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한 자락에 앉아 북두칠성 별자리로 반짝이는 7개 불빛의 7가지 사랑 약속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에 오른 소설 ‘바다 사이 등대’와 영화 ‘해운대’에서 주인공 남녀의 절절한 사랑이 등대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이처럼 한 자리에서 변함없이 빛을 밝히는 등대의 특성은 오랜 시간을 거쳐 ‘사랑’의 코드로서 우리 삶에 녹아들어 왔다. 그렇다면 잔잔한 서해와 뜨거운 낙조를 한 몸에 안은 인천의 등대에는 어떤 사랑이 숨어 있을까?
총 42개의 등대 중 북두칠성 별자리의 모양으로 위치한 주요등대 7개소에서, 숨은 7색의 사랑 빛을 느껴보자.
서해 바다에 흩뿌린 미지의 섬을 향해 떠나는 발걸음, 싱싱한 생선을 저렴하게 구입하는 인천종합어시장, 밴댕이회무침거리 등 설렘을 물씬 풍기는 연안부두의 풍경을 뒤로하고 저 멀리 바닷가에 놓인 연오랑 등대와 붉은 노을은 어쩐지 그들만의 사연 깊은 대화를 이어가는 듯하다.
세오가 남편을 찾아 헤매다 남편이 벗어둔 신을 보고 그 바위에 올라 하염없이 그리워하니 하늘이 감동하여 바위가 또 세오를 일본으로 실어갔고 부부가 재회하게 된다.
연오랑 등대는 노을을 따다 먹은 애잔한 붉은 빛을 5초에 한 번씩 뿜으며 이별하는 이들의 그리움을 흘려보내고 있다. ‘갈매기도 슬피 우는 이별의 인천항’을 노래한 옛 노랫말이 절로 떠오른다.
그러나 슬픈 사랑이야기와는 달리, 잘록한 허리에 붉게 물든 몸체와 등대의 불빛은 잔인하리만치 아름답다. 이 붉은색은 사실 인근에 위치한 흰색, 노란색의 인천항 연안항구 남, 북 방파제 등대와 함께 신호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동인천역에서 12번 버스를 타고 ‘방파제 입구’정류장에 내리면 금세 역무선방파제에 다다른다. 바다 속 풍경이 생생한 벽화와 고전의 대명사 ‘심청전’이 그려진 방파제 길의 끝에는 인천대교와 팔미도를 조화롭게 품은 청정 바다가 펼쳐진다.
이 때, 가까이 다가오는 아련한 뱃고동 소리와 함께 인천항을 굽어보는 연오랑 등대의 실루엣에서 오늘도 짙은 그리움이 찬찬히 배어나온다.
인천 조동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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