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고정현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대구에 둥지를 틀려고 한다. 홍 대표는 험지 대신 보수 텃밭인 대구 북구을 당협위원장 공모에 신청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한국당의 지역기반인 대구·경북(TK)을 사수하겠다는 명분에서다. 그러면서 총선이나 재보선엔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보수의 심장’인 TK의 적통으로 자리매김 해 차기 대선에 재도전하겠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홍 대표는 지난 8일 대구 북구을 당협위원장 지원과 관련해 “대구를 근거지로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지, 대구에 출마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다음 총선서 대구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려오더라도 다음 총선 전에 그 지역구(북구을)는 훌륭한 대구 인재를 모셔다 놓고 출마토록 할 것”이라며 지난 5일 홍 대표의 당협위원장 신청이 2020년 총선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당 안팎 지적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그럼에도 당 내 분위기는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홍 대표의 ‘TK 맹주’ 논란이 확대되는 시점에 홍 대표의 위 발언은 결국 ‘총선이 아닌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말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정치권 역시 홍 대표의 최근 행보를 들어 홍 대표의 ‘포스트 박근혜 플랜’이 가동됐다고 관측한다. 얼마 전 발표된 한국당 당무감사 결과 TK는 ‘완생’이라는 놀라운 성적표를 받았다. TK 친박계가 전원 생존할 수 있었던 데는 홍 대표의 입김이 작용했을 개연성이 크다. 이는 당분간 TK 친박계가 홍 대표에 날을 세우기 곤란한 입장이 됐다는 얘기다. 바로 이 틈을 타 홍 대표가 TK 알박기를 통해 TK에 남아있는 ‘박근혜 정서’를 잠식, TK를 기반으로 ‘대선 재수’까지 바라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정치권의 분석은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당장 홍 대표의 TK의 입성에 TK지역 의원들은 하나 같이 박수갈채를 보냈다. 지난 8일 열린 대구 신년하례회에는 김상훈 대구시당위원장을 비롯해 주호영, 정태옥, 추경호 의원 등 대구를 지역구로 하는 의원들이 참석했다. 경북 신년하례회에는 김광림·이철우·박명재 의원, 남유진 구미시장, 김성조 한국체육대 총장 등 경북지사 경선 후보자들을 비롯해 TK 지역 현역 의원들이 다수 참석했다.

기세를 탄 홍 대표는 이날 “1060년 당시 미얀마는 아시아 최고의 부자나라, 우리나라는 세계 최빈국이었지만 60년이 지난 지금 미얀마는 국민소득이 1000달러가 넘지 않고 한국은 소득 3만 달러를 바라보는 선진국이 됐다”며 그 이유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이 자유민주적 기본을 지키는 자본주의를 선택했기 때문”이라며 “한 지도자의 선택이 이런 극과 극의 나라를 만들었다”고 했다.

홍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TK 민심 달래기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시킨 홍 대표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연민이 남아 있는 TK를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 끌어안으려 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K 민심은 싸늘하다. TK정치권 한 관계자는 “대구를 너무 만만하게 보는 것”이라며 “수성갑에 출마해 낙선한 김문수 전 의원처럼 지역구에서는 홍 대표가 자칫 ‘홍문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영남일보와 대구 CBS가 지난 2일 실시한 여론조사(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도 ‘홍준표 대표가 대구지역 당협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응답은 13.2%에 불과했다.

고정현 기자  jh0704@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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