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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올해 국내 대형 주류업체들의 고전이 예상된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불어 닥친 수입 맥주의 ‘4개 만 원’ 공격에 이어 올해 4월부터는 세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소규모 업체의 수제 맥주도 편의점·대형마트 등에서 판매 허용된다. 그동안 개인 사업장에서만 판매되던 수제맥주가 소비자 안방까지 침투할 수 있게 된 것. 이에 따라 수입·수제 맥주가 국내 맥주 업계에서 입지를 장악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형 주류업체들은 수입 맥주 유통을 확대하는 등 탈출구 찾기에 분주하다.

수제 맥주 4월부터 편의점·마트 등 소매점에서도 판매
수입 맥주 관세까지 철폐되며 국내 주류업체 ‘위기 봉착’

기획재정부가 지난 7일 ‘2017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을 발표함에 따라 오는 4월부터 소매 유통시장에서 소형 주류업체가 만든 수제맥주 판매가 허용된다. 수제 맥주는 소규모 제조업자가 만든 하우스맥주, 지역 특산 맥주 등을 일컫는다. 현재 수제 맥주는 제조장과 영업장에서만 판매할 수 있지만 오는 4월 1일부터는 슈퍼마켓, 편의점, 대형마트 등 소매점에서도 판매된다.

또한 맥주 시설기준 완화를 비롯한 소규모 제조업자의 연간 생산량 확대 방안, 세금 지원 방안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소규모 제조업자들의 판로가 다양화되는 한편, 소비자 선택의 폭도 확대될 전망이다.

소형 업체·소비자는 喜 대형 주류업체만 悲

하지만 국내 대형 주류업체들은 벌써부터 울상이다. 수제맥주의 시장 진출이 활발해지는 만큼 국내 맥주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 지난해 수입 맥주 공세에 맥을 못 춘 전례가 있는 만큼 이미 업계에서는 수제 맥주에 대한 부담이 상당하다.

대형 주류업체 A사 관계자는 “수제 맥주 시장 진출은 아직 본격 시행 전이기 때문에 예측하기 힘들다.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경계를 표했다. B사 관계자도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홈술(집에서 먹는 술)·혼술(혼자 먹는 술)·맥덕(‘맥주 덕후’의 준말·맥주 마니아를 가리킴) 등 맥주 소비 성향이 변화되는 만큼 시장 점유율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은 대형 주류업체 3곳(오비·하이트진로·롯데주류)이 90%, 수입맥주가 10% 수준이다. 하지만 수제 맥주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할 경우 수입 맥주보다는 국산 맥주의 입지가 위태롭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오랫동안 국산 맥주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이 사실”이라며 “점점 기호가 다양해지는 만큼 국산 맥주 수요층이 이탈할 가능성이 높지 않겠나”고 예측했다.

이들의 우려처럼 편의점업계는 벌써부터 수제 맥주 모시기에 불꽃이 튀고 있다. 지난해 4월 업계에서 수제맥주를 처음 판매한 CU를 비롯해 GS25, 세븐일레븐 등이 수제 맥주 유통의 외연을 확장 중이다.

CU는 ‘청와대 만찬주’로 유명한 세븐브로이의 강서·달서맥주를 비롯해 대강 페일에일·국민IPA 등, 세븐일레븐은 ‘플래티넘 에일 맥주’ 중 페일에일과 화이트에일 등, GS25는 미국 수제 맥주인 ‘구스아일랜드’와 영국산 ‘브루독’ 등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편의점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규모 업체가 전 지점에 물량을 조절하는 데 한계가 있겠지만, 점점 다양해지는 소비자 기호를 맞추는 데 수제 맥주의 역할이 클 것”이라며 “혼술·홈술 트렌드에 따라 큰 인기를 끌었던 수입 맥주처럼 수제맥주도 제2의 붐을 일으킬 것이라 기대된다”고 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형 맥주 업체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이유는 또 있다. 올해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에서 수입되는 맥주 관세가 철폐됐을 뿐 아니라, 오는 7월부터는 유럽연합(EU) 맥주에 대해서도 무관세가 적용된다. 이렇게 되면 수입 맥주와 국산 맥주의 가격 차는 더욱 좁아지게 돼 국산 맥주는 가격 경쟁력마저 상실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맥주 업계의 탈출구는?

이렇다 보니 하이트진로·오비맥주·롯데주류 등 국내 대형 주류사들은 수입 맥주의 독점 유통, 판매권 획득을 통해 국산 맥주의 부진을 메우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기린·크로넨버스·싱하·투이즈엑스트라 드라이 등 품목을 유통한 데 이어 지난해 말 호주 맥주 판매 1위 라이온사의 ‘포엑스 골드’를, 올해에는 덴마크 1위 맥주 기업 ‘칼스버그’와 알코올 사이다 ‘써머스비’의 판매를 시작했다.

이밖에 롯데주류는 지난해 12월 미국 대형 맥주업체인 몰슨 쿠어스 인터내셔널과 ‘밀러라이트’ 및 ‘밀러 제뉴인 드래프트’ 국내 유통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또 오비백주도 모회사인 세계 최대 맥주업체 AB인베브 맥주를 집중적으로 들여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주류사들은 신제품 출시로 소비자들의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키는데 한계를 느끼고 있다”며 “따라서 수입 맥주 유통 강화에 나서면서 해외시장 개척도 병행하는 등 다각적인 시도를 꾀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 9일 한국무역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맥주 수입액은 2억4154만 달러로 전년 대비 44.8% 증가, 누계실적만으로 지난해 역대 최고 수입액을 기록했다. 올해 수입 맥주 시장 규모는 3억 달러를 육박할 것이라고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박아름 기자  pak50248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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