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내년 5월에 있을 국회의장직 선출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과 문희상 의원의 신경전이 한창이다. 국회의장이란 자리가 3부 요인중 하나인데다 향후 개혁입법 처리에 핵심적인 키를 쥐고 있다. 문재인 정부 하반기 국정운영을 위해서라도 누가 되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친노 좌장’으로서 이 의원은 이해찬 사단’이 움직이면서 한발 앞서나가고 있다는 평이다. 하지만 여권내에서는 본격 당내 경선전이 펼쳐져 ‘원조 친노’ 문 의원 특유의 친화력이 발휘될 경우 결과는 알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친노 좌장과 원조 친노간 국회의장직을 두고 피할 수 없는 격돌이 예상된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 친노좌장 이해찬계 강기정.김경수.김태년 ‘들썩’
- 원조 친노 문희상 ‘특유의 친화력’으로 정면돌파

 
올해 66세인 이해찬 의원은 7선이다. 13대부터 20대까지 18대만 제외하고 28년간 국회의원을 하고 있다. 친노 좌장으로 노무현 정부에서는 ‘실세 총리’로 불릴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한 바 있다. 대한민국 3부 요인이 국무총리, 대법원장, 국무총리라는 점에서 이 의원이 국회의장직에 오를 경우 입법과 행정의 장을 역임한 최초의 인사가 된다.

이 의원은 최대 장점은 친노 좌장으로서 선명성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의중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당내 몇 안되는 원로라는 점과 강단 있게 개혁입법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하자마자 ‘사드 문제’로 갈등이 최고조에 있는 중국 특사로 이 의원을 보낼 정도로 신뢰를 보내고 있다.

최대강점이 ‘약점’?, 최대약점이 ‘강점’?

또한 친노 좌장이란 별칭처럼 당내 굳건하게 ‘이해찬 사단’을 거느리고 있어 친노 의원들에 영향력이 여전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이해찬계를 분류해 보자면 민주통합당 당 대표 시절 고위 당직을 맡았던 친이해찬계와 친노 강경파기 양대 축이다. 당 대표 시절 사무총장을 맡았던 윤호중 의원을 비롯해 민주정책연구원장을 지낸 변재일 의원, 비서실장 출신 김태년 의원, 대변인을 맡았던 정성호 의원과 박용진 의원, 정책위수석부의장을 맡은 홍영표 의원, 홍보위원장을 맡은 유은혜 의원 등이 대표적인 인사다.

친노 강경파 최재성.김경수.황희.심재권 의원과 현역 의원은 아니지만 김현 대변인, 이화영 전 의원과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질 정도로 친분이 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태년 의원과 심재권 의원은 중국 특사로 갈 당시 동행한 측근중에 측근이다. 이밖에 ‘3철’ 중의 한 명인 이호철 전 대통령 민정비선관도 이 의원과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약점은 ‘확장성이 없다’점이 꼽히고 있다. 친노 강경파에 개혁적 선명성이 강하다보니 온건 친노, 비주류 진영에서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이다. 최대 강점이 최대 아킬레스건이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여당내부뿐만 아니라 1여다야 구도속에서 국회의장은 무소속 신분으로 대야 관계도 풀어야 한다는 점도 이 의원이 국회의장이 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제 1야당인 자유한국당이나 국민의당과 협치를 해야 하는데 갈등의 조정자가 아닌 갈등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여권내 존재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해찬 사단이 이 의원을 국회의장에 당선시키기 위해 여야 국회의원을 접촉을 하고 있지만 오히려 친문 그룹에서는 “말려야 하지 않느냐”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총선에서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문 대통령과 사전 조율을 통해 이 의원을 공천 탈락시켰고 이에 반발한 이 의원은 세종시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6개월만에 복당을 했다. ‘명예로운 퇴진’을 친문 진영에서 기대했지만 이 의원은 무소속 출마를 감행해 기사회생 했다. 현재까지 국회의장직 도전관련 이 의원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반면 ‘원조 친노’로 불리지만 ‘계보가 없는’ 문희상 의원은 국회의장직 도전에 적극적이다. 올해 73세인 문 의원은 13대부터 국회의원을 시작해 6선이다. 지난 전반기 국회의장 경선에 나섰지만 현 정 의장에게 고배를 마셔야 했다. 작년 11월21일 문 의원은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포럼’강연에서 ‘차기 국회의장직 출마’여부를 묻는 질문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문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빠르게 적폐청산을 해왔다”며 “이제 남은 것은 대통령이 할 수 없는 일을 국회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수처 같은 법을 고쳐야 하기 땜누에 입법부가 해야 하는 일”이라면서 “여야가 합의해서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어 나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사실상 출마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다.

실제로 문 의원은 당내 계보를 갖고 있지 않아 이 의원에 비해 영향력이 떨어지지 않느냐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특유의 친화력으로 여야를 넘나들며 두루두루 친하다는 점이 최대의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당내 주류 비주류를 아우를 수 있는데다 대야 관계도 풀어갈 수 있는 확장성이 여야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본격적으로 국회의장 경선이 벌어질 경우 문 의원이 당내 의원들을 파고들 여지가 높다는 평이다.

대통령-국회의장-당대표 범친노 장악?

문 의원은 ‘경륜론’을 내세우고 있다. 2007년 18대 대선 참패 이후 비대위원장을 맡았고 2014년 총선을 앞두고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돼 당을 위기에서 구한 바 있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냈고 DJ 정부에서는 청와대 정무수석, 노무현 전 대통령의 초대 비서실장을 지내 당.청 관계도 잘 이해하는 인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친노 좌장’과 ‘원조 친노’간 국회의장직을 둔 대결을 두고 누구 당선되든 ‘범친노’가 국회의장직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여당내 비주류에서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안희정 충남지사가 오는 7월 당 대표에 도전할 예정이어서 대통령과 여당대표에 이어 국회의장직까지 범친노 손으로 넘어갈 공산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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