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체감오염 반영 못해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서울시가 지난 15일 오전 6시부터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사상 처음으로 발령해 시민들이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고농도 초미세먼지가 지속됨에 따라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17일 또다시 발령했다. 자율적 차량 2부제가 실시됐으며 대중교통은 출퇴근 시간에 무료로 운행했다. 이처럼 심각한 미세먼지가 전국적인 문제로 떠올라 지자체에서 대책을 마련하는 가운데 그동안 정부의 미세먼지 측정치가 시민의 체감오염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최근 환경부의 실태조사 결과 확인돼 세간에 충격을 주고 있다.

미세먼지 농도, 10곳 중 7곳 대기측정소보다 지상이 높아
해외 주요도시, 서울시 조치보다 강도 높게 규제해


지난해 10월 환경부 국정감사(이하 국감)에서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은 미세먼지를 측정하는 도시대기 측정소의 측정구가 지나치게 높아 측정치가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오염도와 차이가 있다는 지적을 했다.

측정소의 평균 측정구가 고도 14m, 아파트 6층 높이로 지상에서 지나치게 높게 설정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환경부는 지난해 11월~12월 서울 5곳, 경기‧부산‧울산‧대구‧경남 1곳씩 총 10곳에서 측정구 높이가 약 2m인 이동측정차량을 통해 얻은 미세먼지 농도 데이터를 같은 지역 도시대기측정소에서 측정한 것과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PM10(미세먼지)의 경우 10곳 중 7곳에서 대기측정소보다 지상의 미세먼지 농도가 더 높게 나왔다.

특히 측정구 높이가 24.6m로 가장 높은 서울 서대문구 측정소에서 차이가 가장 컸다. 측정소에서 32㎍/㎥인 반면 지상(이동측정차량)에서는 41㎍/㎥로 측정돼 28.1%의 차이를 보였다.

일반적으로 고도가 올라갈수록 대기확산이 활발해 미세먼지 농도가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때때로 정부 예보치를 웃도는 수준의 미세먼지를 시민들이 마셔왔다는 것이 송 의원의 지적이다.

송 의원은 “지금까지의 미세먼지 측정치가 시민의 체감오염도와 차이가 크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 수성구 역시 측정소(고도 16.1m) 농도는 40㎍/㎥이었으나, 지상은 48㎍/㎥로 20.0% 높았다. 부산 기장군도 측정소(19.8m) 농도는 25㎍/㎥, 지상은 29㎍/㎥로 각각 분석돼 16.0%의 차이가 발생했다. 서울 강동구는 측정소(15.3m) 43㎍/㎥, 지상 47㎍/㎥로 9.3%, 서울 용산구는 측정소(14.9m) 44㎍/㎥, 지상 48㎍/㎥로 9.1%, 경기 군포시는 측정소(20.2m) 53㎍/㎥, 지상 56㎍/㎥로 5.7% 등도 측정소의 미세먼지가 지상 측정 데이터보다 과소 측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서울 광진구는 측정소(10.3m) 39㎍/㎥, 지상 39㎍/㎥로 -0.4%, 서울 은평구는 측정소(6.3m) 44㎍/㎥, 지상 41㎍/㎥로 -6.8%, 경남 창원시는 측정소(10.8m) 38㎍/㎥, 지상 35㎍/㎥로 -7.9%, 울산 울주군은 측정소(18.2m) 39㎍/㎥, 지상 35㎍/㎥로 -10.3% 등의 경우 오히려 지상 측정 데이터가 측정소 데이터보다 낮았다. 또 입자가 더 작은 PM2.5(초미세먼지) 기준 미세먼지의 경우 높이차에 의한 오염도 차이가 뚜렷하지 않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미세먼지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고도가 높으면 대기오염물질의 확산이 잘돼 농도가 떨어진다”면서 “도시대기측정소는 그 위치와 높이를 최대한 체감오염도를 반영하도록 규정의 원칙대로 설치·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부는 실태조사를 근거로 지난 10일 ‘대기오염측정망 설치‧운영지침’을 개정했다. 도시대기 측정소의 측정구는 원칙적으로 1.5m~10m를 유지하되, 불가피한 경우라도 20m보다 높아서는 안 되며 10~20m 사이라도 예외 요건을 만족하게 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328개 측정소 중 이 같은 원칙에서 벗어난 곳은 20개소다. 기존 측정소 20곳은 단계적인 이전을 추진하고 신규 측정소는 규정에 맞게 설치할 계획이다.

