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 누구도 승자 아냐, 북한 운명 5월까지 고비”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핵을 둘러싼 미국과 북한의 싸움이 극단을 치닫고 있다. ‘전쟁’과 ‘대화’ 중 선택만 남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부는 부정하고 있지만 코리아패싱은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다. 한반도의 주인은 우리지만 정작 미국과 북한 사이에 끼어들지도 해결사 역도 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선택에 따라 한반도의 미래는 크게 출렁일 전망이다. 전쟁 위기가 올지 평화가 올지 북한의 손에 달렸다는 얘기다. 일요서울은 종잡을 수 없는 북한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북한전문가 경기대 북한학과 강명도 교수를 만났다. 

“내부 소요사태로 북한 무너질 확률 90%”
“문재인은 박근혜 보다 더한 사람이다”


경기대 북한학과 강명도 교수와의 인터뷰는 12월 28일 오후 일산의 한 카페에서 약 한 시간 반 가량 진행됐다. 강 교수는 평양에서 태어나 평양외국어대학을 졸업하고 북한 인민무력부 보위대학 보위전문 연구실장을 지냈다. 

강 교수의 할아버지 강선욱은 김일성의 외할아버지 강돈욱과 6촌 지간이며, 부주석을 지낸 강량욱의 형이다. 강량욱의 조카 손자인 강 교수는 김일성의 외가 쪽 10촌 동생이다. 그리고 강 교수의 장인은 강성산 총리다. 북한에서 총리는 권력서열 3위에 해당한다. 그가 북한의 상위 1%에 해당하는 고위 간부 출신으로 분류되는 이유다.  

강 교수는 1994년 탈북 이후 통일부 산하 통일정책연구소, 민족통일연구원 연구원, 동포사랑 전국연합회 대표, KBS정책자문위원, 종편시사채널 패널 등 북한전문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강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니다.

- 지난해 미국과 북한이 핵을 둘러싸고 일촉즉발의 위기까지 가며 치열한 말싸움도 벌였다. 승자는 누굴까? 
▲ 아직은 누구도 승자가 아니다. 말싸움 정도가 아니라 대립관계가 상당히 날카로워졌다. 미국이 원하는 것과 북한이 원하는 게 상충하기 때문에 합의점을 찾을 수가 없다. 북한은 절대 핵을 포기할 수 없다고 여러 차례 성명 등을 통해 김정은이 직접 발표했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은 용납이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지금 상태로 봐서는 어느 한 쪽도 물러설 기미가 없다. 트럼프 정부 들어서 레드라인이 계속 후퇴했다. 오바마 정권, 클린턴 정권 때는 매번 같았는데. 트럼프의 경우 ‘핵실험 하면 끝장’이라고 했지만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할 때까지 레드라인을 물러서며 계속 용납해 왔다. 

- 유엔안보리의 북한 유류제한 조치가 어떤 영향을 끼칠까? ‘제2고난의행군’ 등 북한 주민들의 고통만 더 커질거 란 얘기도 나온다. 어떻게 생각하나? 
▲ 김정은이 직접 발표했다. 북한 정부에서 ‘제2고난의행군’이 올 거라고 노동신문에서 사설로 나왔다. 실제로 그걸 각오하자고 선전하고 있다. 1차 고난의행군 당시 350만 명이 굶어 죽었다는 건 기정사실이다. 그만큼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걸 각오하고서라도 핵을 놓지 않겠다는게 김정은 정권의 생각이다. 지금 봐서는 경제적인 압박을 통해서는 북한의 핵을 제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 북한은 지난해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북한의 의도가 뭔가?
▲ 완벽하게 핵무장 완성에 성공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왜냐면 완벽하게 성공했다는 소리는 소형핵탄두를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전력화’ 했을 때를 의미한다. ‘전력화’라는 얘기는 10기든 20기를 배치하는 걸 말한다. 그때 핵무장을 완벽하게 했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실험단계서 성공했다 뿐이지 아직까지는 전력화 단계에 들어서지 못했다. 북한이 서둘러서 완전하고 완벽한 핵무장에 성공했다고 자축하며 발표한 이유는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의 군사옵션이 말로만 끝나지 않는다는 걸 김정은 정권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다가는 궤멸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쟁이 나면) 한반도가 피해를 당할 수 있지만 한국의 피해와 북한의 피해는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은 ‘완전파괴’를 말했다. (북한을) 막을 방법은 완전파괴 밖에 없다는 것이 트럼프의 입장이다.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경우) 어느 정도 한국에 피해를 줄 수 있지만 완전히 없앨 수 없다. 또 미국에 피해는 줄 수 있지만 미국을 상대해서 북한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북한에서 몇 명이나 있겠나. 그렇기 때문에 북한에서는 (더이상) 계속해서 대륙간 탄도미사일 실험을 할 수가 없다.

