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 저자 오구라 기조 / 역자 조성환 / 출판사 모시는사람들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지독히 이념적으로 유교적이지만  현실적인 욕망에 체념적이기도 한 우리나라를 바라보는 전 세계학자들은 저마다 다른 기준으로 한국사회를 평가해 왔다. 그러나 정작 체계적인 방법으로 정확하게 이해를 하고 있는 학자들은 흔치 않았다. 

조선시대 통치이념인 성리학에서 비롯된 ‘리’와 ‘기’라는 개념으로 들여다 본 일본인의 시각으로 통찰한 한국사회는 어떤 사회일까. 도덕과 이념을 의미하는 ‘리’와 현실적 욕망을 의미하는 ‘기’라는 역동적인 잣대로 한국 사회를 재조명한 한 권의 신간이 출간됐다.

저자 오구라 기조는 1959년 동경에서 태어나 동경대학교를 졸업하고 광고회사에서 근무하다가 우연히 한국 유학길에 오르게 된다. 서울대에서 8년 동안 한국철학을 공부하면서 우리나라 역사에 얽힌 사상과 철학을 풀이하면서 다수의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그 중 한 권인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는 한국이라는 나라와 친근함을 유지할 만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우리나라를 통찰했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관통해   들여다봤기 때문에 그간에 나왔던 책과는 차이가 있다. 한국을 과학적으로 분석했다는 대개의 방법들은 서양의 사회과학과 철학적 담론을 잣대로 해석했기 때문에 한국의 원형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저자는 한국적인 틀을 이해하는 데 전통적 사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내재적 방법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책은 더욱 심도 있다.

저자는 책에서 “한국의 문화가 지닌 독특함의 근원을 한국인의 ‘리’지향성에서 찾았다. 여기에서 ‘리’는 ‘도덕’을 지칭하는 말로, 한국인들의 가장 큰 특징을 ‘도덕지향적’이라는 사실에서 찾았다. 한국인들의 이러한 성향은 생활과 문화 그리고 사고방식 속에서 그대로 드러난다"고 밝혔다. 

또 저자는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 철학 그 자체가 영토·사람·주권으로 응결된 것이 한국이다. 여기에서 철학이란 ‘리’를 말한다. 주자학에 의한 국가 통치 이후, 이 반도를 지배해 온 것은 오로지 ‘리’였다. 항상 ‘하나’임을 주장하는 ‘리’였던 것이다. ‘리’란 무엇인가? 보편적 원리이다. 그것은 ‘천(天)’, 즉 자연의 법칙과 인간 사회의 도덕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치된, 아니 일치되어야 한다고 여기는 절대적인 규범이다. 오늘날 한국인의 도덕 지향성은 이 전통적인 ‘리’ 지향성의 연장이다”고 일축했다. 

한편 저자는 책을 통해 일본의 젊은이는 더 이상 젊지 않지만 한국의 젊은이는 패기있다고 말한다. 일본의 젊은이가 생기 없이 늙어 가고, 손질될 대로 손질된 분재 소나무인 데에 반해, 한국의 젊은이는 쭉 뻗은 새파란 대나무 같다고 비유했다. 일본에서는 한국 사회에 끼친 유교의 영향은 그간 형식적인 측면만 강조되어 왔다고 비판했다. 그 오해의 근원에는 “유교는 형식주의이다”라는 근본적인 무지가 가로놓여 있다고 말하면서 한국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한국에서 음악이나 바둑, 스포츠 천재들이 많이 나오는 이유를 구조나 세계관으로서의 리를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정리(정해진 ‘리’)의 아름다운 질서와 합일할 수 있는 재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저자는 이 정해진 규칙에서 해방된다면 과학 등의 수리 영역 분야에서도 능력자들이 출현할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저자의 대표적인 저서로는 이 책 이외에 ‘한국, 사랑과 사상의 여행’ ‘주자학화하는 일본 근대’ ‘창조하는 동아시아’ ‘조선사상전사’등이 있고,’새로 읽는 논어’는 최근에 한국어로 번역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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