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빈 이변 없이 출전권 획득…지난해 암 투병으로 별세한 모친 생각에 눈물
-남자피겨 출전권 확보한 이준형, 부담감에 역전극 허용하며 다 잡은 출전권 불발
차준환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피겨 여왕’ 김연아로 촉발된 국민적 관심이 이번 평창동계올림픽 피겨 종목에도 쏠리는 가운데 국가대표 출전권을 놓고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이 경합 끝에 승부가 가려지면서 기쁨에 울고 아쉬움에 한 번 더 울었다. 더욱이 김연아 은퇴 이후 한국피겨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 이번 대회에서도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두기엔 다소 힘겹지만 평창을 발판으로 다음 대회를 기약할 수 있는 기대주를 확인했다는 점이 큰 성과로 점쳐진다.

지난 7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올림픽 최종선발 3차전 ‘KB금융 코리아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2018’을 통해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할 선수들이 모두 가려졌다.

우선 페어와 아이스댄스는 애초 한 팀만 출전했다. 페어 김규은·감강찬 조는 총점 139.54점을 대회를 마쳤다.

이들은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하지 못했으나 오는 29일 개최국 쿼터 확보 여부에 따라 평창에 갈 가능성을 남겨뒀다.

또 아이스댄스의 민유라·알렉산더 겜린 조는 총점 149.94점으로 평창 전초전을 마무리했다.

가장 관심이 집중됐던 남녀 싱글에서는 대역전 극이 펼쳐지며 선수들의 명암이 엇갈렸다.
최다빈
    여자싱글은 지난해 4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최다빈(수리고)이 2장의 올림픽 티켓을 확보한 상황이었다.

이에 2장 출전권을 두고 벌인 경합에서 최다빈이 1, 2차 선발전까지 사실상 1위를 확보하며 1장을 거머쥐었고 남은 1장을 두고 최종전까지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남자 싱글도 1장의 티켓을 두고 선수들의 치열한 박빙 승부를 예고했다.

최다빈은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 깔금한 연기로 126.01점을 얻어 전날 쇼트프로그램 4위(64.11점)의 아쉬움을 날렸다. 그는 1~3차 선발전 총점 540.28점으로 단연 1위에 올라 평창행을 확정했다.

그 뒤를 총점 510.27점의 김하늘(평촌중)이 차지하며 남은 1장은 차지했다. 김하늘은 4년 전 소치올림픽에 나섰던 박소연(단국대)을 20점 이상 차이로 여유있게 제치고 마지막 승자가 됐다.

특히 최다빈은 이번 올림픽에 스스로에게 각별한 대회다. 그는 지난해 세계선수권 뒤 부추 문제와 발목 부상 등 갖은 고초를 겪었고 여기에 지난해 6월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었던 모친이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나면서 정신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김하늘
    사연 많은 남녀 싱글,
결과에 눈시울

 
이날 경기 후 인터뷰에서 최다빈은 “그동안 힘든 일이 너무 많았는데 잘 극복했다”며 “엄마가 옆에 계셨다면 잘했다고 하셨을 것 같다”고 진한 그리움을 드러냈다.

김하늘도 이날 눈물을 흘렸다. 그는 대회 직전 근육 파열 부상이라는 힘겨운 과정을 겪으며 우여곡절 끝에 출전권을 따냈다.

김하늘은 “대회 일주일전 오른 허벅지가 2~3cm 정도 찢어졌다는 진단을 받았는데 스핀이나 스파이럴을 할 때 힘들었고 완벽한 연기를 할 수 없었다. 힘든 시간이 있어서 감정이 북받쳤다”고 소감을 전했다.

남자 싱글에서는 대 이변이 연출됐다. 1~2차전에서 1위를 달리던 이준형(단국대)이 27.54점의 점수 차에도 불구하고 차준환(휘문고)에게 출전권을 내줘야 했다.

