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도 크게 낮아도 재신임 여론 높은 것은 대안부재 인식때문” 대안 마련되면 상황반전 가능성에 추미애·이회창 등 본격 거론한나라 “여차하면 이전총재 모셔와야한다” 분위기 확산‘만약 노대통령이 불신임 받는다면?’이러한 질문에 흔쾌히 답을 말할 사람은 적지 않은 상황이다. 노대통령이 불신임을 받아 하야하게 될 경우, 그에 따른 이렇다 할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벌써부터 정치권 주변에서는 노대통령을 대신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다. 성급한 판단이겠지만, 노대통령이 불신임되고 새 대통령을 뽑게 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노대통령의 뜻대로 12월15일 국민투표가 이뤄지고, 그 결과가 ‘불신임’쪽으로 나올 경우, 대선은 4월 15일 치러지게 된다. 4월15일이 총선일인 점을 감안하고, 국가대사를 치르기엔 그 날짜가 촉박하다고 한다면 정치권 합의에 따라 대선 일은 다소 연기될 수도 있다. 여하튼 대통령이 국민투표를 제안한 지금, 정치권 일각에서는 ‘제2의 노무현’을 노리는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게 꿈틀거리고 있다.

노대통령의 재신임 선언으로 정국은 그야말로 혼돈의 상태다. 국민투표를 할 경우 여론은 불신임보다 재신임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국정혼란에 대한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는 여전히 높다. 불신임보다 재신임 여론이 높게 나타나는 것도 이러한 우려와 걱정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익명을 전제한 한 정치학자는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와 별개로 한마디로 없는 것 보다 있는게 낫다는 생각이 재신임 여론이 높은 이유”라며 “국민들은 대통령 하야로 인한 국정공백 사태를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제안한 국민투표일은 12월15일 전후. 아직 두달이 남은 상황이다. 국민투표 실시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노대통령의 정치적 ‘수’를 읽어 내고 있는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 노대통령의 뜻인 국민투표 제안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노대통령의 선방이 일시적 효과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 그렇게 호락호락 노대통령 ‘수’에 말려 들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단 여론은 재신임 쪽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재신임 여론이 높은 것과 노대통령의 지지도는 별개의 문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통령이 하야할 경우 맞게 될 총체적 위기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재신임쪽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게 전반적 분석이다. 실제로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재신임이 불신임 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음에도 불구, 노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서는 50%이상이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정치권에 오래 몸담고 있는 인사들은 12월까지 정국상황은 여러번 바뀌고 또 바뀔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금은 노대통령이 공세로 나가고 있는 것처럼 비춰지지만, 언제든지 상황은 반전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 노대통령과 맞설 수 있는 파괴력 있는 ‘카드’를 제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안팎에서 거론중인 대안카드는 손학규 경기지사, 이명박 서울시장 등이다. 이들은 그동안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됐던 인물이다.한나라당 내부에선 의외의 인물이 대선주자로 나설 수도 있음을 내비치고 있다.

참신하고 혁신적인 인물이 대선 주자로 나서는 ‘제3인물론’이 그것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한나라당의 대응을 예의주시하면서, ‘새 카드’모색에 나섰다. 내심 차기대권을 염두에 두고 있는 인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자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끌려 갈 필요가 없다. 국민투표를 하더라도 불신임쪽으로 여론을 몰고갈 수 있는 작업을 서두르고 이후 대안까지 제시하면 된다”며 “개헌도 좋겠지만, 대통령제가 지속된다면 분권형 대통령제나 책임총리제 등을 전제한 대선을 다시 치를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미 민주당내에서는 대선이 다시 치러질 상황까지 내다보고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투표 하는 것이 상황을 불리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내심 국민투표의 불신임을 기대, 대선을 다시 치르는 게 낫다는 견해도 흘러 나오고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통합신당이 아닌 민주당행을 선택했던 추의원은 노대통령을 강도높게 비판해 왔다. 추의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차기 대권주자로 손꼽힌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차기 대선후보로 일찌감치 추의원을 점찍는 인사들도 적지 않다. 추의원의 대중적 인지도와 이미지로 볼 때 대선 경쟁력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추의원은 최근 노대통령의 재신임 발언에 대해서도 강도높은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추의원은 “대통령의 후보 시절이 연상됐다”며 “아직도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모습을 고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은 “최도술씨 사건에 대해 가슴 아프다는 듯한 표현을 했는데 안희정씨 사건은 `동지니까 봐달라’고 했고, 이기명씨 사건 때는 절절한 애정이 담긴 편지를 보낸 것과 유사하다”며 “대통령도 `모른다 할 수 없다 했는데 그 내용이 뭔지, 헌정을 흔들만한 사건인지 아무런 답이 나오지 않았다”고 노대통령의 재신임 발언 배경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추의원 이외의 대안인물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 소식에 밝은 한 인사는 “노대통령이 대안이 없기 때문에 재신임을 선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측해 재신임 카드를 내놓은 것에 대한 일종의 반격카드 성격이 강한 더 ‘임팩트’가 강한 맞불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대통령 재신임 선언과 함께 정치권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는 인물은 이회창 전총재. 이미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미국에 체류중이지만 이전총재를 부르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현재로서 유일한 대안인 셈. 이전총재의 10월 일시귀국에 정치권의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친창세력이 다수 포진해 있는 한나라당은 ‘여차하면 이전총재를 모시고 와야 한다’는 분위기다.

이전총재의 인터넷인 ‘창사랑’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창사랑 회원들은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재신임 우위로 나타나자 노 대통령 재신임 발언을 ‘기회이자 위기’라고 규정하고 ‘이 전 후보가 새대통령이 돼야 한다’ ‘단순히 재신임을 묻는 투표에 반대한다’ ‘정치권은 대안을 동시에 선택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라’는 등 차기대통령을 같이 투표하자는 소환투표 등을 주장하고 있다. 창사랑 회원들은 재신임 방안을 국정 실패와 주변인사 비리를 호도하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계산에서 나온 것이라고 보고 재신임 과정을 통해 이전총재의 정계복귀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나라당 일각에서 이전총재 12월초 완전귀국설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전총재가 지난 대선때 50%가까운 지지를 얻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전총재를 대안으로 내세워 불신임을 유도할 수 있는 전략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차기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인사들은 내심 4년 더 기다릴 필요없이 대안세력으로 나설 것을 고심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손학규 경기도지사나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 등의 이름이 다시 부상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정치분석 전문가들은 “하야 후 정치적 아노미 현상을 우려해 국민들은 재신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하면서도 “노대통령보다 더 대통령다운 인물이 나서 줄 경우 상황은 반전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노대통령의 재신임을 묻는 국민투표가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제2의 노무현’으로 대권을 꿈꾸는 ‘용’들의 움직임은 서서히 빨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