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곽상순 언론인]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에서 지난해 12월 28일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배후를 자처하는 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 41명이 사망했다. 사흘 전인 25일에는 카불의 정보부 청사 입구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5명이 숨졌다. IS는 이 폭발도 자신들 소행이라고 밝혔다. IS는 앞서 지난 10월 31일 8명이 숨진 카불 외교단지 테러도 자신들이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소위 ‘칼리프 국가’ 행세를 하다 서구와 중동 국가들의 연합 작전으로 3년여 만에 궤멸 지경에 몰린 IS가 아프간 등 서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로 동진(東進)하고 있다. 우려했던 풍선효과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 4월 아프간 동부의 IS 은신처 동굴에 미군이 보유한 최대 규모의 폭탄인 MOAB를 투하했다. 이 폭탄을 가리키는 약칭 MOAB는 원래 ‘공중폭발대형폭탄(Massive Ordnance Air Blast)'의 줄임말이지만 막강한 파괴력을 들어 ‘모든 폭탄의 어머니(Mother of All Bombs)'로도 불린다. 고도 6㎞ 상공에서 투하돼 초음속의 속도로 떨어지다 지상 1.8m에서 폭발하는 MOAB는 반경 1㎞를 초토화할 수 있다. 당시 미군 장성들은 핵무기를 제외하고 가장 파괴력이 강한 이 폭탄을 IS를 향해 터뜨리면서 2017년 연말까지 아프간 내 IS를 쓸어버리겠다고 호언장담했다.

미군은 앞서 아프간 내 IS 전사(戰士)가 3000명에서 700명으로 줄었고 그들의 활동지역도 11곳에서 3곳으로 축소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2018년으로 해가 바뀌었는데도 아프간 동부에서 IS는 아직 소탕되지 않고 있다. 아프간 내 IS는 건재할 뿐만 아니라, 아프간 주민 수 천 가구를 내쫓는 데 그치지 않고 이 나라 영토의 43%를 통제하는 탈레반까지 위협하고 있다. 전투력이 자기들보다 강한 IS에 겁을 먹은 일부 탈레반 전사(戰士)들은 심지어 정부군에 보호를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IS까지 끼어들어 아프간 내 전투 양상이 복잡해지면서 미국이 지원하는 아프간 정부의 국토 장악이 위협받고 있다. 미국-아프간 합동작전이 2년 넘게 계속돼 오고 있지만, 오랜 아프간 전쟁에서 가장 최근에 등장한 IS가 합동작전의 성가신 장애물로 부각되고 있다. 아프간 내 미군 및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군대 최고 사령관인 존 W. 니콜슨 2세 대장은 지난 3월 이래 1400회의 작전과 공습을 통해 IS 전사 1600명 이상을 “전장(戰場)에서 제거했다”고 말했다. 아프간 및 여타 서방국가 관리들은 그 숫자가 부풀려졌을 것으로 의심한다. 하지만 미군 측은 IS가 꾸준히 병력을 보충해 오고 있음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아프간 합동작전이 IS 소탕에 별 진전을 이루지 못한 부분적인 이유는 미국-아프간 군대가 오랫동안 거의 통제하지 못한 지형에서 작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습과 특공작전이 IS에 산발적인 압력을 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IS는 달아날 구멍을 사방에 만들어 놓고 있다. 그 중 하나는 IS가 병력 충원을 크게 의존하는 파키스탄과의 국경이 성긴 점이다. 다른 곳들은 대체로 탈레반 지역이다. 니콜슨 대장은 “그것은 풍선과 같다”면서 “한 지역에서 우리가 그들을 누르면 그들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고 말했다.

인도 일간지 ‘데칸 헤럴드’는 지난 12월 IS 전사들이 이동해온 아프간 동부의 한 지구인 코지아니를 현지 취재했다. 외딴 낭가하르주(州)에 속한 코지아니에서 아프간 정부의 통치범위는 행정관청과 그 주변에 국한됐다. 나머지 지역은 탈레반이 다스렸다. 이 일대는 아편의 원료인 양귀비 재배가 성하다. 뚜렷한 승자가 없는 전쟁이 오래 계속돼 온 뒤 이 지역은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가 공존하는 길을 찾으면서 묘한 정적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런 기묘한 동거(同居)는 정도만 다를 뿐 아프간 전역에서 관찰된다. 탈레반은 여자가 교육받는 것에 반대한다. 하지만 코지아니에서 탈레반은 주민의 환심을 사기 위해 소녀들이 학교에 가는 것을 허용했다. 아프간 정부는 명목상의 통제력을 발휘하는 데 대한 보답으로 탈레반이 감당할 수 없는 일, 즉 교사들과 보건요원들의 급료 지불을 담당해 왔다. IS와 탈레반 사이의 교전 때문에 파키스탄 국경 부근의 집을 버리고 최근 이곳으로 피신한 압둘 자바르는 그의 새 집 근처에 2층짜리 여자고등학교 건물이 있으며 그곳에 다니는 학생이 최대 1600명이라고 말했다. 백신을 나눠주는 일을 하는 미르 하이다르는 그곳의 진료소 세 곳이 여자들을 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자가 공개적으로 일하는 것은 탈레반이 과거 엄금했던 것이다. 탈레반의 코지아니 통치가 이런 식이었기 때문에 IS 전사들이 그곳으로 넘어오기 시작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탈레반이 그들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탈레반은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자식을 13명 둔 아버지인 압불 카딤은 “탈레반은 자신 있다는 듯 ‘우리는 강하다. 가지 않는다. 우리가 당신들을 보살펴 주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던 중 IS가 밤에 들이닥쳤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내 어깨에 두른 이 숄만 지닌 채 떠났다”고 말했다.

IS의 아프간 지부(支部)는 2014년 처음 등장해 낭가하르 주에서 급속히 세력을 키웠으며 이는 미군의 신속한 주목을 끌었다. 당시 미군은 아프간에서 알카에다 소탕에 주력하는 소규모 테러임무 수행으로 축소돼 있었고, 탈레반에 맞서 거점을 수호하도록 아프간 정규군을 훈련하는 나토 임무에 치중하고 있었다. 미국과 아프간 관리들은 이제 IS에의 충성을 다짐하고 있는 아프간 내 IS 전사들이 이라크·시리아에서 활동 중인 IS와 정기적으로 접촉하거나 그들에게서 지시를 받는다고 보지 않는다. 대신 아프간 내 IS는 파키스탄에서의 군사작전 때문에 밀려 국경을 넘을 수밖에 없었던 파키스탄 전사들로 대부분 구성돼 있다고 본다. 이 파키스탄 전사들은 처음에는 아프간 산악지역들을 단순히 안전 대피소로 사용했으며, 그러다 IS를 수용하고 총구를 아프간 사람들에게로 돌렸다. 애당초 IS가 아니었던 사람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IS가 됐든 아니든, 이들 파키스탄 출신 전사들은 아프간 민간인들에게 더 많은 폭력과 고통을 가져왔다. 코지아니에서 IS 파괴를 겨냥한 미군의 공습은 일시적으로 IS 세력을 약화시켰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상대적 평화를 뒤엎기도 했다. 아프간 관리들은 IS와 탈레반이 아프간에서 서로 싸우는 이유는 땅이 아니라 자원 때문이며, 무기나 전투력 면에서 IS가 탈레반보다 우세하다고 말한다.

곽상순 언론인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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