송옥주 의원은 “지침이 개정된 만큼 미세먼지 측정이 정확하고 체감오염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평균적으로 보면 미세먼지 측정이 아파트 6층 높이에서 이뤄져 시민들의 체감 오염을 반영하지 못해 왔다”고 지적했다.

홍동곤 대기정책과장은 “관련 지침을 개정한 만큼 20m를 초과하는 측정소는 단계적으로 이전해 체감오염도와의 차이를 최대한 줄이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이 밖에 대중교통 무료 운행과 시민참여형 차량 2부제 등이 핵심인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혈세낭비라는 비판에 직면한 가운데 해외 주요도시들의 미세먼지 대응 사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일부 도시는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칙보다 한층 강도 높은 규제를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중국 베이징시는 미세먼지 적색경보가 발령되면 교통량 집중구역에서 오염물질 배출량 등급별로 차량을 통제한다.

오염등급이 1~2급인 휘발유경차는 도로주행이 금지된다. 오염등급이 3급 이상인 차량은 2부제를 실시한다. 공무차량은 2부제 외에 추가적으로 전체의 30%를 운행 중지한다. 베이징 행정구역내 전기자동차를 제외한 모든 차량에 대해 홀짝제가 실시된다.

또 화물트럭 등 대형차 운행이 전면 금지된다. 베이징 시정부, 사회단체, 국영기업 등에 속한 관용차의 경우 80%가 운행이 중단된다. 위반차량에는 벌금 100위안(한화 1만6500원)이 부과된다.

프랑스 파리시는 지난 2015년 3월 미세먼지 오염이 심각해지자 경찰청·기상청·파리시청·환경부 등 유관기관 협의를 거쳐 파리와 주변지역을 대상으로 차량 2부제를 실시했다.

파리시는 적용대상 지역에서 짝수 번호판을 부착한 차량과 오토바이의 운행을 금지했다. 대중교통은 무료 이용이 가능하도록 개방했다. 당시 파리시는 경찰 750명을 동원해 2부제 위반 차량에 22유로(한화 2만8700원) 벌금을 부과했다. 불복 시 견인까지 가능케 했다.

영국 런던시는 대기오염 도시경보 시스템을 구축했다. 런던시는 2016년부터 시내 전역 대기오염 상태를 알려주는 설비를 구축했다.

런던시내 모든 버스정류장과 지하철역, 주요 도로 등에 설치된 전자 알림판이 실시간 대기오염 상황을 알린다.

런던시는 유해 배기가스 벌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유해 배기가스 배출량이 많은 노후 차량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부터 벌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연식이 오래되거나 유해 배기가스 배출량이 많은 차량이 런던 중심지역에 진입할 때 위반차량당 10파운드(1만4600원) 수준의 벌금을 매긴다.

한편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요건은 당일(0~16시) 미세먼지 평균농도 50㎍/㎥ 초과와 익일 예보 나쁨(50㎍/㎥ 초과)이 동시에 충족될 때다.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면 ▲시민참여형 차량 2부제 ▲출퇴근 시간(첫차~오전 9시, 오후 6~9시) 대중교통 무료 운행 ▲시·자치구·산하기관 등 공공기관 주차장 전면폐쇄와 출입차량 2부제 ▲공공기관 운영 사업장과 발주 공사장 가동률 하향조정 또는 조업단축, 비산먼지 발생공정 중지 등이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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