이날 이준형은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점수가 좁혀지자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두 번이나 빙판에 넘어지며 아쉽게 대회를 마감했다.

반면 차준환은 완벽한 연기로 대 역전극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프리스케이팅에서 개인 최고 점수인 168.60점을 얻어 146.18점에 그친 이준형을 1~3차전 총점에서 2.13점이라는 간발의 차이로 제치며 올림픽 티켓을 손에 쥐었다.

최준환은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부담없이 연기를 펼쳐 좋은 결과를 얻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준형
    이와 달리 다 잡은 티켓을 놓친 이준형은 시상식과 갈라쇼까지 미소로 마무리했지만 관중이 떠난 빙판에서 동료 김진서(한국체대)를 부둥켜 않고 눈물을 흘려야 했다.

특히 그는 2015년 교통사고 후유증을 이겨 내고 지난해 9월 네벨혼 트로피에서 5위에 올라 한국남자 싱글에 출전권을 안았던 장본인이기에 더욱 아쉬운 순간이었다.

200점 돌파 유영,
베이징 기대주 등극


눈물 가득한 평창티켓을 뒤로한 채 새로운 유망주들이 빛을 발하면서 한국 피겨에도 다시 훈풍이 불고 있다.

과거 김연아의 활약 이후 그 뒤를 이을만한 선수를 찾지 못했던 한국 피겨였지만 속속 과거 영광을 이을 만한 재목들이 등장해 평창보다 베이징 대회에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우선 나이 제한으로 평창에 나서지 못하지만 괄목할 만한 성적을 이뤄 낸 여자싱글 유영(과천중)은 2022년 베이징대회 기대주로 손꼽힌다.
유영
    유영은 이날 프리스케이팅 135.15점까지 총점 204.68점으로 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사실상 출전권 확보한 최다빈은 무리를 하지 않으며 평창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유영은 현재 대표팀 에이스보다 10점이상 높은 점을 받으면서 남다른 실력을 드러냈다.

더욱이 그는 2차 선발전에서도 정상에 올랐고 김연아 이후 처음으로 총점 200점을 돌파했다. 물론 이번 기록은 ISU 공인 점수는 아니지만 ‘포스트 김연아’의 기대감을 갖게 하기엔 충분하다고 관계자들은 평가한다.

유영은 “나도 점수를 확인하고 당황스러웠다”면서도 “평창은 못 나가지만 베이징 올림픽은 곡 나가고 싶다”며 각오를 전했다.

대 역전극을 펼친 차준환도 평창보다는 베이징이 더 기대되는 선수다. 올해 17살이 된 차준환은 평창에서 10위권을 노리는 가운데 경험을 더 쌓고 기술을 연마하면 베이징에서 더 놓은 점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그는 이미 10대 초반에 트리플 점프 5종(살코·토루프·루프·플립·러츠)을 모두 마스터했고 2015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랭킹 대회에서 역대 국내 남자 싱글 최고점인 220.40점으로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과거 김연아의 코치로 유명한 브라이언 오셔의 지도아래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만큼 피겨 팬들의 기대도 더욱 커지고 있다.
 
한편 한국 피겨스케이팅은 극적으로 평창올림픽 단체전 출전권을 확보해 또 다른 경사를 맞았다. 2014년 소치대회에서 처음 도입된 팀 이벤트는 10개국이 출전해 남녀싱글과 페어, 아이스댄스에서 기량을 겨뤄 상위 국가가 메달을 차지하는 국가대항전이다.

참가자격은 올 시즌 ISU 총점 기준 10위에 들어야 하고 4개 개별 종목 중 3개 종목에서 출전권을 획득해야 한다. 한국은 1397점으로 11위에 머물렀지만 9위를 기록한 스페인이 여자 싱글과 페어 종목에서 출전권을 따지 못해 단체전 출전 최소 요건인 ‘3개 종목 출전권 확보’에 실패하면서 한국에게 기회가 넘어왔다.

한국은 개인전 외에도 단체전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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