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경제학자, 103개 국가 출신 난민 분석해 결론
기후가 옥수수 재배에 나쁘게 변하면 난민 증가


[일요서울 | 곽상순 언론인] 전쟁과 박해를 피해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살던 곳을 버린다는 것이 그간 난민 발생을 설명하는 기본적인 이론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빠른 지구 온난화 때문에 2100년까지 유럽연합(EU)으로 들어가는 난민의 수가 근 3배로 증가할 수 있다는 학자들의 연구결과가 지난 12월 21일(현지시간, 이하 같음) 발표됐다. 일부 다른 연구자들에 의해 과장됐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는 이 연구는 옥수수 경작에 이상적인 것보다 본국의 기온이 훨씬 더 높거나 낮았던 2000~2014년 기간에 103개 국가로부터 EU로의 망명 신청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었음을 지적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수확에 타격을 가하는 대규모 기온 상승이라는 시나리오 하에서 2000~2014년 연간 평균 35만1000명이었던 망명 신청자 수가 2100년이 되면 101만 명으로 늘어날 수 있다. 이보다 덜한 온난화 시나리오 아래에서 망명 신청자는 28% 증가에 그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의 두 환경 경제학자인 월프람 쉴렌커와 아노우치 미시리안이 진행했으며, 그 결과는 세계적인 과학저널인 ‘사이언스’에 실렸다. 쉴렌커는 “그것은 신약(新藥) 시험과 매우 흡사하다.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매우 많듯이 망명 신청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도 매우 많다. 우리는 기후와 분쟁 사이의 관계를 수립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두 학자는 이번 연구를 진행하면서 2000~2014년 EU로의 망명 신청, 그리고 103개 국가의 평균기온을 조사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2015년과 2016년의 망명 신청은 무시하기로 했다. 왜냐하면 이 두 해의 망명 신청에는 시리아 내전과 여타 분쟁들이 압도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이 두 해 동안 해마다 1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망명을 신청했다. 이는 앞에서 말한 2000~2014년 연간 평균 망명 신청자 35만1000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치이다.

쉴렌커와 미시리안은 기후와 이주 사이의 초기 상호관계를 발견했지만, 통계적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자료를 더 광범하게 검토했다. 그들은 세계금융위기의 시작과 같은 1년짜리 충격들을 제외했다. 그들은 또 더운 나라와 추운 나라 사이의 차이를 감안했다. 왜냐하면 추운 나라는 더운 나라보다 기온이 몇 도 추가 상승하더라도 그것을 더 잘 견딜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해서 결국 그들은 망명 증가의 전체적인 영향은, 그 원인이 옥수수 경작 기간에 그 경작 지역에 타격을 가하는 옥수수 경작 국가들에서의 기온 충격에 있음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언뜻 기후변화와 이주, 즉 난민 발생 사이의 관계를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것은 실제로는 기후와 정부 붕괴 또는 압제라는 더 깊은 문제를 건드리고 있다. 그것은 강제적 이주(forced migration)의 정의 때문이다. 분쟁이나 박해로 인한 난민만이 다른 국가에서 영구 망명을 신청할 수 있다. EU 회원국 전부가 서명한 1951년의 유엔 난민협약은 경제적 이유 때문에 한 국가를 탈출하는 사람을 난민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그런데 한 국가가 기후 충격을 겪으면 그 국가 출신 난민은 EU에의 평균적인 신청자보다 망명을 인정받는 비율이 3배 이상 높았다. 쉴렌커가 보기에 이것은 기후 위기와 군사적 분쟁 또는 박해 사이의 깊은 연결을 가리킨다. 쉴렌커는 “이것이 작동하는 매커니즘은 분쟁”이라면서 “그들이 수용되거나 수용되지 않는 이유를 우리는 알지 못하지만, EU 내 도착 국가들의 사람들은 그들을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고 미국 종합잡지 어틀랜틱에 밝혔다.

쉴렌커 등의 논문에 따르면, 지구촌의 이산화탄소 배출이 통제돼 지구 온난화가 섭씨 2도 상승에서 억제되면 EU에의 망명 신청은 연간 약 28%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탄소 오염이 줄지 않은 채 지속돼 지구촌 기온이 섭씨 5도까지 상승하면 2070년 망명 신청이 188% 증가할 수 있다. 이는 해마다 EU에서 보호를 모색하는 사람이 65만 명에 달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쉴렌커는 이러한 전망을 어디까지나 참고용으로 보아 달라고 당부한다. 그는 “이것이 우리가 현재의 자료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최선의 추정이지만 변수도 많다”고 말했다. 그가 제시한 전망은 너무 높을 수 있다. 왜냐하면 더 따뜻해지는 기후에 대한 지구 차원의 적응을 감안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그의 전망은 너무 낮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내전이나 정권 교체와 같은 정치적 격변 사태를 감안하지 않기 때문이다. 쉴렌커는 “한 국가가 민주주의에서 독재로 전환하면 그것 때문에 매우 더 많은 망명 신청이 생기는데, 그것은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우리는 모델에서 그것을 감안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시리아 내전을 피해 집을 버리고 유랑 길에 오른 사람들의 수가 기후변화로 인한 이주자보다 훨씬 많았음을 상기시켰다. 기후와 정치의 교차점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그 둘 사이의 역사적 연결이 매우 튼튼하다고 보면서도 앞으로도 과연 그럴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시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 캠퍼스의 정치학자 클레어 에이디다는 “이것은 기온과 강제적 이주 사이의 강한 관계를 보여주는 매우 강력한 연구”라면서 “이 논문 저자들의 분석은 매우 치밀하다”고 평가했다. 그녀는 이어 “경작 지역에서 경작 기간에 걸친 기온 일탈(逸脫)을 당신이 볼 때에만 그 관계가 유효함을 그들은 보여준다. 그런데 이것은, 기후변화와 분쟁이 농업소득에 미치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통해 연관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농업경제학의 많은 여타 연구와 일치한다”고 말했다. 네브라스카대학교의 정치학자 엘리자베스 찰레키는 이번 연구의 핵심 발견이 강력하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연관될 수 있는 몇 가지 추가 변수들을 그녀가 파악했다고 말했다. 그녀에 따르면, 강제적 이주를 유발하는 요인으로는 식품 부족을 경감시키는 상품 작물이 있는가의 여부, 대량학살처럼 기후와 관련이 없는 더 광범한 사태들이 해당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지 여부 등이 있다. 찰레키는 “그 연구자들은 그들의 상호관계가 다른 것들이 같을 경우라고 인정하지만, 실제 삶에서 그런 일이란 있을 수 없다. EU와 여타 지역들에서 민족주의 정치가 대두하면, 기후변화에 대해 뭔가를 하는 것이 단지 좋은 환경정책이 아니라 좋은 국가안보 정책이 될 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EU가 안보 차원에서 기후변화에 접근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곽상순 언론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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