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여금 갑질 가장 많아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올해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르자 근로자의 ‘생활 안정’, ‘사기가 올랐다’는 긍정적인 평이 나온다. 반면, 소상공인 및 영세중소기업들의 경영부담은 큰 상황. 이 때문에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의 입주자대표회의는 경비원 94명 전원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이 밖에 일부 사업체 업주들은 상여금‧수당 등을 기본금에 포함하는 이른바 ‘꼼수’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명과 암이 확연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수당 갑질’, ‘휴게시간 갑질’···인건비 줄이려는 속셈
시민단체 “잘못된 근로계약서 강요하는 사업장 처벌해야”


최근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 아파트는 경비원 94명을 전원 해고했다. 최저임금 인상 부담이 이유다.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경비원 용역업체를 통해 고용하는 것으로 전환한 후 해고된 경비원들의 재고용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94명 전체가 다시 채용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지난달에는 충북 청주의 한 편의점에서 알바생이 최저임금을 요구했다가 ‘비닐봉지 절도범’으로 몰리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피해자 A양은 해당 점포에서 총 53시간을 일했으나 26만3000원을 받았다. 2016년 기준 최저임금의 약 77% 수준이었다.

이에 A양은 최저임금을 요구했지만 편의점 점주는 “CCTV 확인 결과 계산 없이 비닐봉지 2장을 이용했다”면서 A양을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A양은 무혐의 판결을 받았으나 고용주의 ‘갑질’을 몸소 느낄 수 있는 사건이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오른 이후 지난 6일까지 카카오톡, 이메일 등을 통해 총 56건의 ‘최저임금 갑질’ 제보를 받았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유형별로는 상여금 갑질이 30건(53.6%)으로 가장 많았다. 한 달 이상의 간격을 두고 지급하던 상여금을 매달 지급해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것이다.

이어 ‘식대‧교통비‧근무평가수당 등을 없애 기본금에 포함시키는 ’수당 갑질‘ 12건(21.4%), ’쉴 수 없는 휴식 시간을 서류상 늘려 근로시간을 줄이는 ‘휴게시간 갑질’ 8건(14.3%) 등이 뒤따랐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최저임금을 이유로 종전의 임금수준을 낮춰서는 안 된다. 상여금‧수당 등 매달 지급하지 않는 임금 등은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일부 업주들은 상여금과 수당을 매달 지급하는 최저임금에 산입해 인건비를 줄이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 단체에 따르면 한 제보자는 “회사가 갑자기 이번 연도에는 상여금 50%만 주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를 해 와서 화가 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제보다는 “항의했더니 회사가 망할 것 같다고 사표를 쓰라더라. 사장은 몇 억을 들여 음식점을 내고, 땅 사고, 아파트 사고하던데 이게 말이 되느냐”고 토로했다.

직장갑질119는 “충분히 증거가 확보되고 피해자들의 동의를 얻은 사업장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에 근로감독을 요구할 예정”이라며 “불리한 내용의 근로계약서 서명을 강요하는 사업장 행위를 철저하게 단속하고 법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
위반 사례‧대응 방법 공개

 
고용노동부(이하 고용부)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상여금이나 수당을 조정하거나 직원을 해고하는 등 사업주의 최저임금 위반 사례를 소개하고 대응 방법을 8일 공개했다.

지난 1일 최저임금 인상으로 아파트 경비원,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등 단순노무직에서 해고가 잇따르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어 주의를 환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고용노동부가 밝힌 위반 사례와 대응 방법.

#G사업장은 6명의 직원을 두고 있었지만,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2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고용부는 “사용자는 노동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며, 사용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노동자를 해고하는 경우 노동자는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면서 “해고를 하는 경우 해고의 정당성과는 별개로 적어도 30일 전 해고 예고를 해야 하며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30일분의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A사업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기존에 지급하던 상여금 600%를 직원의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변경해 300%로 줄이기로 결정했다.

고용부는 “기존에 지급하던 상여금을 축소해 지급하는 것은 근로조건 불이익 변경에 해당할 수 있다”면서 “따라서 근로기준법 제94조에 따라 노동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의 동의(과반수 노조가 없는 경우 노동자 과반수 동의)를 통해 취업규칙을 변경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기존에 지급하던 상여금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르바이트생을 많이 쓰는 프랜차이즈점인 B사업장은 최저임금이 인상되자 휴게시간 1시간을 추가로 부여하고 근무시간을 단축했다.

고용부는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것은 근로조건 변경에 해당하기 때문에 근로기준법 제17조에 따라 서면으로 근로계약 내용을 변경해야 한다”며 “근로계약 내용이 적법하게 변경됐다 하더라도 휴게시간에 사업주가 업무지시를 하는 등 휴게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는 경우 사실상 근로시간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전했다.

#C사업장은 6개월 단기 아르바이트생을 채용하면서 시간당 7530원을 준다고 공고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3개월간을 수습기간으로 하고 6800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수습기간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지급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고용부는 “최저임금법 제5조 제2항에 따라 근로계약기간이 1년 미만인 경우 수습기간에도 최저임금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 또 최저임금법 개정으로 올해 3월 20일부터는 1년 이상의 근로계약을 체결하더라도 단순 노무직에게는 수습기간에도 최저임금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D아파트 단지에서 일하는 경비원은 최저임금이 16.4% 인상됐음에도 올해 임금 인상은 2.4%에 그쳤다. 기존 8시간이던 휴게시간이 9.5시간으로 늘었지만 업무량은 동일하다.

고용부는 “휴게시간은 사업주의 지시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근로자가 휴게시간에 일을 하게 되면 사업주는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전했다.

#E사업장은 최근 식비, 교통비 등 복리후생을 일방적으로 폐지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서다.

고용부는 “기존에 지급하던 수당을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폐지하는 것은 근로조건 불이익 변경에 해당할 수 있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를 거치지 않는 경우 기존에 지급하던 수당 전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F사업장은 인상된 최저임금을 메우기 위해 6개월마다 150%씩 주던 상여금을 매달 25%씩 지급하기로 했다.

고용부는 “인상된 최저임금을 메우기 위해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포함되지 않던 상여금의 산정·지급 주기를 변경해 매달 지급하는 것은 근로조건 불이익 변경에 해당된다. 따라서 노동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의 동의(과반수 노조가 없는 경우 노동자 과반수 동의)를 통해 취업규칙을 변경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은 경우 사업주는 기존과 같이 상여금을 지급하고, 매월 지급된 임금에서 상여금을 뺀 금액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면 그 차액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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