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 행진하던 셀트리온 ‘주춤’ 치고 들어오는 IT·게임주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관계자 및 김형기 셀트리온 대표이사 등이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코스닥 시장 신규 상장 기념식을 지난해 7월 28일 개최했다. <사진=한국거래소 제공>
[일요서울 | 박아름 기자] 연초 희희낙락하던 셀트리온 3형제(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셀트리온헬스케어)와 내내 울상이던 IT·게임주가 변곡점을 맞았다. 최근 코스닥 시장을 군림하던 셀트리온이 노무라증권 발 ‘고평가 논란’에 정신을 못 차리며 심지어 ‘거품’이라는 말까지 돌고 있는 데 반해, IT·게임주는 상승 바통을 이어받을 대표 주자로 지속 거론되는 것. 특히 IT·게임주는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 및 외국인 투자 유입 효과를 등에 업고 순환매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노무라증권 “셀트리온 고평가 돼” 발표 후 주가 급락
“IT·게임주 상대적 저평가” 분석에 순환매 장세 전환

 
연초 코스닥 시장이 고공비행 중이다. 지난 16일 코스닥 지수는 9.62포인트(1.08%) 오른 901.23으로 마감, 16년 만에 900선을 넘어섰다. 코스닥 시장의 상승률은 세계 주요 기술주 시장 중 가장 높다. 같은 기간 미국 나스닥(9.9%), 일본 자스닥(14.0%)의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이를 가장 크게 견인한 것은 셀트리온 3형제다. 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셀트리온헬스케어의 시가 총액은 약 60조 원을 넘나들며 코스닥 전체에서 약 20%를 차지, 코스닥 시장의 ‘대장주’로 떠올랐다. ‘코스닥 시장의 삼성전자’라는 말이 떠돌 정도였다.
 
셀트리온 3형제 거품 빠지나?
 
그런데 최근 셀트리온 3형제의 기세가 잠잠하다. 셀트리온이 지나치게 고평가 받는 것 아니냐는 의견들이 속속 제기되며 거품 논란까지 일어난 것.

잘나가던 셀트리온 3형제의 기세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노무라증권이다. 지난 17일 일본 노무라증권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대해 ‘비중 축소’ 의견을 제시했다. 성장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현재 주가는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것.

카라 송 노무라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 주가는 최근 6개월 동안 227%나 치솟아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 상승률 36%를 훨씬 뛰어넘었다”며 “이익 증가 가능성을 고려해도 최근 주가는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관측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도 마찬가지로 지난해 7월 코스닥 상장 후 212%나 올라 경쟁사보다 밸류에이션(해당 기업의 미래 가치를 현재 가치로 평가하는 것) 이점을 누릴 자격은 있지만 역시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노무라증권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목표주가를 23만 원과 12만 원으로 제시했다. 이유는 신제품 출시, 생산량과 영업 이익 증가 등의 호재가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어 셀트리온 3형제의 주가는 앞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는 일제히 매도세로 전환했다. 외국인은 노무라증권의 ‘비중축소’ 의견 발표 후 셀트리온 83억, 셀트리온헬스케어 1008억 원, 셀트리온제약 52억 원의 순매도세를 보였다.

이에 셀트리온 3형제는 즉각 흔들렸다. 이날 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셀트리온헬스케어는 각각 -9.76%, -10.11%, -13.97% 급락하며 장을 마쳤다. 전날 67조1750억 원이었던 셀트리온 3형제의 시가 총액은 이날 59조7292억 원으로 줄었다. 하루 동안 무려 시가 총액 7조 원 이상이 증발한 것. 셀트리온 3형제는 하루 만에 소폭 반등에 성공했지만 바이오주 조정기가 지속되면 앞으로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반향에 따라 국내 증권계에서도 셀트리온 3형제에 대한 ‘비중축소’ 의견이 속속 제시되고 있다. KB증권은 지난 1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셀트리온에 대한 투자의견을 ‘보유’로 유지하고 미래현금흐름할인법(DCF) 밸류에이션을 적용해 6개월 목표주가를 23만 원으로 조정했다. 이는 보고서 발간 당일 종가인 31만3500원에 비해 26.6% 낮은 수준으로, KB증권은 셀트리온의 ▲코스피200 편입 시기 지연 ▲트룩시마·허쥬마 등의 미국 출시 지연 ▲예상보다 느린 램시마의 미국 시장에서의 처방 확대 등을 리스크로 꼽았다.
 
제2 셀트리온은? 펄어비스 등 IT·게임 주
 
셀트리온 3형제가 휘청일수록 중소형주는 신바람이 났다. 업계에서는 셀트리온이 바이오주에 대한 전반적 조정에 흔들릴 경우 중소형주가 상승 바통을 이어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즉 셀트리온 3형제 등 바이오주 거품 논란이 심화되면 투자 수요가 코스닥 시장 전반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것.

올해 상반기 중 셀트리온이 코스피200으로 편입될 경우에도 중소형주의 전망은 밝다.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과 외국인 자금 유입이 맞아떨어지면 코스닥 시장의 투자 열기가 더 뜨거워질 전망이기 때문.

특히 일각에서는 셀트리온 3형제의 자리를 치고 들어올 강세주로 IT·게임주를 거론하고 있다. IT·게임주가 그동안 셀트리온에 밀려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왔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의 분석이다. 실제로 이날 셀트리온 3형제가 휘청거리는 동안 게임 개발 업체 펄어비스(0.84%), 컴투스(1.56%) 등 게임주와 포스코켐텍(3.15%), 에스에프에이(4.24%) 등은 강세를 나타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스닥 시장 내 바이오주 쏠림 현상이 완화될 경우 상대적으로 소외돼 온 IT, 게임주의 투자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게임 개발 업체 펄어비스 등을 제2의 셀트리온 종목으로 점쳤다. 펄어비스는 지난해 PC 온라인게임 ‘검은사막’의 돌풍을 일으켜 영역을 확장하는 한편, 모바일게임 신작 ‘검은사막 모바일’을 개발 중이다. 윤 센터장은 “올해는 한 업종이나 종목이 끌고 가는 장세가 아니라 정부 정책에 맞는 게임, 미디어 등 혁신산업 관련주가 주가 상승 흐름을 보이며 순환매 장세를 연출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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