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일요서울 | 권가림 기자] 박원순 시장이 ‘라디오 스타’ 게스트로 출연해 수요일 밤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박원순 시장은 지난 17일 MBC ‘라디오스타’에 현직 서울시장으로는 이례적으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남다른 예능감을 뽐냈다.
 
이날 그는 “김구라가 자꾸 노잼이라고 한다. 내가 오늘 김구라 자리 차지하려고 왔다”며 “내가 과거 ‘보스와의 동침’에서 상당히 예능감을 보였었다”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입을 풀기 시작했다.
 
실제 그는 긴장한 기색 없이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라디오스타’에 녹아들었다.
 
박 시장은 그룹 블락비 지코에게 전수받은 랩을 선보이는가 하면 ‘호랑나비’를 부르며 몸개그까지 선보이는 등 열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SNS 중독’, ‘SNS용 설정 사진’ 의혹에 대해 해명을 하는 과정에서도 큰 웃음을 안겼다.
 
박 시장이 산더미같이 쌓인 서류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과 함께 ‘오늘 밤에는 이 서류 다 정리해야 하는데’라는 글을 올린 것이 공개되자 그는 “근데 저건 내가 썼나?”라며 민망해하는 모습을 보여 시청자들의 배꼽을 잡았다.
 
또 자신의 SNS 팔로워 수를 묻는 말에 “내가 팔로워 수가 정치인 가운데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다음이다. 240만 명이다”라며 뿌듯해하는 모습을 보여 웃음을 안겼다.
 
그런가 하면 박 시장은 한 시청 공무원이 “박 시장이 업무를 격려할 때 간식으로 피자를 너무 많이 보내 지겹다”고 불만을 보낸 것에는 “최근에는 치킨도 보내기 시작했다”고 말하고 웃었다.
 
특히 이날 나란히 앉은 박 시장과 김흥국의 호흡이 어우러져 큰 재미를 만들었다.
 
박 시장은 “난 김흥국 씨 팬이다”고 미소 지었고 이에 김흥국은 “그럼 난 부시장 되는 거냐”며 유쾌한 농담으로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또 김흥국은 “만난 김에 서울시와 가수협회 MOU 맺자”면서 “술 하시냐? 끝나고 막걸리 한잔하자”며 식사를 제안했고 이에 박 시장은 하이파이브로 답하는 등 환상의 명콤비를 선보였다.
 
이날 방송된 ‘라디오스타’는 김국진-윤종신-김구라-차태현 4MC들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촌철살인의 입담으로 게스트들을 무장해제 시켜 진짜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독보적 토크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처럼 최근 한국 정치계에도 예능 출연 붐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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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및 케이블을 통해 이미 여러 정치인이 얼굴을 내밀었고 특히 이재명 성남시장의 경우 SBS 예능 프로그램 ‘동상이몽-너는 내 운명’에 고정출연하며 대중적 인기도와 호감도를 높였다.
 
이에 한 정치평론가는 “정치인의 방송 출연은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정치인의 면면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며 “시청자들도 각자의 판단 기준이 있는 만큼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을 두고 과도하게 정치색까지 거론하며 우려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정치인의 예능 출연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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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우 힐러리 클린턴은 대선이 한참일 때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 직접 출연해 화제가 된 바 있고 트럼프 대통령도 후보 시절 토크쇼 ‘투나잇쇼’에 출연해 트레이드마크인 헤어스타일을 엉망으로 만들면서 권위적인 모습을 탈피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치인의 예능 출연은 전 세계적인 추세다.
 
하지만 정치인들의 예능프로그램 출연에 대한 부정적 시선도 많다.
 
정치인은 정책과 공약, 이념 등을 통해 평가받아야 하는데 예능은 단순히 ‘이미지’만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한 매체에서 “정치인은 정책이나 이념을 국민들에게 이해시켜야 하는데 예능에서는 순발력이나 입담, 감각 등에 치중하다 보니 또 하나의 이미지 정치로 흘러 정치를 왜곡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면서 “예능에 나와서 인지도를 쌓고 이를 지지율을 올리려는 목적으로 가져간다면 정치가 후퇴될 수도 있다”고 꼬집어 정치인의 예능 나들이에 대한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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