다. 27살이던 2009년 현대중공업에 대리로 입사한 지 8년 만에, 전무 승진 2년 만에 올라섰다.

한국타이어는 3세가 사실상 경영권을 승계했다. 조양래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회장의 장남인 조현식(47)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대표이사가 총괄부회장으로, 차남인 조현범(45) 한국타이어 사장은 한국타이어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두 사람은 각각 1997년, 1998년 입사했다.

LS그룹에서는 두 명의 3세가 승진했다. 엘에스니꼬동제련 구본혁(40) 전무는 입사 14년, 전무 승진 3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고인이 된 구자명 엘에스니꼬동제련 회장의 아들이다. 엘에스그룹 구자열 회장의 아들 구동휘(35) 엘에스산전 이사는 이번에 상무로 승진했다.

세아그룹에서는 3세인 이휘령(55), 이태성(39), 이주성(39) 씨가 한꺼번에 사장에서 부회장, 전무에서 부사장,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한 단계씩 승진했다.

이 외에도 지에스(GS)그룹에선 지에스네오텍 허정수 회장의 큰아들인 허철홍(38) ㈜지에스 부장이 입사 8년, 부장 승진 3년 만에 상무를 달았다. 코오롱그룹 이웅열 회장의 장남인 이규호(33) 상무보는 입사 5년, 상무보 승진 2년 만에 ㈜코오롱의 상무로 승진했다.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큰 딸인 이경후(33)씨는 입사 6년 만에 상무로 승진했다. 작년 3월 상무대우로 승진한 데 이어 8개월 만이다. 남편 정종환 씨제이 미국지역본부 공동본부장(37)도 함께 상무가 됐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가 역경과 시련의 시간이었다면 올해는 당당하게 맞서자는 게 재계의 분위기”라고 전하며 “새 출발과 함께 훈풍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는 희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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