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봉합 後논의’ 기조 속 ‘더 큰 위기 직면’ 지적도

<뉴시스>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지난달부터 핵심 이슈로 부상했던 UAE 특사 논란과 장기간 민감한 외교 사안이었던 한일 위안부 문제가 소강 국면으로 접어든 모양새다. 여전히 불씨가 남은 데다 인화성 높은 문제이긴 하지만, 지난주 UAE 칼둔 행정청장 방한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위안부 대응 발표로 수습 과정으로 접어든 형국이다.

첨예한 갈등을 유발했던 두 외교안보 사안이 일시 수그러들면서 현 정부가 이러한 민감 사안을 처리하는 방식에 관심이 쏠린다. 기존 합의는 인정하되 논란 사안을 추후 논의하는 이른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식 해법’인데, 이를 두고 상반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존 합의 파기 안 하되 첨예한 사안은 뒤로 미루기
출구 전략으로 “고육지책” vs “추후 더 큰 문제로 남을 것”

 
최근 UAE 논란과 위안부 문제 등 첨예한 외교현안을 다루는 문재인 정부의 방식이 ‘선 봉합 후 논의’라는 사드식 해법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과거 정부에서 맺은 외교안보 관련 합의에 대해 논란이 지속되자 ‘출구 전략’으로, 합의는 파기하지 않되 이견은 시간을 두고 풀어가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여권에서는 현실적 상황을 고려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며 두둔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면 핵심 사안을 뒤로 미뤄 향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사안이 꼬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측근 방한 ‘UAE 주목’
첨예 안건은 ‘나중에…’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의 UAE 특사 문제는 각종 설과 추측이 잇따르면서 주요 외교안보 쟁점으로 급부상했다. 여러 차례 청와대의 뒤바뀐 해명을 비롯해 야당과 언론의 의혹 제기로 인해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할 조짐까지 보였다.
 
이런 가운데 지난 8일 무함마드 UAE 왕세제의 최측근인 칼둔 칼리파 무바라크 행정청장의 방한 소식에 관심이 모아졌다. 그가 왕세제 특사 자격으로 9일 문 대통령과 임 실장을 잇달아 면담할 것으로 알려지자 그간 제기된 임 실장을 둘러싼 UAE 의혹이 얼마나 풀릴지 그의 ‘입’에 이목이 쏠린 것이다.
 
특히 이날 오전 이명박 정부 시절 양국이 원전 수주 계약을 맺으면서 ‘UAE 유사시 군 자동 개입’ 조항이 담긴 ‘이면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당시 김태영 국방부 장관을 통해 확인됨에 따라 면담 결과가 더욱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날 이와 관련 구체적 언급은 없었고 양국 관계를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큰 틀에 합의하는 한편, 양국의 외교안보 현안을 논의하는 ‘2+2 전략대화’ 채널을 마련키로 했다.
 
이를 놓고 군사협정에 관한 이면 합의 파문이 지속될 경우 그냥 덮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드러내 놓고 정면돌파에 나서기엔 국익손상 위험이 큰 데다 양국 관계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어 ‘사드식 해법’을 꺼내 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과 중국 정부는 사드 배치로 갈등을 빚자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고 이 문제를 뒤로 미뤄 우선 경제 문제를 중심으로 전반적인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튼 바 있다.
 
문 대통령은 UAE 관련 논란에 대해 기존 합의를 인정하되 잘못된 점은 향후 시간을 두고 수정·보완하는 절차를 거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칼둔 행정청장 면담 이튿날인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앞 정부에서 양국 간에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를 했다면 그 점에 대해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공개되지 않은 협정과 MOU 내용 속에 흠결이 있다면 그런 부분은 앞으로 시간을 두고 UAE측과 수정하거나 보완하는 문제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선 봉합 후 논의’ 방식을 취한 데 대해 불가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최근 TBS라디오에 출연, “지금 당장은 사태를 악화시키지 말아야 되기 때문에 봉합하는 차원으로 끝내고 있지만 사실 뱃속에 수술용 가위나 거즈 등이 들어가 있는 채로 봉합된 것”이라며 “나중에 문제가 남는다고 본다”고 밝혔다.
 
‘파기 언급 없는 파기’ 위안부 발표
‘미루기식 대응’ 비판도

 
2015년 ‘12·28 한일 위안부합의’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두고서도 ‘사드식 해법’을 따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발표한 위안부 합의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기존 합의를 진정한 문제 해결로 볼 수는 없다고 밝히면서도 파기나 재협상 요구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일본이 출연한 10억 엔(100억여 원)과 피해자 지원을 위해 설립한 화해·치유 재단의 처리는 향후 과제로 넘겼다.
 
파기나 재협상은 일본 정부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방안으로 정부도 외교 현실을 고려했다고 볼 수 있다. 정부가 최종 처리 방침을 명시하지 않음으로써 일본과 직접적인 마찰을 피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조처 또한 양측의 기존 합의를 부정하지 않으면서 합의 관련해 바로 잡은 부분은 시간을 두고 해결하는 ‘사드식 해법’을 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과는 북핵 문제와 경제적인 측면에서 협력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만큼 역사 문제와 외교 및 경제 문제를 분리하는 ‘투 트랙’ 접근에 기초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 같은 접근법을 두고 일각에서는 핵심 사안을 일단 뒤로 미뤄 더 큰 위기에 봉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위안부 문제는 ‘독도 문제’와 같이 앞으로 곳곳에서 일본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여당 한 중진 의원은 “(정부는) ‘할머니 문제 아직 안 풀렸다’ 이런 기조로 앞으로 계속 갈 것”이라며 “독도는 우리 땅이다 일본은 자기네 땅이다 이렇게 하듯이 입장이 서로 다른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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