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주찬, 정근우, 안영명, 김승회, 이대형, 최준석, 이우민, 채태인(왼쪽 상단부터)
-김현수, 115억 원 계약체결로 2년 연속 100억 원대 고지 돌파
-해 넘긴 선수들 돈보다 기간 놓고 실랑이…베테랑 입지 갈수록 줄어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지난해 KIA타이거즈의 통합 우승으로 시즌을 마친 프로 야구가 본격적인 자유계약(FA)시장을 개막하며 스토브리그에 돌입했지만 해를 넘기고서도 아직 8명의 선수가 행선지를 찾지 못해 찬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이번 스토브리그는 구단들이 육성에 초점을 맞추면서 나이가 꽉 찬 베테랑들에 대한 관심도 급감해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KBO는 지난달 7일 공시를 통해 FA승인 선수 명단 18명을 발표했다. 이중 투수 김승회·안영명, 내야수 정근우·채태인·최준석, 외야수 김주찬·이우민·이대형은 여전히 미계약 상태로 남아 있다. 다만 투수 박정진은 지난달 29일 한화에 잔류하며 아슬아슬하게 해를 넘기지 않았다.

이처럼 역대 최다 FA대상자가 해를 넘기면서 기대보다는 우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더욱이 구단들이 대부분 긴축 재정에 돌입했고 육성 기조가 강하게 불면서 베테랑들에게 시선을 돌리지 않고 있다.

현재 남은 8명의 선수 대부분이 타 팀으로 이적 대신 원 소속 팀과의 잔류 계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나이가 30대 중반 이상이라는 점이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KIA 김주찬의 경우 지난해 우승을 이끌었던 만큼 잔류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금액보다 계약 기간에서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조계현 KIA 단장은 김주찬과 기간에 대한 이견만 좁힌다면 무난히 계약을 마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정진과 재계약한 한화는 정근우와 안영명과도 협상을 벌이고 있다. 두 선수 모두 팀 주전급이라는 점에서 재계약에 무게가 실린다. 두산 김승회도 지난해 두산 불펜의 마당쇠 역할을 한 만큼 활용도가 높다는 점에서 잔류에 긍정적이다. 다만 이들 모두 금액보다 기간에 대한 이견을 보이고 있어 향후 서로의 생각을 조율한다면 잔류할 가능성이 높다.
 
원 소속팀 잔류 희망에도
구단은 갸우뚱

 
반면 상대적 필요성이 떨어지는 다른 4명이 경우 여전히 행선지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대형(kt), 최준석(롯데), 이우민(롯데), 채태인(넥센)은 구단에서 보상선수를 받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렇다 할 소식이 전해지지 않는다.

여기에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선수가 대거 풀렸고 각 팀에서 계약 만료로 팀을 나오게 된 선수도 즐비해 베테랑 FA들이 설자리 역시 좁아졌다.

지난해도 총 15명의 FA승인 선수들이 공시됐고 이들 중 은퇴를 선언한 용덕한(현 고양 다이노스 코치)을 빼면 황재균·정성훈·이진영·조영훈 등 4명만이 2016년 내 계약을 마무리하지 못했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던 황재균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은 진통 끝에 1월에야 원 소속팀과 잔류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이에 따라 해를 넘긴 8명의 운명도 이들과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규정상 1월 15일까지였던 FA계약 마감 시한도 지난해 폐지되면서 FA협상의 주도권은 선수가 아닌 구단에게로 넘어왔다. 급하지 않은 구단에서는 최대한 유리한 고지를 점유하기 위해 시간을 더 지연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어떤 결말을 맺을지 야구 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 시즌 500억 원
돌파…양극화 부채질

 
이런 가운데 FA시장이 5년 연속 500억 원을 돌파하면서 양극화 역시 심해지고 있다. LG와 김현수가 지난달 19일 4년 115억 원에 계약하면서 2018 FA 시장 규모도 500억 원을 넘어섰다.

프로야구 FA시장은 2014년 15명 합계 523억5000만 원, 2015년 20명 합계 720억6000만 원, 2016년 21명 합계 766억2000만 원, 2017년 14명 합계 703억 원을 기록한 바 있다.

남은 계약자들 중 거물급이 없어서 4년 연속 700억 원대는 쉽지 않지만 600억 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쪽에선 돈벼락, 또 다른 쪽에선 울상을 짓는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올 시즌에는 김현수를 비롯해 손아섭(98억 원), 황재균(88억 원), 강민호(80억 원), 민병헌(80억 원)까지 상위 5명이 461억 원의 FA 대박을 터뜨렸다. 반면 정의윤(29억 원)을 비롯한 나머지 선수들은 FA계약 총액 78.5억 원에 그쳤다.

특히 2014년 시장부터 상위 5명의 계약 총액을 비교해 보면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2017년 FA시장부터 100억 원대 계약자가 등장하면서 간극은 더욱 벌어지고 있다. 지난 시즌 이대호가 150억 원을, 최형우가 100억 원에 계약을 체결해 100억 원 고지를 넘어섰다.

이 때문에 이제 FA시장은 극소수 S급 선수들의 잔칫상이라는 비판의 소리도 거세지고 있는 등 약 20년 동안 정체되어 있는 FA제도의 수정 보완이 필요하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유턴파에 KBO 들썩
과도한 몸값엔 물음표
 

한편 2018년 KBO리그는 FA 대어들이 대거 이적하고 메이저리그 유턴파가 복귀하면서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 FA 선수들의 이적으로 구단 간 전력 평준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흥행을 위한 다양한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대표 포수’ 강민호가 롯데에서 삼성으로 이적했고 ‘강견 외야수’ 민병헌이 두산에서 롯데 유니폼으로 갈아입으면서 구단들의 치열한 순위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메이저리그 생활을 청산하고 돌아온 선수들도 이목을 끈다. 김현수와 황재균이 LG와 kt에 둥지를 틀면서 친정팀을 상대로 어떤 경기를 펼치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 이들이 경험한 메이저리그 시스템이 구단의 경쟁력 향상에 보탬이 될지도 팬들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와 함께 박병호가 친정에 복귀하면서 다시금 ‘홈런왕’ 자리에 이름을 올릴지에 이목이 집중된다.

하지만 야구계의 관심은 최근 메이저리그 출신들로 인해 높아진 FA 몸값이 그 만큼의 효용가치가 있는지에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몸값만큼 실력이 늘었을지에 대해 여전히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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