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없는 北, 올림픽 참가로 대북 제재 균열 노리나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지난 9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고위급 회담이 끝났다. 이날 종결회의가 끝난 뒤 채택한 공동보도문에서 남북은 “회담에서 쌍방은 북측 대표단의 펑창 동계올림픽 경기대회 및 동계패럴림픽 대회 참가 문제와 온 겨레의 염원과 기대에 맞게 남북관계를 개선해 나가기 위한 문제들을 진지하게 협의하고 다음과 같이 합의했다”며 세 가지 합의 내용을 발표했다. 일요서울은 남북공동보도문 내용을 살펴보고 북한이 전향적인 자세로 대화에 나선 배경, 주변국 등의 반응을 알아보고자 한다.

북한…대표단,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 등 대규모 인원 보낸다
평창올림픽을 무대로 특유의 선전전술을 전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남북고위급 회담 종결회의는 지난 9일 오후 8시 5분부터 37분간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진행됐다. 종결회의에는 양측 대표단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고 공동보도문이 채택됐다.  

남북은 공동보도문에서 “남과 북은 남측 지역에서 개최되는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가 성공적으로 진행돼 민족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로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적극 협력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북측은 평창 동계올림픽대회에 고위급대표단과 함께 민족 올림픽위원회대표단,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 참관단, 태권도시범단, 기자단을 파견키로 하고 남측은 필요한 편의를 보장키로 했다”며 “쌍방은 북측의 사전 현장 답사를 위한 선발대 파견문제와 북측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관련한 실무회담을 개최키로 하고 일정은 차후 문서교환 방식으로 협의키로 했다”고 부연했다.

공동보도문에는 또 남북 간 우발적인 충돌 방지를 위해 남측에서 제안한 군사당국회담 개최에 합의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남북은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한반도의 평화적 환경을 마련하며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도모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면서 “남과 북은 현 군사적 긴장상태를 해소해 나가야 한다는 데 견해를 같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군사당국회담을 개최키로 했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남과 북은 다양한 분야에서 접촉과 왕래, 교류와 협력을 활성화하며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도모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남북관계 관련 문제를 민족이 주체적으로 해결해 나간다는 취지의 내용도 공동보도문에 포함됐다.

남북은 “남과 북은 남북선언들을 존중하며 남북관계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들을 우리 민족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해 나가기로 했다”면서 “이를 위해 쌍방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남북고위급회담과 함께 각 분야의 회담들도 개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반도 비핵화는 언제?
정부의 적극적인 자세 필요


아쉬운 점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의제가 빠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한반도를 둘러싼 전쟁 위기론이 대두됐던 만큼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였지만 예민한 사안인 만큼 뒤로 밀린 분위기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이날 종결회의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초 이날 종결회의는 오후 8시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남측이 오전 전체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언급한 ‘비핵화 등 평화정착을 위한 대화 재개’ 요구에 북측 대표단 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강한 불만을 표시하면서 회의 시작이 늦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회의장에서 한반도 비핵화 의제가 올려 졌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분명한 건 향후 군사회담 등에서라도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꼭 다뤄져야 할 문제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이산가족 상봉, 국군포로 등의 문제도 대화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 과거 정부들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해 왔다. 사실 북한이 대화에 나선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에게는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 속에 북한의 시장경제는 정부의 통제를 벗어났다. 생필품을 비롯한 음식 값도 폭등했다. 중국을 통해 들려오는 북한 국민들의 실상은 처참할 정도다. 

북한전문가 경기대 북한학과 강명도 교수는 “시장의 물가가 폭등한다면 어떻게 살아 가겠나. 북한 정부, 주민 모두 살 수가 없다”며 “또다시 ‘제2의 고난의 행군’을 극복하자고 하지만 이게 어떤 소요사태로 발전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대량 탈북 난민 사태 가능성도 내비쳤다. 

일본, “미소전술로
대북 포위망 돌파구 노려“


남북 고위급 회담에 대한 주변국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 내 언론들은 대화에 나선 북한의 속내는 따로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 10일 일본의 도쿄신문,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 등은 일제히 북한이 남북회담에 나선 배경에 대해 “국제사회의 대북 포위망의 균열을 노린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도쿄신문은 북측 대표단장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말쑥한 정장 차림에 미소를 지으며 등장하고, 회담에서도 여유롭고 온화한 태도를 보인 것에 대해 “이러한 미소 전술에는 남북관계를 국제사회의 대북 포위망의 돌파구로 삼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해석했다.

신문은 이어 북한이 평창올림픽을 무대로 특유의 선전전술을 전개할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이 대규모 대표단을 파견해 남북 우호 분위기를 연출하고, 이에 더해 올림픽 개회식에서 남북 공동입장이 실현되면 북한으로서는 남북화해와 평화에 적극적이라는 자세를 전 세계에 내보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북한이 여성으로만 구성된 모란봉 악단을 올림픽 응원단으로 파견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는 한국 언론의 주목을 받아 북한에 대한 경계감을 저하시키려는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도 젊은 여성으로 구성된 응원단을 파견해 한국 언론의 관심을 독점한 바 있다. 

아사히신문도 남북대화 배경으로 “남북대화에 적극적인 문재인 대통령의 접근을 발판으로 국제적인 포위망에 구멍을 내고, 핵미사일 능력을 완성시킬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마이니치신문은 미일 양국 정부는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 등 국제적 포위망이 북한의 대화 자세를 이끌어냈다고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일은 북한의 이러한 유화 자세에도 ‘최대한의 압력’을 지속할 방침이며, 남북대화는 평창올림픽에서의 협력에 한정된다고 관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미일은 남북 간 민족단결로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 노선에 균열이 생기는 전개를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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