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된 말실수·코드인사로 지지도 하락노대통령의 재신임 선언으로 정국은 혼돈상태다. 정치권은 ‘네탓’공방으로 얼룩지고 있다. 노대통령은 재신임 선언 배경에 대해 ‘정치개혁을 위한 선택’이라며 책임을 정치권과 언론 등에 돌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만들어 낸 일차적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다는 지적도 상당하다. 취임 직후 90%에 달하던 노대통령의 지지도는 20%대 이하로까지 추락했다. 이처럼 대통령의 국민적 지지도가 국정수행을 운영할 수 없을 만큼 추락한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을 들 수 있다. 우선 노대통령 스스로가 정체성을 상실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취임 직후 대북송금 특검을 수용한 문제나 한·미정상회담, 이라크 파병 문제, 노동자 파업 사태 등에 대한 대통령의 대응이 일관되지 못했기 때문이다.문화일보 기자로 활동했던 도올 김용옥은 노대통령의 지지도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대북송금 특검 수용’을 꼽았다.

대북송금 특검을 수용함으로써 노대통령은 햇볕정책을 계승해 주길 바라는 지지자들을 실망케 했고, 대통령 스스로가 정략적 판단에 의해 정체성을 상실했다는 것이다.또 노대통령의 무분별한 막말실수는 국민의 불신을 가중시켜 왔다. ‘대통령 못해 먹겠다’ ‘호락호락 물러나지 않는다’ 는 등 지도자로서 감히 할 수 없는 막말들을 함으로써 노대통령 스스로가 대통령의 위상을 실추시켰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말실수나 튀는 언행은 노대통령뿐만 아니라 일부 내각의 책임자들도 마찬가지다. 이창동(문광)·강금실(법무)·김두관(전행자) 장관의 사안별 인식 부족에 따른 부적절한 발언과 최낙정 전해수부장관의 튀는 언행 또한 노대통령의 지지도를 하락시켰다는 분석이다. 노대통령이 고집해 온 코드정치도 결국 노대통령의 지지도 하락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전문성과 경륜을 갖춘 인사들의 등용이 아닌 ‘뜻맞는 인사’를 발탁함으로써 국정전반에 혼란을 야기시켰다는 지적이다.

이른바 ‘아마추어리즘’으로 인해 현안 대처능력이 미흡했다는 얘기다. 정치권 주변에서는 검증안된 측근 기용이 결국 참여정부의 국정운영에 발목을 잡게 된 것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진대제 정통부 장관에 대해 외아들의 병역 기피나 기업의 부당내부거래 개입 의혹을 받았고,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은 1995년 지방선거 때 지역신문을 이용해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등의 선거법 위반죄로 벌금 80만원을 받은 사실, 강금실 법무부 장관도 검찰 인사로 집단 반발을 불러온 점, 이창동 문화부 장관의 취재를 제한하는 등 폭압적 언론관 등은 여론의 질타를 피해갈 수 없었다. 그리고 연이어 터져나온 염동연, 안희정, 양길승, 최도술씨 등 측근비리 문제는 노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무너뜨리는 ‘결정판’이었다. 노대통령 말대로 참여정부의 유일한 발판이던 도덕성이 무너진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노대통령의 재신임 선언에 대해 “레임덕 말기나 다름없는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특단의 선택”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락한 지지도와 통합신당의 총선 필패 위기를 단숨에 극복할 수 있는 카드로 ‘재신임’을 내놓았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 분석이다. 한편 김민석 전의원은 노대통령의 재신임 선언의 숨은 의도를 “재신임 카드의 구체적 목표를 첫째 최도술 게이트 등 핵심 측근과 청와대를 겨냥한 비리수사의 예봉을 막고, 국민의 관심을 돌리는 것. 둘째 ‘재신임 방법론’ 논란으로 야권을 혼선에 빠뜨리는 것, 셋째 가장 유리한 재신임 방안을 택해 정치적 불안을 두려워하는 국민들의 안정희구 심리를 이용해 ‘울며 겨자먹기식’의 ‘소극적 신임’을 얻어냄으로써 그간의 실정 전체에 대한 면죄부를 얻으려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 김의원은 ‘선 비리조사와 불신임에 따른 대안 마련 후 신임투표 제시’를 문제해결의 합리적 수순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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