- ‘시간이 없다’는 말의 의미는 무엇인가?
▲  북한의 경제가 쓰러져 가고 있다. 유엔 제재 때문에 내부적인 반발이 예전하고 달라졌다. 과거 중앙집권 체제에서는 중앙노동당이 명령을 하면 그대로 따랐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김일성이나 김정일 때는 그나마 중앙에서 생필품 등을 공급받았지만 지금은 그게 완전히 사라졌다. 지금 북한 주민들은 시장에서 살아 나가고 있다. 장마당 얘기다. 장마당을 통해서 모든 생필품, 먹거리를 의존해 생활하고 있다. 이제는 중앙에서 말하면 받는 시늉이나 하지 듣지를 않는다. 그런데 자기네가 의존해서 살아가는 시장의 물가가 폭등한다면 어떻게 살아 가겠나. 북한 정부, 주민 모두 살수가 없다. 장마당 물가가 폭등하는 이유는 유엔 제재를 통해 압박이 가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아무리 밀수품으로 들여보낸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밀수품으로 400개가 넘는 장마당 안의 물건들을 채울 수 있겠나. 그래서 김정은은 시간이 없다. 이대로 가다가는 내부에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또다시 ‘제2의 고난의 행군’을 극복하자고 하지만 이게 어떤 소요사태로 발전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당장 북한 주민들이 몽둥이나 도끼를 들고 김정은 정권에 항거하지는 못하겠지만 대량 탈북 난민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 실제 내부소요 및 탈북 난민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은?
▲ 지금 이대로 가면 2018년이 상당히 고비라고 본다. 북한의 경제 상황으로 봤을 때 이런 소요사태가 발생하려면 2~3년은 더 걸린다. (유엔이) 경제 봉쇄를 하지만 북한이 어느정도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2~3년은 버틸거다. 그러나 2~3년 내에 이걸 해결하지 못하면 북한은 무너진다. 내부 소요사태로 무너질 확률이 80~90%다. 개인적인 추측이 아니라 북한에서 들어오는 정보가 그렇다. 이미 물가폭등이 시작됐다. 지금은 버틸 수 있지만 1~2년이 지나면 버틸 수 없다. 

- 올해가 북한의 위기 및 고비라는 의견도 있는데?
▲ 핵무력 완성을 선포하고 핵대핵으로 미국과 회담을 진행하려는 것이 김정은의 생각이다. 김정은은 핵무력 완성을 선포했으니 더 이상 실험을 할 필요가 없다. (이제) 회담으로 유턴하면 문제가 해결된다. 하지만 또다시 핵미사일이나 인공위성을 가장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등의 실험을 하면 미국이 군사행동으로 나설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핵무기의 완벽한 전력화 상태가 아니다. 실험을 더 해야 한다. 그래서 북한이 시간이 없다고 하는 것이고 올해가 상당히 위험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5월까지가 김정은 정권의 고비로 보고 있다.

