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해도…’ 사상 최대 실적에 기뻐할 수 없는 까닭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삼성전자가 지난해 영업이익 53조6000억 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50조(兆) 시대’를 열었다. 전년(영업이익 29조 원)의 두 배에 달하는 실적으로, 매주 1조 원씩 벌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사상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기뻐할 수만은 없다는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반도체 초호황 탓’ 분석에 이견 없어…미래먹거리 찾기 급선무
오너 공백도 문제…빠른 판단과 의사결정되지 않아 사업 지지부진


업계는 삼성전자의 실적이 껑충 뛴 것은 반도체의 ‘초(超)호황’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사업 초호황으로 올해까지 유례없는 수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며 “2017년 반도체 부문 전체 영업이익은 약 35조 원으로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과거 명성일 뿐.. 앞으로가 문제

반도체 산업은 통상 4~5년 단위로 호황·불황을 반복하는 ‘사이클(cycle)’을 그린다.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4차산업혁명 발(發) ‘반도체 수퍼 사이클’이 연말까지 이어지며 삼성전자 실적을 끌어올렸다.

작년 영업이익의 65%를 반도체 혼자 벌었다. 작년 4분기만 놓고 보면 70%에 달한다. 2015~16년 40%대 중반이었던 것에 비하면 쏠림 현상이 심해진 것이다
관건은 이 같은 ‘수퍼 사이클’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냐다. 반도체 의존이 과도한 만큼 호황이 꺼졌을 때 실적이 급격히 하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반도체 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는 지난 5일 “도시바 삼성 인텔 YMTC(양쯔 메모리 테크놀로지)와 같은 주요 낸드플래시 제조사들 생산능력 확충이 반도체 산업에 점차 영향을 미치면서 2019년 낸드플래시 시장은 공급과잉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반도체 산업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 수출에 악영향이 불가피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마트폰 중심의 수요처는 여전히 견조하겠지만 오는 2020년까지 획기적인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클라우드에 무조건 의존할 수 없고 엣지 컴퓨팅(종단 데이터 처리)이 대세가 되리라 예측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상호보완적인 관계라고 보는 것이 더 적합하다. 예컨대 스마트폰 D램 용량이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PC가 그랬던 것처럼 일정 수준에서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 도시바, 마이크론, 인텔, 웨스턴디지털(WD, 샌디스크)가 계속해서 생산량을 늘리면서 올해까지는 호황의 바통을 이어받겠지만 기세는 한풀 꺾일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 의견이다.

대형 인수합병 성공 1건
돌파구 마련에 시선 쏠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속앓이는 이어진다는 후문이다.

겉으로 삼성전자는 반도체시장의 ‘수퍼 호황’으로 실적과 주가가 고공상승을 하고 있지만 글로벌 경영 차질은 물론이고, 대규모 인수·합병(M&A)과 신규 투자는 전면 중단된 상태여서 글로벌 4차 산업혁명 경쟁에서 뒤처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총수가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결정해야 할 부분들을 수행하지 못하면서 외국 후발 기업들의 거센 도전으로 자칫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삼성 내부에 팽배하다.

이건희 회장의 장기 와병에 겹쳐 이 부회장마저 구속수감되면서 삼성전자의 대규모 M&A(인수합병)와 신규 투자도 사실상 ‘올스톱’이다. 지난해 11월 미국의 전장 전문기업 ‘하만’을 9조 원에 인수한 이후 올해 들어서는 새로운 대형 M&A 발표가 단 한 건도 없었다.

당분간은 삼성전자는 기존 일정을 최대한 챙기며 부회장 부재에 따른 차질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돌파구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인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의 호실적은 수년 전에 기획했던 미래전략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면서 “전세계가 4차 산업의 변곡점을 맞은 중차대한 시기에 현재의 총수 공백은 3~5년 뒤 어떤 부작용을 낳을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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