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검찰 발, 홍준표 발 친박계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작업은 오는 6월에 있을 지방선거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친박계의 근거지이자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 선거판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검찰은 최경환·이우현 친박계 현역 의원을 모두 구속시켰다. 구속영장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 또 다른 친박계 의원들이 검찰 내사를 받고 있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돌면서 친박계 대학살이 본격화된 게 아니냐는 시각이 불거진다. 나아가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은 당협위원장직을 박탈당해 다음 총선에서 자유한국당 후보로 나설 수 없게 됐다. ‘친박 흔적 지우기’가 당 안팎에서 치밀하게 진행되고 있다.
  - 서청원 당협 탈락, 최경환 구속, 친박 줄줄이 ‘내사’
- '보수 심장' 대구, 민주당에 '역전' 김부겸 출격 시 경북도 '요동'
 

뇌물수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친박계 최경환(63)·이우현(61) 자유한국당 의원이 1월4일 새벽 구속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현역 국회의원이 구속된 것은 두 의원이 처음이다. 당장 자유한국당에서는 검찰 발 ‘친박 대학살’이 본격화된 게 아니냐는 견해가 대두된다.
 
이뿐만 아니라 친박계 김재원 의원 또한 지난해 청와대가 총선 대비 여론조사 비용 5억 원을 국정원 돈으로 대납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고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진박감별 여론조사’라는 점에서 검찰의 수사 범위에 따라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또한 자신의 지역구 업자들로부터 수억 원대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원유철 의원은 지역 사무실이 압수수색 당하는 등 검찰 수사망에 올라 있다.
 
친박계 핵심인 최 의원은 박근혜 정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내던 2014년 당시 국정원이 특수활동비로 조성한 돈 1억 원을 받아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헌수 당시 국정원 기조실장이 이병기 국정원장의 허가를 받아 정부서울청사 내 경제부총리 집무실에서 최 의원에게 돈을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최 의원은 자신의 혐의에 대해 “만약 사실이라면 동대구역 앞에서 할복하겠다”고 말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했지만 법원은 일부 혐의가 소명됐다고
판단했다.
 
‘검풍’에 날라가고 홍풍에 ‘쓰러지는’ 친박계
 
이 의원은 지역 정치권 인사나 사업가 등 20여 명으로부터 10억 원 넘는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의원은 일부 금품 수수 사실 관계를 시인하면서도 대가성이 없거나 보좌관이 한 일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그가 받아낸 자금 일부가 일명 ‘공천 헌금’으로 의심되며 이 의원이 서청원 의원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인사라는 점에서 향후 정치권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또 다른 친박계 중진 H 의원과 A 의원 역시 사정기관이 내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친박계’를 공포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지역구 출신인 H 의원은 지역 개발사업 관련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사정기관이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는 전해졌다.
또 다른 친박계 A 의원은 대기업으로부터 거액의 후원을 받은 점과 공인시험지 사전 유출건에 대한 첩보를 입수한 사정기관이 내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친박계에서는 “홍준표 대표가 못한 것을 검찰이 대신하고 있다”며 잔뜩 긴장하고 있다.
 
검찰뿐만 아니라 홍준표 당 지도부는 당무감사를 통해 친박계 현역 4인방의 당협위원장직을 박탈해 다음 총선에서 한국당 후보로 출마를 못하게 만들었다. 특히 ‘친박계 좌장’ 역할을 하던 서청원 의원이 포함됐다. 서 의원뿐만 아니라 유기준(부산 서-동)·배덕광(부산 해운대을)·엄용수(경북 밀양-의령-함안-창녕) 의원 등 친박계 현역 의원 3명이 당협위원장 자격을 박탈당했다. 사실상 자유한국당 내 친박계는 멸족 수준에 이르렀다.
 
친박계의 위축은 근거지인 대구·경북까지 흔들리게 만들고 있다.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시점에서 ‘보수의 심장’인 대구에서 민주당 후보가 앞서는 신년 여론조사가 발표되면서다. 대구 CBS-영남일보 공동 여론조사를 비롯해 지역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수치는 차이가 있지만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로 나온다면 한국당 후보를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장관은 권영진 현 대구시장을 비롯해 자유한국당 후보로 거론되는 누구와 맞붙더라도 승산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CBS-영남일보 공동조사의 경우 민주당 지지율도 한국당에 비해 높게 나왔다.
 
대구지역 정당지지율에서는 민주당 31.1% 대 한국당 27%로 오차범위지만 여당이 높게 나왔다. (대구시 거주 19세 이상 성인 남녀 810명 대상 조사 표본오차 95%신뢰 수준에 ±3.4%p, 응답률은 4.0% 유선 30% 무선 70% RDD방식) 이하 각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매일신문과 TBC가 폴스미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3일과 26~28일 대구 시민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대구시장 적합도 조사(이하 각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김 장관이 40%, 자유한국당 소속 권영진 현 시장이 21%로 2배 가까운 격차를 보였다.
 
