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 대신 北 체제 불만과 한국 사회 동경 때문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지난 12월 21일 합동참모본부(이하 합참)는 중서부 전선 최전방 감시초소(이하 GP)를 통해 북한군 1명이 귀순했다고 밝혔다. 북한군 귀순은 지난달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귀순 이후 38일 만이다. 합참 관계자는 “중서부전선 GP 경계병과 감시장비 등으로 북한군을 식별했다”며 “우리 군은 귀순자 신병을 안전하게 확보했으며 귀순 동기와 경위 등에 대해서는 관계 기관에서 조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합참의 북한군 신병 확보 당시에는 안개가 짙어 가시거리가 불과 100m도 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야말로 목숨을 건 탈출이었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군 귀순 당시 북한군 수색조가 군사분계선으로 접근했다고 한다. 우리 군은 9시 24분경 귀순한 북한군인의 신병을 확보하고 수색조를 향해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실시했다.
 
JSA 귀순 병사 한국 아이돌 노래·과자 좋아해
낮아지는 귀순자 연령, 10대·20대·30대가 주류

 
중서부 전선 최전방 감시초소로 북한군이 귀순하기 하루 전인 12월 20일에도 동해상에서 북한 남성 2명이 귀순해 왔다. 이들은 우리 해군에 발견되자 귀순 의사를 밝혔고 합참은 21일 합동조사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20일 오전 11시 30분께 독도 북방 약 100㎞ 지점에서 북한 선박이 발견됐으며, 남성 2명이 승선하고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들이 애초부터 귀순을 하기 위해 남쪽으로 내려온 것인지 선박 고장 등으로 표류한 것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 3년간 29명 귀순
군인 7명 민간인 22명

 
육·해상을 통한 북한군, 민간인의 귀순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근 귀순자들을 살펴보면 과거 귀순자들과 다른 점들이 눈에 띈다. 과거엔 귀순 동기가 대부분 생활고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북한사회에 대한 체제불만과 한국사회에의 동경 때문에 귀순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귀순 연령대도 점점 낮아지고 있어 주목된다.

국민의당 김중로 의원이 지난 12월 25일 합동참모본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귀순한 인원은 모두 17건, 29명이다. 이 가운데 군인은 7명, 민간인은 2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이한 점은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지난해부터 귀순자들이 모두 체제 불만과 한국사회의 동경 때문에 귀순을 선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귀순자 현황을 살펴보면 2015년에는 모두 5건으로 민간인 7명, 군인 2명을 기록했다. 2016년은 모두 3건으로 민간인 4명, 군인 1명이 귀순했다. 올해는 모두 9건으로 민간인 11명, 군인 4명이다.

귀순 동기를 살펴보면 2016년 이후 귀순자는 모두 북한에 대한 체제 불만과 한국 사회 동경 때문에 귀순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5년 이전에는 전체 5건 가운데 한국사회 동경 및 체제 불만이 2건, 생활고가 3건이었다.
 
김중로 의원 “북한에
개혁·변화 물결 존재”

 
귀순자들이 북한 체제에 대한 불만과 한국 사회를 동경하게 된 계기는 한국 대중문화의 북한 유입이 큰 원인으로 제공했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11월 13일 JSA를 통해 귀순한 오청성 병사도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를 통해 한국 아이돌 가수와 초코파이를 언급했다고 알려진 만큼 북한 사회는 이미 정부의 통제를 벗어나 다양한 외국 문물을 접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한편 귀순자들의 연령대도 점차 낮아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2017년에만 10대 1명, 20대 9명, 50대 2명(2017년 12월 20일과 21일 귀순자 제외) 인 것으로 나타나 30~40대가 포함된 2015년 2016년과 비교해 연령대가 비교적 낮아졌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김중로 의원은 “최근 북한에 개혁과 변화의 물결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며 “젊은 사람들의 귀순이 증가한 점으로 보아 한국에 대한 정보 습득이 전보다 늘고 다양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1962년 최초 귀순자
발생… 누적 탈북민 수 3만 명 넘어

 
우리나라에 최초의 귀순자가 나온 건 1962년이다. 2016년 11월 13일 통일부에 따르면 같은 달 11일 제3국을 통해 국내 입국한 탈북민 7명을 포함해 누적 탈북민 수는 총 3만 명을 넘겼다. 국내 입국한 탈북민은 지난 2006년 2월 1만명, 2010년 11월 2만 명을 돌파했다.

탈북민의 입국은 2005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추세를 유지하다 지난 2012년 이후 감소추세를 보인 뒤 2016년부터 다시 증가하고 있다.

성별로는 2002년을 기점으로 여성 탈북민 수가 남성을 초월하기 시작했고 2016년 10월말 기준으로 전체 입국자의 71%가 여성을 차지했다. 이는 남성은 직장생활을 하는 반면 여성은 장마당 활동 등으로 북한 내 이동이 자유로운 점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2016년 통계 기준 입국당시 연령 기준으로는 20·30대층이 전체의 58%으로 차지하며, 현재 연령 기준으로는 경제활동인구인 30·40대가 56%였다.

특히 전체 탈북 청소년 2,701명 중 51%인 1,383명이 중국 등 제3국에서 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탈북 동기나 유형에 있어서도 다양한 변화를 보였다. 특이한 점은 귀순자들에게서 보이는 귀순 동기와 탈북 동기도 똑같다. 2001년에는 10명 중 6명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탈북을 선택한다고 응답했지만, 최근에는 자유에 대한 동경 34.8%, 정치 체제에 대한 불만 17.5% 등의 이유로 탈북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탈북했다고 응답한 사람은 12%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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