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차 만큼은 신규 증차 허용해야” vs “친환경차 허가는 대ㆍ폐차 때만”

- 현행법, 화물차 신규허가 금지…전기 상용차 보급 어려운 상황
-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국회에 계류 중…화물차주 반발
 
CT&T 전기화물차 e-PICKUP <사진 = CT&T 제공>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현행법상 화물운송시장은 2004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된 후 신규허가가 사실상 제한돼 있다.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영업용 전기 상용차 보급이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친환경 화물차에 한해 공급규제를 폐지하자는 취지의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된 상태지만 화물차주들은 이 법안에 대해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화물차의 친환경 화물차 전환을 위해서는 매년 고시하는 화물차량 공급 기준과 별도로 친환경 차량에 한해서만큼은 신규 번호판 증차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2022년까지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 30% 감축을 위해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중 수송부문에 2022년까지 친환경차(전기·수소차 35만대) 200만대 보급 및 충전 인프라(급속) 1만기 구축 등이 있다. 하지만, 현재 25만대의 친환경차를 2022년까지 200만대로 늘리려면 보조금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차 가격의 50% 가까운 보조금으로도 친환경차 보급 목표 달성이 어려운 상황이다”면서 “이를 해결하려면 자동차 제조사에 일정 비율 이상의 친환경차 판매를 의무화하는 ‘친환경차 의무 판매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환경차 의무 판매제도 시행해야”
 
최근 독일은 2030년까지, 프랑스·영국은 2040년까지 내연기관 판매 금지를 선언했고, 미국도 ZEV 프로그램(무공해차량 의무판매제도)으로 2018년부터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로만 크레딧을 채우게 해 규제를 강화할 예정이다. 특히, 전기차 강국 중국이 보조금을 2020년까지 폐지하고, 2019년부터 의무판매제 시행을 발표했는데, 이는 보조금 정책이 성과를 이루었다고 판단됨에 따라, 규제 중심의 정책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강 의원은 “세계 자동차 시장이 친환경차 중심으로 변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제조사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국내 친환경차 보급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적극적이고 세심한 정부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무판매비율로 생산된 친환경차가 판매될 수 있도록 전기화물차 같은 친환경화물차에 별도 신규허가를 하는 등 적극적 수요 확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행법은 화물자동차의 신규 허가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어 친환경 화물차 산업 육성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2004년 개정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영업용 화물차는 늘어나지 못하고 있다. 택배용 차량에 한해 일부 증차가 이뤄지긴 했지만 사실상 기존 업계에 한정돼 혁신 물류사업 도입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우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2016년 발의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국회에서 약 1년간 계류되다가 지난해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과 함께 병합 심사됐으나 처리 불발됐다. 국회가 용달협회와 화물연대 등의 반발을 의식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지난해 9월 29일 송 의원은 화물자동차가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전기자동차 또는 연료전지자동차인 경우 화물자동차운송사업 허가를 신청하면 이를 허가토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에 용달자동차운송업계는 “법안의 제안 취지인 ‘친환경 화물차의 보급 및 확산을 통해 미세먼지와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기존의 경유 사용 사업용 화물차를 우선 교체토록 하되 대·폐차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화물운송시장은 차량 공급이 포화상태에 있어 친환경차라도 무조건적으로 신규 허가할 경우 화물차 공급과잉이 초래돼 신규 시장 진입자는 물론 기존 사업자 또한 생존권에 심각한 타격을 입어 화물운송시장 질서가 무너질 것이다”고 우려했다.

화물연대 측도 기존 화물차주들의 밥그릇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주장에 동조하며 관련 법안 처리를 막고 있다.

실제 화물운송시장은 1998년 등록제 시행으로 공급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최대 400%의 증차가 이뤄짐으로써 제한된 시장 내 물량 수송을 놓고 업계 내부의 치열한 유치 경쟁과 운임 하락 등 부작용이 초래돼 2004년 등록제를 허가제로 전환했다.
 
화물차 친환경 차량 전환 필연적
 
하지만 현재 경유차 배출물로 인한 환경오염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화물차의 친환경 차량 전환은 필연적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물류 업계에서는 친환경 물류로의 전환을 위해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 택배 업계 관계자는 “기존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하려면 비용이 드는데 누가 굳이 자기 돈을 써 가며 바꾸려고 하겠느냐”며 “전기차만이라도 신규 진입을 풀어줘야 정부가 원하는 친환경 물류가 한시라도 앞당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도 친환경교통수단 도입이 더는 막을 수 없는 추세인 만큼 관련 정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특히 국내 친환경차 보급 수준은 걸음마 단계라 관련 규제를 완화해도 기존 시장에는 타격을 주지 않는다고 평가한다.

여기에 르노삼성자동차와 중소기업들은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전기화물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규제 완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대구시는 올해 상반기부터 당장 1톤 전기 상용차를 연간 3000대씩 생산하면서 본격적인 활성화에 나서려고 했지만 이번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함으로써 난항에 부딪혔다.

광주시도 2016년 9월 조이롱코리아, CJ대한통운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전기화물차 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보급이 어려워졌다. CJ대한통운은 택배 화물차 1만6000대 가량을 조이롱코리아가 광주에서 생산하는 전기화물차로 바꿀 계획이다. 당시 박근태 CJ대한통운 대표이사는 “조이롱자동차는 (중국에서) 벌써 생산을 시작해서 경험이 있고, 저희 나름대로 전기차 트럭에 대한 검증이 다 돼있는 걸로 확인해서 저희가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오는 2020년 전기화물차 시장은 2조 원대로 커지는 등 대구ㆍ광주 지역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하루속히 통과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법안이 2016년 발의돼 올해로 3년째에 접어들지만 통과를 낙관하기 쉽지 않은 데다 지방선거까지 있어 지역 핵심 사업이 동력을 잃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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