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주민 대변단체였던 읍면동개발자문위원회와 동번영회가 경북 문경에서는 자금력까지 갖춘 큰(?)단체가 됐다.

문경시와 문경시의회는 조례 개정을 통해 인원제한을 없애고 시의 예산까지 지원하도록 했다.

예산의 지원을 받으면 예산지원처인 자치단체의 개입을 불러오는 결과를 낳아 순수한 주민 대변 단체로서 빛이 바래질 우려가 있다.

아울러 시의 일방적인 의견에 동조할 수 있고 단체장의 눈치를 보는 또 하나의 관변단체로 전락할 수도 있다.

특히 이 조례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정됐다는 점에서 문경시는 물론 문경시의회가 동상이몽으로 이 조례를 전면 개정하는 데 한목소리를 낸 게 아닌가 하는 추측도 해 볼 수 있다.

그동안 읍면개발자문위원회는 자생력 등의 한계와 구시대적 유물이라는 지적으로 폐지 논란이 있었다.

지난 1991년 지방자치제가 시행되면서 시·군 행정자문위원회가 폐지됐었다. 이는 지방의회의 역할 때문이었다. 의회가 주민의 의견을 대변하고, 집행부를 견제, 감시, 협력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구시대 행정에 자문 등을 했던 행정자문위원회의 역할은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읍면동 개발자문위원회 또한 시군 행정자문위처럼 구시대 유물일 수밖에 없다. 순수 자생단체로 지역민의 화합과 지역 발전을 위한 주민의 대변단체 그대로 있는 게 주민들의 신뢰를 더 받을 수 있다.

시의회와의 관계 또한 그렇다. 지역민을 대표하는 시의회가 활동하고 있는데 향후 개발자문위원회가 세를 확대해 지역의 크고 작은 사안을 놓고 시의회와 부딪치는 일이 발생한다면 부담스러운 단체가 될 수밖에 없다.

경북의 한 기초자치단체의 읍면동개발자문위원회가 자문위원회연합회를 결성해 기초의회와 묘한 신경전을 벌이며 마찰을 빚은 사례가 있었다. 연합회를 결성하고 세를 불린 개발자문위원회가 공개석상에서 기초의원의 위상을 훼손시켰다는 주장까지 나왔었다는 후문이다.

진정으로 민·관이 협력하는 협의체 구성을 위해서는 예산 지원 등 ‘관 개입’의 여지를 없애는 게 맞다. 읍면동 개발자문위원회 역시 관에 기대거나 관을 업고 주민에 군림하는 듯한 단체로 전락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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