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 스포츠대회 평창동계올림픽이 이제 40일도 채 남지 않으면서 국내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번 대회는 90개국 이상이 참가할 예정이어서 역대 최다 출전국 신기원을 열게 된다. 더욱이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최소 26개의 메달을 수확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 한국동계스포츠 역사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회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만큼 운영 및 설비 등에 마무리 과정을 하고 있다. 대회가 열릴 각 종목 12개 경기장 모두 테스트 이벤트를 통해 검증을 마쳤고 선수촌 시설은 물론 강릉·평창과 연계된 교통망 확충 역시 순조롭게 마무리되고 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7개 전 종목에 130명의 선수를 출전시키는 것을 1차 목표로 삼았다.

이는 2014 소치대회 당시 6개 종목에 71명을 파견했던 거에 비하면 약 2배 이상의 선수단 출전에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현재 출전권을 확보한 선수는 4개 종목 총 95명을 넘어섰고 남은 3개 종목에서 더 많은 선수들이 출전권을 획득할 예정이다.
 
이승훈 선수
    홈 어드밴티지 활용
최소 26개 메달 기대

 
이런 가운데 한국은 종합 4위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소치 대회에서는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를 획득해 종합 13위에 올랐다. 반면 이번 대회에서는 홈 어드밴티지를 적용해 최소 26개의 메달을 수확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달 22일 문화체육관광부의 ‘올림픽 성적 및 기대선수 현황’ 자료에 따르면 문체부는 6개 종목 24개 세부 경기에서 약 26개가량의 메달을 따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금메달’로 적시된 종목은 이승훈이 뛰는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를 비롯해 황대헌, 임효준이 출전할 쇼트트랙 남자 1500m, 심석희가 뛰는 쇼트트랙 여자 1500m와 쇼트트랙 여자 3000m계주, 원윤종·서영우가 달릴 봅슬레이 남자 2인승, 윤성빈의 스켈레톤 남자 등 6개다.

이 외에도 컬링은 남성, 여성, 혼성 모두 메달 가능성이 점쳐졌고 스키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과 남자 모글에서도 메달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봅슬레이는 남자 2인승을 제외하고도 남자 4인승, 여자 2인승이 메달권에 있다는 게 문체부의 자체 분석이다. 또 루지 더블과 팀 계주도 메달을 노릴 만한 종목으로 분류된다. 이와 더불어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귀화한 선수들 역시 메달 기대를 모으고 있다.
 
최보군, 이상훈 선수(왼쪽부터)
    설상 종목 분투,
메달 지형도 바꾼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그간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피겨스케이팅 등 빙상 종목 위주로 치우쳤던 한국의 메달 지형도가 고른 분포를 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여 한국 동계스포츠의 경쟁력을 몸소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역대 동계 올림픽에서 금메달 26개, 은메달 17개, 동메달 10개 등 총 53개 메달을 거둬 들였다. 하지만 스키와 바이애슬론 등 눈 위에서 펼쳐지는 설상 종목의 입상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는 한국이 눈 내리는 기간이 길어야 4~5개월에 불과한 지형적 특성이 약점으로 작용한 셈이다. 그러나 그간의 편견은 이번 대회에서 말끔히 날릴 수 있다는 조심스런 관측도 나와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먼저 최근 두 차례 월드컵에서 연달아 4위에 오른 프리스타일 스키 남자 모굴 최재우를 비롯해 남자 스노보드의 이상호와 최보군, 러시아에서 귀화한 남자 바이애슬론 티모페이 랍신 등이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삿포로 아시안 게임 금메달리스트인 이상호는 지난 3월 터키 카이세리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평행대회전에서 은메달을 차지해 한국 스키사에 첫 월드컵 메달을 안겼다.

최보군 역시 같은 대회에서 이상호에 이어 동메달을 따내 평창 메달 사냥에 청신호를 밝혔다. 김상겸도 이 대회에서 4위를 기록했다.

사격과 크로스컨트리를 합친 종목인 바이애슬론도 메달의 꿈이 무르익고 있다. 지난달 16일 프랑스 안시에서 열린 국제바이애슬론연맹(IBU) 월드컵 3차 대회 남자 10km 스프린트에서 랍신이 23분22초00을 기록해 출전선수 106명 중 8위에 올랐다.

랍신은 지난 3월 스웨덴 월드컵에서 같은 종목 13위를 차지해 한국 선수 월드컵 역대 최고 성적을 올렸다. 그는 러시아에서 이루지 못한 메달의 한을 한국에서 풀기 위해 달리고 있다. 랍신은 러시아대표팀 내 파벌 갈등 끝에 한국행을 선택했다.

최재우는 지난달 22일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시의 다이우스스키리조트에서 열린 FIS 프리스타일스키 월드컵 남자 모굴결선에서 82.90점으로 4위를 차지했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출전한 월드컵 무대에서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4위에 오르며 평창 메달 가능성을 높였다.
 
티모페이 랍신
    전통 효자 종목 빙상,
메달 사냥 승부수
 

설원에서 메달 가능성을 높이고 있지만 한국의 메달밭은 단연 빙상 종목이다.

