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창구 vs 정경 유착 “어쩌라는 건지…”

<뉴시스>
비공개 만남 오해 살까 ‘없던 일로’ 사례 ↑ // 색안경 벗고 기업 기살릴 때 주장도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청와대와 정부 경제 부처 등 경제라인이 주요 기업의 경영진과 소통 채널을 구축한 일과 관련해 말들이 많다. 당연히 해야 한다는 입장과 정경유착의 대표적 사례이므로 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이 충돌한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말 청와대와 8대 그룹 경영진의 비공개 만찬 추진 사실이 알려진 직후 이 같은 논란은 더 심화되고 있다. 일각에선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이후 13개월 동안 와해된 분위기를 이번 기회에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사실 청와대나 정부 경제부처 등 경제 라인이 주요 기업의 경영진들과 소통 채널을 구축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이후 13개월 동안 양측 간 소통 채널이 사실상 와해됐다는 점에서 청와대와 기업 핵심 경영진의 만남은 ‘소통 채널 복원’ 의미도 띠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경제계 회동 돌연 취소…무슨 일

지난 연말 청와대와 8대 기업은 비공개 만찬을 계획했다. 이 자리에는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을 비롯해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장동현 SK(주) 사장, 하현회 (주)LG 부회장, 황각규 롯데 사장, 오인환 포스코 사장, 홍순기 (주)GS 사장, 여승주 한화 사장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김 보좌관이 비공개 모임을 먼저 제안했다는 후문이다. 기업인들의 애로사항을 허심탄회하게 들어보자는 취지였다.
간담회 소식이 알려지며 재계 안팎에서는 청와대와 기업간 소통 채널 부활에 대해 기대감이 흘러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뒤인터라 경제 현안 등에 대한 이야기가 오갈 것으로 기대됐다. 각 기업에서는 사장급 이상이 참석하면서 해당 자리에 대한 무게감을 짐작케 했다.  그러나 이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청와대 측이 매우 부담스러워 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이 만찬은 취소됐다. 

최근에는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에트(UAE) 특사 논란이 불거지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최태원 SK 회장의 독대 기사가 나왔다. 청와대는 ‘오보’임을 강조하며 법적대응까지 시사하는 등 펄쩍 뛰었다. 하지만 이후 임 실장이 최 회장과 비공개 독대했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여전히 구체적인 내용은 오리무중이다.

이렇다보니 경제라인과 청와대의 만남이 꼭 죄지은 사람 간의 만남처럼 비춰지고 있어 논란이다. 여기에 지난 정권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된 모든 일이 비공개 만남에서 이루어졌다는 취지의 이야기가 현재까지도 회자되는 만큼 최근 경제 라인과 기업인 간의 만남도 불미스러운 만남(?)처럼 묘사되고 있다.

이에 청와대와 기업인과의 만남을 무조건 ‘정경유착’으로 몰아붙이는 색안경부터 벗어던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겠지만, 언제까지 적폐 청산만 하고 있을 것인가라는 반문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정부와 기업 간 소통이 제대로 될리 만무하다는 것.

소통 채널 재가동, 가능할까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을 하면서 정부 정책을 무턱대고 무시할 수만은 없다”며 “서로 상생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서라도 종종 만남을 갖고 토론을 해야하는데 이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어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기업들 사이에선 최근 비회동 만찬 취소와 관련 ‘황당함’과 ‘아쉬움’이 끝까지 교차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청와대가 참석 기업 범위와 시기를 조율하겠다고 하지만, 뒷말이 많은 비공개 회동을 다시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재계 안팎에서는 기대감을 감추지 못한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근로시간 단축 등 정부와 기업 사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경제현안이 산적한 상태인 만큼 이해 당사자 간 만남을 통한 조율 등 협치는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앞으로 양측의 생산적인 대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 정부와 기업의 만남은 단순히 친목 도모를 위한 식사 자리가 아니다”며 “만나는 방식과 과정, 의제 등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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