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오는 6.13 지방선거에서 주목받는 광역단체장 선거 중 하나가 인천이다. 경기, 부산, 경남과 함께 현역 광역단체장이 야당 출신이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의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더불어 민주당이 탈환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지역이다. 그러나 현역 프리미엄에 시정 성과를 내세우고 있는 자유한국당 유정복 시장이 인물 면에서는 앞선다는 평가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 대표 시절 유시장이 ‘비서실장’을 지낸 점은 아킬레스건이다. 지역 정가에서는 유 시장의 재선 성공이냐 더불어민주당의 탈환이냐가 최대 관심사다. 한겨울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인천시장 선거 속으로 들어가 보자.
 
   - 현역 프리미엄+업적VS 여당 프리미엄 ‘힘있는 후보’
- 선거 구도·심판론·분열된 보수표 결집 3대 변수

 
재선 도전이 확실한 자유한국당 유정복 인천시장의 앞날이 밝지는 않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후폭풍, 야당 후보 전락, 보수 분열에 낮은 정당 지지율까지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헌정사상 첫 번째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다는 점에서 친박계 낙인은 풀어야 할 최대 숙제다.
 
일단 유 시장은 2년 만에 2조 원 부채 감축한 재정 건전성, 제 3연륙교 건설, 인천 발 KTX, 서울지하철 7호선 청라국제도시 연장사업에 대한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조사 통과 등 해묵은 현안 해결을 내세워 재선 고지를 밟겠다는 복안이다. 또한 재정건전화를 바탕으로 올해부터 시행되는 고등학교 무상급식도 주요 업적 중 하나로 꼽힌다.
 
인물 면 유 시장,
선거 구도 여당 ‘유리’

 
아울러 거론되는 여당 후보군에 비해 경력이 화려하다는 점도 강점이다. 유 시장은 인천 출신이면서 최연소 군수와 구청장, 3선 국회의원,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안전행정부 장관 등을 역임한 ‘행정의 달인’이다. 장관, 광역단체장, 국회의원을 두루 역임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인물 중 몇 안 되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정치권에서 유 시장을 두고 ‘관운은 타고났다’고 말하는 배경이다.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유 시장은 대학 재학중이던 22세 때 행정고시에 합격했으며, 1994년 최연소 인천 서구청장을 거쳐 1998년에는 민선 김포시장에 당선됐다. 이어 2004년부터 국회의원에 3번 연속 당선됐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인 2005년에는 비서실장에 발탁됐다. 인물 면에서는 여야 후보 중 단연 앞선다.
 
유 시장의 ‘성과’와 ‘인물론’에 맞서 민주당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로는 인천의 대표적인 친문인 박남춘 국회의원과 김교흥 국회 사무총장, 민주당 민생상황실장을 맡고 있는 윤관석 국회의원, 홍미영 부평구청장이 경쟁자로 거론되고 있다.
 
이 가운데 홍 구청장이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졌다.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인천에서 빈민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몸담았다. 달동네 공부방과 시민운동을 시작으로 지난 1991년 지방선거에서 인천시 북구의회 구의원으로 정치권에 입문했다. 이후 시의원을 거쳐 17대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냈고 노무현 재단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인천 최초 여성 재선 구청장이라는 점에서 ‘다크호스’로 주목받고 있다.
 
박남춘 의원은 출마에 대한 분명한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지역 내에서는 출마를 유력하게 보고 있다. 박 의원은 제물포고-고려대를 졸업, 해양수산부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 시절 인사수석을 지낸 친문 핵심 인사다. 행정안정위원회 소속으로 지난해 7월부터 민주당 최고위원까지 겸직하며 현재 인천시당위원장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지역 밀착형 정치인이라는 점과 ‘친문’이라는 점이 최대 장점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최근 지역 및 여권에서는 박 의원이 명확하게 출마 여부를 밝히지 않는 것과 관련, 차기 해양수산부 장관 직을 두고 고심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김영춘 현 해양수산부 장관이 부산시장 출마를 위해 장관직을 그만둘 경우 박 의원이 바통을 이어받아 해양도시인 인천을 챙겨야 한다는 기류도 존재해 민주당 경선 막판 변수로 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천시 정무부시장과 국회의원을 지낸 김교흥 국회 사무총장도 일찌감치 세력을 모으며 시장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김 사무총장은 현 정세균 국회의장, 송영길 전 인천시장과 각별한 친분이 있다. 인천이 고향이 아닌 경기도 여주 출신으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해 17대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인천 서구·강화갑에 출마해 국회의원을 지냈다.
 
윤관석 의원은 민주당 수석대변인을 맡았으며 정권 교체 후에는 민생상황실장을 맡아 당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한양대학교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윤 의원은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송영길 전 시장의 대변인을 지냈다.
 
윤 의원은 대학 졸업 후 1985년부터 인천 주안공단과 부평공단, 남동공단 등에서 노동운동에 매진하면서 인천과 연을 맺었다. 김 사무총장과 함께 윤 의원도 송영길 의원의 인천시장 시절 함께 했다는 점에서 두 인사 간 단일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당에서는 문병호 전 의원이 안철수 당 대표의 지원 속에 인천시장 선거에 출마할 예정이다. 문 전 의원은 안철수 당 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과의 분당 국면에서 안 대표 ‘대변 인격’으로 활동한 ‘친안 인사’다.
 
4.13 총선 당시 국민의당 후보로 인천 부평갑에서 3선에 도전했지만 불과 26표 차이로 분루를 삼켜야 했다. 바른정당에선 이학재 의원이 시장 후보로 점쳐진다. 하지만 이 의원이 국민의당 통합에 합류하지 않고 자유한국당 복당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유정복 현 시장과 경선을 치를 공산도 높아졌다. 이 의원은 인천 서구청장을 두 번 역임한 3선 의원이다.
 
여권에서는 누가 후보가돼도 유 시장에 비해 앞선다. 자평이다. 하지만 야당에서는 선거가 6개월이나 남아 있고 변수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좀 더 두고 보자’는 분위기다. 특히 선거 구도가 어떻게 짜이느냐에 따라 여야 후보 간 성패가 갈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朴 탄핵 심판론VS
文 국정운영 심판론

 
선거 변수는 구도다. 현재로선 유 시장에 맞서 여당,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 후보, 정의당후보의 4파전 양상을 띨 전망이다. 이럴 경우 통합후보와 정의당 후보 중 민주당과 한국당 표를 누가 많이 잠식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교차될 전망이다. 특히 통합정당은 보수 성향을 띠지만 후보가 진보 성향이라는 점에서 여당 후보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또한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후 치러지는 지방선거라는 점에서 여당 후보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심판 성격으로 변질될 경우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인천인 만큼 유권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가늠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무엇보다 흩어진 보수표가 결집할 수 있느냐도 당락에 영향을 미칠 공산이 높다. 다자 구도로 치러질 경우 유 시장 측에서는 진보 성향의 후보 득세로 보수표 결집현상이 두드러져야 유리할 것이다. 반면 일대일 구도로 선거 구도가 흐를 경우 정권 심판론보다 박근혜 탄핵 심판론으로 흐를 공산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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