한국이 전통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쇼트트랙은 시범종목으로 채택된 1988년 캐나다 캘거리 동계올림픽부터 금메달이 나오는 효자 종목이다. 한국선수들은 2017-2018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1차에서 4차 대회까지 총 32개 금메달 중 절반에 가까운 15개를 휩쓸었다. 은메달은 11개, 동메달 8개도 챙겼다.

주목받는 선수는 우선 생애 첫 올림픽에 도전하는 최민정이다. 최민정은 이미 월드컵 1~4차 대회에서 개인종목 12개 금메달 중 6개를 목에 걸었다. 특히 지난 9월 말 헝가리에서 열린 1차 월드컵에서 500m, 1000m, 1500m 종목을 가리지 않고 금메달을 독식했다. 평창에서는 개인종목과 계주에 출전해 금메달을 노린다.

소치대회에서 여자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심석희는 월드컵 1~4차에서 골고루 메달을 획득하며 메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는 최민정과 함께 개인종목, 계주 등에 출전한다.

남자 선수 중에는 황대헌이 눈길을 끈다. 그는 월드컵 1~4차대회에서 부상으로 참전하지 못한 임효준에 이어 두각을 나타냈다. 1500m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2개, 1000m에서도 2개 은메달을 획득해 남자 쇼트트랙팀의 새로운 유망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황대헌은 남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중 유일한 고교생이다.

쇼트트랙과 함께 쌍두마차로 불리는 스피드스케이팅에서 한국은 전체 14개 세부 종목 중 11개 출전권을 따냈다. 특히 이상화와 이승훈이 확실한 메달 카드로 손꼽힌다.
이상화는 소치에 이어 여자 500m 금메달 3관왕을 노린다.

여기에 지난달 25일 국방부가 장병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이 기대되는 선수’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국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지난해 종아리 부상으로 최악의 슬럼프에 빠졌지만 지난 3월 하지정맥류 수술을 받은 후 놀랄 만큼 빠르게 컨디션을 회복하고 있다.

다만 이상화의 최대 난관은 일본 스피드 스케이킹 에이스인 고다이라 나오로 올 시즌 월드컵에서 이상화를 누르고 금메달을 거머쥐어 금메달 사냥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승훈은 2010년 벤쿠버 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0000m에서 가장 먼저 들어온 네덜란드 스벤 크라머가 실격 처리되면서 깜짝 금메달을 땄다.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2관왕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특히 이승훈은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쇼트트랙으로 다시 스피드스케이팅으로 돌아온 독특한 커리어를 가졌다. 이번 대회에서 5000m·10000m·매스스타트·팀추월 등 총 4개 종목에 출전한다.
여자 컬링
    빙판 위의 체스로 불리는 컬링에서는 지난해 5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남녀부와 믹스더블 종목을 모두 휩쓴 경북체육회 컬링팀이 금메달을 노리고 있다. 여자 대표팀의 김영미·김경애 선수는 11년 동안 함께 컬링을 해 온 자매로 지난해 11월 열린 아시아태평양 컬링선수권에서 12전 전승을 이끌며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또 남자 대표팀의 이기복과 믹스더블 대표인 이기정은 쌍둥이 형제이자 서로에게 최고의 조언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외에도 장반석·김민정 부부 감독을 포함해 대표팀 15명 가운데 7명이 가족관계로 끈끈한 팀워크를 자랑한다.
 
세계적 스포츠 스타
총출동, 기대 만발

 
이 밖에도 한국은 봅슬레이에서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꿈꾸고 있다. 남자 봅슬레이 2인승 부문의 원윤종·서영우 조가 월드컵에 참가하고 있다. 다만 아직 썰매 선택을 두고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라트비아산 썰매(BTC)와 현대차가 제작한 국산 썰매를 놓고 좀 더 평가 후 확정키로 했다.
봅슬레이
    빙상의 꽃으로 불리는 피겨스케이팅에서는 피겨 여제 김연아의 은퇴로 다소 싱겁지만 제2의 김연아를 꿈꾸는 피겨 유망주들을 만나볼 수 있다. 남자 싱글 부분의 차준환을 비롯해 한국 피겨사상 최초로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여자 싱글 부문 최다빈 등 신예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한편 평창대회에서는 다시금 세계적인 스타들이 기량을 느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스키 여제’ 린지 본과 미카엘라 시프린, 남자 알파인 스키 최강 마르셀 히르셔, ‘빙속 황제’ 스벤 크라머, ‘썰매탄 볼트’ 마르틴스 두쿠르스 등이 평창에서 최고의 기량으로 금메달 사냥에 나설 예정이다.

또 IOC가 러시아 선수단 출전을 금지한 탓에 개인자격으로 참가하는 남자 쇼트트랙의 전설 안현수와 세계여자피겨스케이팅의 1인자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도 큰 이변이 없는 한 ‘러시아에서 온 선수(OAR)’라는 생소한 소속으로 메달 사냥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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