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노동행위 여부 놓고 노사갈등…비공식 구조조정 당했다는 주장까지

노동조합이 자체 조사한 영업소 인력변동 현황. 노동조합은 이를 근거로 구조조정을 주장하고 있다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오리온(회장 담철곤)이 일부 영업사원을 상대로 부당노동행위를 일삼고 비공식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한 민주노총 화학섬유노조 오리온지회(이하 노동조합)는 오리온이 거짓 해명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심지어 노조 파괴 움직임도 의심된다는 의견이다. 특히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탈행위 등은 모두 경영진 판단으로 규정, 투쟁 의지를 밝히고 있다. 다만 오리온은 해당 주장에 대해 부당노동행위와 관련된 문제는 전혀 없으며, 노동조합이 주장한 구조조정 역시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일부 영업사원  “일선 현장, 노조 가입 방해·탈퇴 종용해”
사측  “부당노동행위 주장, 전제부터 성립될 수 없다”


‘오리온, 정(情) 문화 확산’ ‘오리온, 북(北) 귀순 병사 원하면 초코파이 평생 제공’ ‘오리온, 정(情)을 전하다’. 모두 올해 오리온이 대외 사회 공헌 활동을 벌여 얻을 수 있었던 헤드라인(headline)이다.

그러나 따뜻함이 묻어나는 대외 활동이나 홍보 실적과는 정반대로 오리온 안쪽을 들여다보면 첨예한 갈등으로 점철된 모습이다. 오리온 일부 영업직 사원들은 “오리온이 정을 준다는 소식은 자주 듣는데 우리가 받을 수 있는 정은 없는 것 같다”고 하소연한다.

노동조합의 주장을 요약해보면 부당노동행위, 비공식 구조조정, 오리온의 거짓 해명 등 세 가지다. 우선 부당노동행위와 관련해선 노동조합 가입 방해 및 탈퇴 유도 등이 골자다.

앞서 오리온의 한 영업소장은 노동조합원 직원을 상대로 노조 탈퇴를 요구하고, 인사 발령을 해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받은 바 있다. 노동조합은 그 과정에서 영업소장과 영업 사원 간 대화를 했던 녹취록을 근거삼고 있다. 

이에 따르면 해당 영업소장은 “솔직히 회사에서 (나를) 노조 깨부수라고 (영업소장으로) 보냈다. (조합원이) 몇 명인지, 누구인지 본사(오리온)는 다 알고 있다. 너는 대표이사 머리에 박혀버렸다. 그래서 문제라는 것”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된다.

당시 오리온은 해당 영업소장의 개인적 일탈 행위로 노조 활동 방해 지시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요서울의 추가 취재 결과, 직원 간 노조 가입 방해 및 탈퇴 종용의 의심해볼만한 정황들이 추가로 포착됐다. 

노동조합이 제공한 녹취록에는 선임 직원으로 추정되는 한 직원이 부하 직원과 통화를 하면서 “마지막으로 묻는다. 너 가입 안했지? 만약에 명단이 발각되고 네 이름이 나오면 어떻게 할 것이냐. 오리온 그만둘 자신 있냐” 등 질문을 한다.

또 “확실하게 이야기 하는데, 가입하지 마라. 너는 아직까지 (그런 부분에 대한) 자아가 형성되지 않았다. 네가 지금 벌이(월급)가 적지도 않다. 어디 가서 네가 그런 벌이를 하겠냐” 등의 말들도 서슴지 않았다.

다른 녹취록은 한 지역 노동조합 지회장과 노동조합원 간 통화인데, 조합원이 “며칠 지나니 (노동조합 가입 사실을) 소장이 바로 알더라. (소장이) 까놓고 나랑 싸우자는 이야기냐면서 탈퇴하라 하더라”고 전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 등을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해당 녹취록 내용이 사실이라면 또 다시 부당노동행위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는 상황이다.

 
울산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7월 일부 오리온 직원에 대해 부당노동행위가 있었고, 노동조합에 대한 지배·개입을 인정한 바 있다

비공식 구조조정에 관한 주장은 자체 조사한 2012년 이후 인력변동 현황에 의거한다. 자료에 따르면 영업사원 인력은 2012년 657명에서 2013년 627명, 2014년 596명, 2015년 581명, 2016년 508명, 2017년 427명으로 지속 감소했다.

최저 감소를 보인 2015년도는 노동조합이 설립된 해였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해당 인원 변동은 자연스러운 인원 감소가 아니라, 오리온의 조직적이고 강압적인 구조조정이라는 판단이다.

