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교육이 좌파 투쟁의 도구인가”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교육부가 유치원‧어린이집의 방과 후 영어교육 금지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가 논란이 일자 일단 보류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지난해 8월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개편안 마련을 1년 미룬 이후 5개월 만에 또다시 설익은 정책에 대한 유예 카드를 꺼낸 것이다. 정부의 갈팡질팡하는 교육 정책에 김상곤 교육부 장관을 향해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아 영어교육 혁신안 3주 만에 번복···‘설익은’ 정책 남발
시민단체 “오락가락 발표에 학생‧학부모들 고통스러워”


교육부는 지난 16일 “국민 의견 수렴 결과 유아 영어학원 등 사교육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과 현행 학교 영어교육의 적절성 문제 제기 등 영어교육 전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충분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국민의 우려와 의견을 무겁게 받아들여 우선 유아 등을 대상으로 한 과도한 영어 사교육과 불법 관행 개선에 주력하고 1년간의 다양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유치원 방과 후 과정 운영기준’을 내년 초까지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7일 “초등학교 1, 2학년 교육과정에서도 빠져 있는 영어 수업을 유치원‧어린이집에서 하는 것은 정책 일관성이 떨어진다”면서 방과 후 영어 금지 방침을 밝힌 지 불과 20일 만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방과 후 영어교육 금지가 오히려 사교육만 부채질할 것이라는 비난이 속출하자 사실상 백지화를 선언한 것이다.
 
교육부
“개선방안 마련키로”

 
교육부는 지난 16일 “발달단계에 적합한 유아교육과 유아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유아 영어학원 등 과열된 조기 영어교육 폐해를 우선 해소하고 영어교육 전반에 대한 종합적 개선방안을 마련키로 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다만 “유아 등의 발달단계를 고려해 조기 영어교육 폐해를 개선하고 미래사회에 부합하는 인재양성을 위해 유아 및 학생이 중심이 되는 교육문화를 조성한다는 원칙을 지켜가겠다”고 전했다.

그동안 교육부는 영어를 초등학교 3학년부터 정규교육과정에 편성하고 초등학교 1~2학년 방과 후 과정을 통한 영어 선행교육은 제한했으며 유아단계에서도 방과 후 과정 내 영어교육 문제의 개선을 검토하면서 국민의 의견을 수렴했다.

그러나 국민 의견수렴 과정에서 유치원, 어린이집 내 영어교육 금지 시 사교육 부담 증가와 이로 인한 영어교육 격차 발생 등의 우려가 속출했다.

교육부는 유치원 방과 후 과정과 관련해 유치원의 과도한 방과 후 영어 과정 운영은 지도·감독을 강화하고 놀이·유아 중심으로 방과 후 과정을 개선할 계획이다.

또 유치원 방과 후 영어 운영 시 과도한 교습비 징수, 영어학원과 연계한 편법 운영, 장시간 수업운영 등 과잉 영어교육에 대해서는 시·도교육청과 함께 ‘상시점검단’을 설치·운영해 지도·감독하고 결과에 따라 방과 후 과정 운영 지침을 위반한 유치원에 대해서는 시정·변경명령 등 행정제재를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시·도교육청이 지역의 교육여건 등을 고려해 자체 수립하는 유치원 방과 후 과정 지침은 존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액 유아 영어학원과 관련해서는 관계부처 및 관련단체와의 협력을 통해 조기 영어 사교육을 조장할 경우 제도개선과 강력한 단속을 함께 추진해 학부모의 자녀 영어교육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로 했다.

또 유아 인권보장을 위해 유아 대상 학원의 시설 안전문제와 유아 영어학원의 교습시간 제한, 교습비 및 교습내용 등에 대해서도 학부모, 전문가, 학원단체 등과의 공론화를 통해 운영기준을 마련해 법령 개정을 올해 하반기 추진하고 동시에 2월초부터 유아 영어학원의 ‘영어유치원’ 등 명칭 불법 사용, 시설 안전 등에 대해 공정위, 국세청, 소방청 등 관계 부처와 합동 점검을 확대하기로 했다.

학교 영어교육 내실화 방안과 관련해서는 사회·경제적 계층에 관계없이 모든 학생에게 학교 영어교육을 제공해 공교육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학교 영어교육 내실화 방안’을 연내 마련키로 했다.

초등 3학년부터 학교가 책임지는 영어교육을 목표로 영어수업 전반을 재정비해 별도의 사교육 없이 학부모 눈높이에 맞는 영어 공교육 기반을 조성할 계획이다.
 
시민‧교원단체
반발 거세

 
그러나 교육부의 이 같은 번복에 시민‧교원단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자유한국당은 “교육을 좌파 투쟁의 도구로 삼는 교육부 장관”이라고 직격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은 “교육적 판단에도 불구하고 학생과 학부모들의 여론을 반영한 현실적 결정으로 본다”면서도 “정부의 정책이 여러 번 번복되고 혼선을 초래한 점에 대해서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전에 다양한 목소리를 충분히 수렴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며 “공약이라고 무조건 밀어붙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는 이번 사안을 엄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이하 공정모임)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 교육부는 대입제도뿐만 아니라 방과 후 학교, 유치원 영어금지 등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수렴 과정 없이 독재적으로 교육정책을 밀어붙이고 있어 오락가락 정책발표로 학생과 학부모를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김 장관에게 자신의 이념과 치적을 위해 교육정책을 만드는 것인지, 학생과 학부모를 위해 정책을 만드는 것인지 묻고 싶다”면서 “서민을 죽이고 아이들을 실험용 생쥐마냥 유린하고 있는 김 장관은 당장 사퇴하라”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18일 논평을 통해 “급조된 정책추진과 번복 과정에서 교육 수요자인 학생 및 학부모들의 혼란과 피해가 되풀이되는데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문재인 정부”라며 비판했다.

이어 “교육을 좌파 투쟁의 도구로 삼았던 아집과 편견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교육부 장관이 전 국민의 관심사라 할 수 있는 교육의 방향타를 쥐고 있는 한 이러한 문제를 재발되고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