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洪·安, ‘결과’에 따라 ‘天上天下’ 가른다

왼쪽부터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뉴시스>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격랑의 2017년이 가고 2018년 무술(戊戌)년을 맞이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집권 2년 차인 내년 여야는 개헌과 지방선거라는 굵직굵직한 정치적 과제에 직면해 있다. 국가 뼈대를 고치는 개헌과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성과’에 따라 정치권은 또 한 번 격동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된다. 두 개의 큰 산을 넘기 위한 여야의 건곤일척 승부가 이미 시작되고 있다.
 
여당 ‘17개 광역 중 절반 이상 목표’… 야당 ‘내홍 잡고 조직 정비 돌입’
改憲 여야 ‘동상이몽’…필요성 공감 시점 이견 ‘개헌 골든타임’ 잡을까

 
6월 13일로 예정된 지방선거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띤 동시에 21대 총선의 가늠자로 각 정당과 주요 정치인의 정치 생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추, 승리 이끌고
총리 또는 의장 도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7개 광역단체장 선거 중 절반 이상인 9군데 이상을 가져오면 ‘승리’했다는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치적 상황은 희망적이다. 대통령 지지율 70%, 당 지지율 50% 등 지지율 고공행진을 달리고 있고, 집권 중·후반이 아니라 초기에 선거가 치러지는 만큼 장밋빛 전망이 나온다.
 
TK(대구·경북) 지역을 제외하곤 ‘선수층’도 두텁다. 여기에 지방선거 준비도 착착 진행 중이다. 지방선거를 총괄하는 지방선거준비기획단을 꾸려 매주 회의를 열고 지방선거와 관련한 당헌·당규, 시행세칙 등을 다듬어 왔다. 지방선거기획단은 새해가 되면 지방선거기획본부로 확대 개편해 세부 전략과 정책, 공약 등을 담당하는 하부 조직도 설치할 계획이다.
 
지방선거 결과는 주요 정치인 거취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서울시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추미애 대표는 불출마 의사를 거듭 피력함에 따라 큰 변수가 없는 한 감독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첫 집권 여당 여성 대표가 된 추 대표가 임기 종료를 목전에 두고 치러지는 선거를 다시 한번 승리로 이끈다면 더 큰 꿈을 노려볼 수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추 대표의 차기 행보로 사상 두 번째 여성 총리 혹은 헌정사상 첫 여성 국회의장에 도전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와 반대로 지방선거와 관련한 한국당 상황은 녹록지 않다. 선거 핵심 요소인 인재 영입에 애를 먹고 있다. 홍준표 대표가 그간 공들였던 안대희 전 대법관과 장제국 동서대 총장에 이어 ‘회심의 카드’ 홍정욱 헤럴드 회장마저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연거푸 인재 영입에 실패하자 당내 우려도 커지는 분위기다.
 
앞서 홍 대표는 “지방선거에서 (현재 한국당이 차지하고 있는) 인천·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 등 6개 광역단체장을 지켜내지 못하면 대표직을 사퇴하겠다”고 승부수를 띄운 바 있다. 현재 저조한 지지율이 이어지는 가운데 선수 영입에도 차질을 빚으면서 홍 대표의 정치 행보에 적신호가 켜졌다.
 
국민의당의 경우 당 내부 정비가 시급하다. 29일 현재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를 둘러싸고 잡음이 지속되고 있다. 통합 막바지에 들어서면서 반대파들과 ‘합의 이혼설’도 나오는 가운데 만약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국민의당은 지방선거에서 존재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안철수 대표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방선거와 관련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한 정당이 2등 정당이 되어 자유한국당을 누르는 게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로선 희망사항으로 그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안 대표는 이러한 여건을 돌파하기 위해 서울시장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통합 이후 서울시장에 출마하는 것으로 바른정당과 역할 분담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안 대표가 서울시장에 출마하더라도 승리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패배한다면 정치 생명에 치명타를 입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 현재 전국 광역자치단체장 중 유일하게 제3의 당(바른정당)이 차지하고 있는 경기와 제주의 경우, 남경필 지사와 원희룡 지사 모두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부정적이어서 통합 신당이 등장해도 어느 곳 하나 당선자를 배출하기 쉽지 않다는 평이 나온다.
 
시기 놓고 ‘삐그덕’
30년 만 새 옷 입을까

 
1987년 이후 사회는 빠르게 변했지만 30년째 그대로인 국가 기본 틀을 바꾸는 문제도 내년 풀어야 할 핵심 과제다. 개헌 필요성에 대해선 여야 간 이견이 없다. 지난 대선 당시 주요 후보 모두 개헌을 공약했다. 하지만 개헌 시점을 두고는 갈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집권 초기 ‘개헌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여야는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논의를 함께 논의하기 위해 기존에 흩어진 관련 특위를 하나로 합쳐 6월까지 논의한다는 점은 합의했지만, 개헌안 도출 시점에 대해선 합의에 실패했다.
 
민주당은 한국당 포함 주요 대선 후보가 공약한대로 지방선거·동시개헌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추 대표는 “국회와 정치권은 반드시 내년 2월 말까지 국민의 염원을 담은 책임 있는 개헌안을 도출하고 6월에 직접 국민들의 뜻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당은 민주당이 내년 2월까지 국회에서 형식적 논의만 하다가 막판에는 이를 뒤엎고, 청와대가 발의하는 이른바 ‘문재인 개헌’으로 동시투표 하겠다는 꼼수를 부린다고 의심하고 있다. 한국당은 지방선거 이후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내년 말까지 개헌을 하자는 입장이다.
 
국민의당은 개헌 동시 투표를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인 동시에, 여당의 무책임과 한국당의 당리당략 때문에 개헌 논의가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고 양측을 비판하고 있다.
 
여야 간 이견이 큰 권력구조(정부 형태)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현행 대통령제를 유지하는 4년 중임제를,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은 분권형 대통령제인 이원집정부제[대통령은 외치(外治), 총리는 내치(內治)]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주요 사안에 대해 국회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대통령안을 발의해서라도 지방선거 동시 개헌 공약을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개헌은 국회에서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해 한국당(106석)이 반대하면 현실적으로 개헌이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난항이 예상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개헌안 도출 데드라인인 2월과 지방선거가 있는 6월이 정치권을 뒤흔들 주요 변곡점이 될 것”이라며 “내년 한 해도 정치권 시계가 숨 가쁘게 돌아갈 것 같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