또한 대구신문이 유앤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26~27일 대구 시민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이하 각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도 김 장관(32.1%)이 권 시장(18.8%)을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표심의 변화는 경북도지사 선거에도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다. CBS-영남일보 신년여론조사에 따르면 경북의 경우 경북지사 여야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이철우 자유한국당 전 최고위원이 모든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2, 3위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는 크지 않았다.
 
특히 민주당 후보로 아직 출마 선언도 하지 않은 오중기 청와대 선임 행정관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오 행정관은 이번 조사에서 이철우 12.4%, 박명재 9.2%, 김광림 8.8%의 뒤를 이어 7.6%의 지지율을 보였다. (경북도 거주 19세 이상 성인 남녀 821명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4%p, 응답률 5.7%,유선 30% 무선 70% RDD방식, 이하 각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보수의 심장’ 대구 민주당·후보 약진 ‘왜’
 
상황이 이렇다 보니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취임한 지 200일을 맞은 김부겸 장관의 고심이 깊어가고 있다. 김 장관은 오는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지만, 당내에서는 끊임없이 출마론이 제기되고 있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그의 출마설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장관은 1월2일 신년사에서 “분권형 개헌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우리 행안부로서는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저부터 오이 밭에서 신발 끈을 고쳐 매지 않겠다. 철저하게 선거 중립을 지키겠다”고 말해 불출마 입장을 재차 밝혔다. 자신의 역할이 대구시장 후보가 아닌 선거 관리 주무 부처 수장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당내 분위기는 김 장관 뜻과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6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아 있어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모른다”며 “집권 여당 입장에서 선거 분위기가 좋으면 좋은 대로 안 좋으면 안 좋은 대로 ‘김부겸 차출론’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구체적으로 이 인사는 “현재 경북을 제외한 16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여당이 승리를 자신하고 있을 정도로 분위기 좋은데 대구까지 접수하고 경북까지 판을 흔들 경우 사실상 중앙 권력에 이어 지방 권력까지 싹쓸이하는 것”이라며 “이는 다음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은 따 놓은 당상과 마찬가지 효과”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혹여 정권 심판론 성격으로 지방선거가 흘러 분위기가 여당에게 좋지 않다고 해도 ‘보수의 성지’인 대구를 기점으로 분위기 반전을 노리기 위해서라도 ‘김부겸 차출론’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김부겸 대구 시장 캠프에서 근무했던 한 인사도 김 장관이 끝까지 불출마 입장을 고수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인사는 “김 장관은 대망을 꿈꾸고 있지만 장관하기 전까지 대구 수성구 민주당 국회의원이라는 직함을 빼고 내세울 만한 경력이나 직함이 없었다”며 “하지만 대구시장에 나서 당선될 경우 장관직 수행에 행정적 경험까지 더해 TK를 대표하는 대권 주자로 급부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스로도 마냥 거절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 인사는 “관건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친문 주류의 의중이다. 문 대통령이나 주류 측에서 대구 출마를 권유할 경우 김 장관이 거부할 명분이 없다”며 “현재 살아있는 권력이자 최대의 지분을 갖고 있는 주류 측 요구를 거부할 경우 차기 대권은 물 건너간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진단했다.
 
‘요동’치는 대구 ‘출렁’이는 경북 키맨 ‘김부겸’
 

만약 김 장관이 대구시장선거에 뛰어들 경우 경북도지사 선거 역시 요동칠 수밖에 없다. 앞선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듯이 출마 선언도 하지 않은 오중기 청와대 행정관이 4위를 달리고 있다. 오 행정관이 청와대 입성을 끝까지 고민한 배경 역시 경북지사 출마 때문이었다.
 
포항 출신인 오 선임행정관은 지난 6회 지방선거에서 경북지사 선거에 출마한 바 있다. 당시 3선에 도전한 김관용 후보가 77.73%로 압도적으로 당선될 당시 오 행정관은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나서 14.93%를 받았다. 도지사 선거비용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는 15%에 0.07%가 모자라 절반만 돌려받았다.
 
18대~19대 대통령선거에서는 경북선대위 상임위원장을 역임했다. 언론인 출신으로 고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 특보로 정계에 입문했다. 대구·경북 당직자 중에서 유일하게 청와대에 입성한 인사다. 이미 청와대에서도 오 행정관의 출마를 공식화하고 있고 중앙당 차원에서도 전폭적인 지원을 할 전망이다. 관건은 김 장관의 출마 여부다. 김 장관이 출마를 결심할 경우 대구·경북은 전국 최대 관심지역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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