노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한 때 조합원 수가 130명이 넘었는데, 지금은 20명도 안 되는 수준”이라면서 “인력감축 역시 300~350명이 최종 목표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2018년도에도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은 그동안 분쟁을 일으킨 부분들에 대한 오리온의 해명들이 거짓이라는 주장이다. 노동조합은 조합 설립 초기 13건의 부당노동행위 고소·고발이 진행됐는데, 오리온이 회유와 협박으로 취하하도록 만들어놓고 전혀 없었던 일이라고 발뺌한다는 것이다.

당시 고소장은 대부분 ‘노조 가입 및 활동 방해와 불이익이 있었다’는 내용이다. 더군다나 노동조합은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탈행위 등을 봤을 때 오리온이 노동조합 파괴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으며 모두 담철곤 오리온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 판단으로 확신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영업소장이든, 선임 직원이든 경영진 판단이 아니라면 왜 노동조합을 방해하겠냐. 모두 경영진들이 조종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아직 문건으로 작성된 증거가 없어 공식발표는 미루고 있지만 여러 가지 정황상 계획적인 노동조합 파괴가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요서울은 노동조합 주장에 대해 오리온 측에 질의서를 보냈고, 오리온 측이 확인한 사실관계와 공식입장 등을 들을 수 있었다. 골자는 부당노동행위와 관련된 문제는 전혀 없으며, 노동조합이 주장한 구조조정 역시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방 영업직 사원들을 대상으로 노조 탈퇴 강요 등 부당노동행위가 자행되고 있다는 주장은 “현재 부당노동행위 관련 조사는 울산 영업소 관련 건만 진행 중이며 녹취록 역시 해당 영업소장의 개인적인 언행 과실에 불과하다. 회사 차원의 자체 징계 및 타 영업소 전보 발령 조치가 이루어졌다”면서 “그 외 지역은 부당노동행위와 관련된 문제가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노동조합 설립 당시 10여건의 부당노동행위 고소고발이 진행됐는데 오리온 측의 협상 요구로 고소를 취하하자 아예 없었던 일처럼 홍보를 했다는 의혹에도 “노동부 조사 결과 전체 사안들에 대해 무혐의 처분이 확정되어 모두 종결됐다. 무혐의 처분 전 자발적 취하가 일부 있었으나, 협상을 요구한 적이 전혀 없다. 때문에 없었던 일처럼 홍보를 한 적도, 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구조조정과 관련해선 “일방적, 인위적 인력 구조조정을 한 적 없고, 구조조정 목표 인원도 없다”면서 “수년 전부터 슈퍼마켓 수가 줄고, 편의점, SSM(기업형 슈퍼마켓) 등이 늘어나는 유통구조의 변화에 따라 영업조직 운영의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2016년 하반기부터 대리점 영업 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했는데, 대리점은 대부분 기존 영업사원이 대리점주가 되어 운영함에 따라 자연히 영업인력 감소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인력 운용은 매출 및 시장∙유통환경 변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진행된다. 2018년부터는 대용식 등 신규사업이 본격화 되면서 사업 규모가 확대될 예정이며 인력운용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노조 설립 이후 오리온 측은 노조 파괴 시나리오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부당노동행위와 퇴사를 종용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노조 파괴, 퇴사 종용 등 부당노동행위는 전혀 없었으며, 관련된 노동부 판결 역시 앞서 언급된 1건 외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더불어 노조 파괴 시나리오라는 것도 전혀 없고 생산 및 영업노조와 원만한 협력관계를 유지해가고 있다”고 전했다. 

노동조합이 대부분의 의혹들이 영업소장 등 일부 관리인 판단으로 실행될 수 없는 사안들로 경영진판단 하에 이루어진 행태라고 비판한 부분은 “오리온 회사 차원의 노동조합 관련 발언 등 부당노동행위는 전혀 없었으며, 울산영업소 관련 녹취록은 해당 영업소장 개인의 언행 과실이었다”면서 “노조 탈퇴 유도 행위도 전혀 없었다. 노조 가입은 전적으로 근로자 개개인의 자유의지에 따른 것이며, 우리(오리온)는 누가 조합원인지도 전혀 알 수가 없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오리온은 현장에서 부당노동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영업소장을 대상으로 윤리경영 및 노동법 관련 교육 등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면서 2017년 7월과 11월, 2016년 6월 세 차례 교육을 실시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리온이 노동조합의 주장을 전면으로 반박하면서 오리온과 노동조합 간 진실 규명은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