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회생 신동빈, 쪼개고 붙이고 ‘일본 꼬리표 떼나’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재계 순위 50위권 이내의 기업들이 잇따라 지배구조 개편 현황을 알리고 있다. 일각에선 ‘김상조 효과’가 빛을 밝힌다는 평가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해 6월 취임 직후 “대기업 집단의 경제력 남용을 억제하고 지배구조 개선에 힘쓰겠다. 연말까지가 마지노선(데드라인)이다”라고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최근 지배구조 개편을 밝힌 곳은 롯데·효성·태광 등 총수 일가가 재판을 받거나 검찰 수사를 받는 곳이다.

이 때문에 이들 기업의 의도가 순수하지 않다는 비난도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오너의 지배력 강화 차원이라는 답변을 내놓기도 한다. 일요서울은 롯데그룹을 시작으로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는 기업들의 면모를 파헤쳐본다.

롯데그룹은 상장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는 호텔롯데를 제외하면 유통 부문 거의 다 신동빈 회장이 이끄는 롯데지주의 지배 아래 편입되면서 순환출차 논란에서 벗어나고 있다.

호텔롯데 상장이 관건…마지막 일본 고리마저 푸나
지배구조 추가 개편…지주 지배력 강화 ‘포석’


지난해 12월말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직후 일본으로 출국했던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보름 만에 귀국해 지난 8일 오전 서울 롯데월드타워로 출근했다. 본인 회사에 출근한 것이 새삼 놀랄일은 아니다. 다만 신 회징이 앞으로 겪어야 할 일에는 많이 관심이 쏠린다.

신 회장이 재판에 앞서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것도 지배구조 개선이다. 일본의 경우 경영진이 배임 등의 혐의로 법정에서 형이 확정되면 모든 임원직을 사퇴해야 한다. 또한 롯데의 경우는 여전히 정체성 논란으로 국내에서 미운털이 박혀 있다. 일본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서라도 신 회장은 앞으로도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행보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순환고리 어떻게 정리했나

업계의 따르면 일본과 한국 롯데의 연결고리인 호텔롯데의 상장 시기가 여전히 불투명하다.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는 지난 3일 ‘2018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호텔롯데의 상장시기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마음으로는 당장이라도 하고 싶은데 실적이 좋아야 할 수 있으니 어쩔 수 없다”며 “투자자들의 기대가치를 높여야하니 빨리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호텔롯데는 롯데알미늄, 롯데건설, 롯데케미칼, 롯데물산 등 롯데지주 밖에 있는 롯데그룹 주력계열사들의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호텔롯데는 롯데홀딩스, 광윤사를 비롯해 일본계 회사들의 지분율이 98%를 넘는다. 호텔롯데를 상장해야 일본주주들의 영향력을 줄일 수 있다.

일각에선 호텔롯데를 상장한 뒤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눠 투자회사를 롯데지주와 합병할 가능성이 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롯데지주의 최대주주인 신동빈 회장이 호텔롯데 아래 있는 계열사에도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봉철 롯데지주 재무혁신실장(부사장)은 지난해 롯데지주 출범 기자간담회에서 “우선 호텔롯데를 상장해야 그 다음에 지주사와 합병이든 뭐든 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호텔롯데 실적이 악화되면서 롯데그룹은 상장을 추진할 시기를 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호텔롯데의 주력사업인 호텔과 면세점사업의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고 있고 대규모 투자부담과 현금창출력 축소 등으로 재무 안정성이 약화됐다고 평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그룹이 무리해서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주력 계열사 지분을 롯데지주가 직접 확보하는 방식으로 지배력을 확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롯데지주가 공정거래법에 따라 금융계열사 지분을 보유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 보유하고 있는 금융계열사 지분을 매각하고 매각대금을 통해 롯데케미칼 등 롯데지주 밖에 있는 계열사 지분을 확보할 수도 있다.

롯데지주는 롯데카드 지분 93.78%와 롯데캐피탈 지분 25.64%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롯데지알에스, 대홍기획, 롯데상사, 한국후지필름도 롯데지주에 합병되기 전에 보유 중이던 롯데캐피탈과 롯데손해보험 주식을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에 블록딜 방식을 통해 매각했다

잠재적 위협 벗어나려 ‘안간힘’

한편 업계는 최근 진행한 추가 분할합병으로 롯데지주의 계열사 지배력이 더 강력해질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한편, 신동빈 회장의 지배력을 더 강화된 셈이다.

우선 6개사가 보유하고 있던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롯데지주가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합병 완료 시 롯데지주의 롯데제과 지분율은 현재 8.2%에서 11.5로 늘어나며, 롯데쇼핑도 25.9%에서 39.4%로, 롯데로지스틱스는 18.9%에서 26.2%로, 롯데상사는 27.7%에서 41.4%, 대홍기획도 44%에서 56.5%로 강화된다. 롯데IT테크는 7.7% 보유해서 100%로 늘어나며, 단 5%만 갖고 있던 한국후지필름은 분할합병 후 60.9%로 대폭 증가한다.

최대주주인 신동빈 회장 일가의 지배력도 동반 상승한다. 현재 신동빈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롯데지주 지분율은 54.3%인데, 이번 추가 분할합병 이후에는 60.9%로 올라 지배력이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 롯데홀딩스를 지배하는 임직원 주주들은 사실 한국 롯데그룹을 통제할 만한 역량도 조직도 없다고 봐야 한다. 이들도 호텔롯데와 롯데물산 상장 등으로 막대한 현금을 챙기는 편이 낫다. 신 회장은 이를 지렛대 삼아 잠재적 위협이 될 수도 있는 일본 롯데와 한국 롯데의 연결고리를 끊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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