- 문재인 정부나 국민들은 북한이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나?
▲ 우리는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 우리만 평온하다. 일본, 중국, 미국에서는 지금 (미국의 북한 공격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은 조건없이 대화로 나오라고 하고 있다. 그전에는 이런 말을 안했다. 조건없는 대화는 없다 무조건 핵 포기 결심을 가지고 나오라고 했는데 지금은 아니다. 러시아, 중국, 우리나라 정부가 절대 전쟁은 안 된다고 막아서고 있다. 우리가 막아서면 미국이 군사행동을 하기가 껄끄럽다. 그래서 미국이 한국의 손을 마지막으로 들어준 거다. 그런데 (북한이) 안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 북한이) 또다시 핵을 쏜다 그러면 중국, 러시아도 북한 편을 들어줄 수 없다. (중국,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 제재에 동참했다는 것 자체가 지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보여준다. 이제는 김정은이 회담에 나와야 한다. 

- 김정은이 대화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가 있나?
▲ (김정은이) 조건없는 대화에 나오게 되면 실험을 할 수 없다. 회담하면서 또다시 미사일 실험을 한다던 지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김정은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핵 실험을 하고 그래서 이것을 전력화 표준화 하려는 게 김정은의 목적이다. 전력화 하려면 표준화 규격화 해야한다. 그리고 난후 대량 생산체제에 들어가야 한다. 지금은 수작업이다. 북한이 만드는 모든 미사일은 수작업이다. 그냥 손으로 깎고 맞추는 수준이다. 50개에서 100개를 만들어야 전력화 할수 있다. 그러려면 한 두 번은 더 발사해야 한다. 그래서 조건없는 대화에 못 나오고 있는거다.

-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아무런 영향력을 끼치지 못하는 것 같다. 왜 그럴까?
▲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 때 말했다. 우리가 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그게 한계다. 우리가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손 놓고 있어야 하나. 아니다. 문재인 정부가 핵을 포기하게 하려고 압박한다고 하니까 북한이 코웃음 친다. 북한에서 하는 얘기가 압박을 하면서 무슨 대화를 한다고 하냐 그러고 있다. 그러면서 죽게 만들면 우리가 핵을 포기할거라 생각하는데 꿈 깨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박근혜 정부 때보다 더 격렬하게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 북한이 박근혜 정부 보다 문재인 정부에 더 비판적이라는 말이 사실인가?
▲ 왜 그러냐면 박근혜 정부는 원래 그랬다. 원래 보수정권이고, 자기들 압살하려고 하고. 심지어 북한 주민들에게 공개적으로 한국으로 넘어오라고 하지 않았나. 박근혜 전 대통령은 북한을 없애려고 했던 의지가 강했으니 당연히 그렇게 봤다. 그래서 오히려 (북한이) 회담을 하자고 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승인을 안했다. 형식적인 건 필요없다고.  
문재인 정부는 김정은 정권을 다루는데 있어서 처음부터 신발을 잘못 신었다.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 때처럼 하려고 했으면 북한에 대한 제재는 유엔에 맡기고 빠졌어야 했다. 한미동맹을 강화하려는 행동은 어쩔 수 없어도 먼저 앞에 나서서 중국, 러시아에 가서 (북한을) 압박하는 행동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직접 나서 북한에 대한 압박을 부탁했다.  
이런 모습들이 북한으로 하여금 야 저건 박근혜 보다 더한 사람이로구나 이렇게 생각을 하도록 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어떻게 우리한테 저럴 수가 있나하는 생각을 했을 거다. 강경화 장관도 아프리카, 동아남아 순방을 하면서 (북한을) 압박 해 달라고 하지 않았나.

- 김정은이 문재인 정부에 대해 기대한 바가 있었다는 소리로 들리는데?
▲ 김정은이 문재인 정부는 남북 관계는 좀 나아지고 압박 강도도 나아지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압박 강도가) 오히려 더 세졌다. 김정은은 현 정부에 대해 좌절감과 분노를 느끼고 있을거다. 그래도 진보정권으로써 우리랑 손잡고 남북관계에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을 거다. 그런데 기대에 못 미치는 정도가 아니라 더 하니까 우리 갈길 가자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핵실험도 문재인 정권 때처럼 두 번한 적도 없다. 미사일 발사도 마찬가지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