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1일 충청북도 제천시 하소동의 스포츠센터 화재는 29명의 생명을 삽시간에 집어삼켰다. 29명 중 20명은 2층 여자 사우나에서 탈출시기를 노치고 유독가스에 질식해 숨졌다.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었겠지만 그들 중에서도 유의해야 할 두 가지 대목이 있다. 

첫째, 8층 전체 건물층 중 밀폐된 2층 여성 사우나 손님 20명은 비상 탈출구를 쉽게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던 끝에 유독 가스에 질식돼 희생되었다. 탈출 비상구는 양 옆으로 선반이 설치된 채 물건으로 가득 차 한 사람이 겨우 드나들 정도로 좁아 눈에 띄지 않았다. 다급한 여성들은 비상구를 몰라 헤매며 정문 쪽으로 나가려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둘째, 소방대원들이 건물 밖에서 2층 사우나 유리창을 즉각 깼더라면 사우나 여성들은 찬바람 유입으로 정신을 차려 탈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소방차들은 화재 현장에 도착했으나 안타깝게도 건물에 접근하지 못했다. 불법으로 주장차된 차량들에 막힌 탓이었다. 소방차들은 500여m를 돌아가 반대쪽 방향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이번엔 소방차들이 거기에서도 불법 주정차들로 인해 구조작업에 필요한 공간을 확보하지 못해 30여분간 차들을 치워야 했다. 그러는 사이 화재발생 5분내에 진압해야 하는 ‘골든 타임’을 놓치고 말았다. 대형 화재 참사가 발생할 때 마다 소방차 진입을 가로 막던 불법주정차들이 또 수십명의 생명을 희생시키고 만 것이다.

제천 스포츠센터 참사 발생 후 꼭 4일 만인 25일이었다. 화재 현장 도로에는 나흘 전과 똑같이 불법 주장차들로 들어차 있었다. 이 불법 주정차 운전자들은 나흘 만에 화마가 휩쓴 참화를 깨끗이 잊어버리고 다시 차를 댔다. 불법 주정차 않겠다던 결심은 작심삼일(作心三日)로 그치고 만 것이다. 

우리 국민의 작심삼일은 제천 스포츠센터 참화로 그치지 않는다. 2014년 세월호 비극 후도 마찬가지다. 세월호의 급격한 침몰과 참사 원인으로는 여객선의 화물 과적, 여객선의 복원 능력을 떨어뜨리는 불법 증개축, 세월호 이준석 선장의 단신 탈출, 선원들의 안전교육 실시 불이행 등이 지적된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1년 후 여객선들의 화물과적, 불법 증개축, 선원들의 안전교육 불이행 등은 여전하다. 이 또한 망국적 작심삼일의 악습 탓이다. 

작심삼일은 우리 백성에게 유난히 심한 것 같다. 로버트 루빈 전 미국 재무부장관은 자신의 회고록 ‘불확실한 세계에서’에서 유독 한국인들이 ‘“고통스러운 경험에서 얻은 교훈을 너무 빨리 잊어버린다”며 “고통의 망각은 ’바람직하지 못한 판단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경고하였다. 루빈의 경고대로 우리 백성은 고통스러운 경험에서 얻은 교훈을 너무 빨리 잊어버린다. 나흘 만에 까먹는다. ‘치매 공화국’이라고 자괴하는 말도 있다. 

제천 스포츠센터 참사 후 나흘 만에 그 자리에 뻔뻔스럽게 불법 주정차하는 심보는 뻔하다. 불법 주정차를 해도 차주들에게 엄격한 제재가 가해지지 않고 가벼운 처벌로 그치기 때문이다. 법을 법대로 가차 없이 집행하지 않기 까닭이다. 그래서 외국 언론들은 한국의 반복되는 대형 참사 이유로 가벼운 처벌, 느슨한 규제, 안전 규정에 대한 무시, 경제발전을 우선시하는 경향 등을 적시한다. 법은 예외 없이 법대로 무섭게 다스려야 한다. 

선진 국가들에선 불법주정차에 대해 32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거나 차창을 깨고 견인해 간다. 저렇게 법이 독하면 불법 주정차 하라고 해도 못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들은 이게 나라냐고 물었다”며 “오늘부터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대형 화재 참사 나흘 만에 그 자리에 불법 주정차 하는 나라가 나라냐고 묻고 싶다. 문 대통령은 오늘부터 ‘정치보복’으로 간주되는 ‘적폐 청산’ 보다는 ‘불법 주정차 청산’부터 시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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