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블록체인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큰 역할 기대

업계,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정부의 규제 완화 희망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빗썸·코빗·코인원·코인플러그 등 국내 가상화폐 관련 기업들이 회원사로 가입된 한국블록체인협회 초대 협회장에 진대제 前 정보통신부 장관이 내정됐다. 진 내정자는 삼성전자 사장과 김대중 정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자문위원, 노무현 정부 시절 정보통신부 장관 등을 지냈고 반도체와 국내 인터넷 발전을 이끈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런 배경으로 정부는 그가 우리나라를 *블록체인 강국으로 도약하도록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업계에서는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정부의 규제를 다소 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 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블록체인협회 초대 협회장에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10일 내정됐다. 앞서 협회 회원사들은 진 전 장관을 협회장으로 추대하기로 의견을 모았으며, 진 전 장관은 이를 수락해 이달 말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블록체인협회에는 빗썸·코빗·코인원·코인플러그 등 국내 가상(假想) 화폐 관련 기업이 회원사로 가입해 있다.

김진화 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공동대표는 “한국 인터넷 발전을 이끈 진 전 장관이 풍부한 경험과 경륜을 바탕으로 우리나라가 ‘블록체인 강국(强國)’이 되는 데도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진 내정자는 1952년생으로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매사추세츠주립대, 스탠퍼드대에서 전자공학 석·박사를 거쳐 HP, IBM 등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 1983년 삼성전자 미국 법인 연구원으로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그는 삼성전자에서 64MB, 128MB, 1GB 메모리 개발을 주도하며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신화를 이끌었다. 이 일로 진 내정자는 ‘미스터 칩(반도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특히 그는 2000년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네트워크 총괄 사장을 역임했다. 그는 디지털미디어 네트워크 총괄 사장 재임 시절 소니의 브랜드 파워를 따라잡겠다고 공언한 이후 3년 만인 2005년 현실화하는 등 저력을 보인 바 있다.

활발한 정치이력

삼성전자에서 디지털 혁신을 이끌던 진 내정자는 노무현 정부에서 정통부 장관을 역임했다. 당시 추진하던 ‘IT839’ 정책은 진 내정자의 작품으로 유명하다. IT839는 인프라를 기반으로 신규 서비스와 신성장동력을 육성하는 전략이다. 광대역통신망과 유비쿼터스 센서 네트워크, IPv6 등 3대 인프라를 기반으로 휴대인터넷(와이브로), 위성·지상파DMB, 홈네트워크, WCDMA(3세대 이동통신 기술 중 하나), 지상파 디지털TV, 인터넷전화 등 8대 서비스를 활성화한다는 전략이다. 이후 IT839 전략은 한국이 IT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일조했다고 평가받는다. 특히 인프라를 기반으로 탄생한 지상파 디지털TV, 인터넷전화 등은 활발한 사용을 이끌어 진 내정자는 IT 강국의 거물 인사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2006년 장관직 사임 후 열린우리당 후보로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마한 바 있다. 사임 후에는 IT전문 투자업체인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를 세웠으며 현재 CEO로 있다. 스카이레이크 인베스트먼트는 매년 1~2개 유망 IT, 기술 제조업 등에 집중 투자하며 자금이 부족한 IT 벤처에 활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1년 후인 2007년 11월 진 내정자는 당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캠프에 경제살리기특별위원회 고문으로도 참여한 이력이 있다.

무게 추 이동 여부 관심

법무부, 금융위, 국세청, 경찰 등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압박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진 내정자가 정부 중심의 가상화폐 규제를 자율규제 중심으로 무게 추를 이동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블록체인협회가 진대제 전 장관을 협회장으로 내정한 가장 큰 이유는 확대되고 있는 정부의 규제를 극복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정부는 가상화폐 폐쇄까지 거론하며 압박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뿐만 아니라 금융당국, 경찰, 국세청 등도 압박을 지속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거래소의 투기 관련 불법행위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천명한 상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8일 브리핑을 열고 “가상화폐 취급업소에 대한 직접 조사를 강화할 것”이라며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나는지 모르니 시세 조종, 위장 사고, 유사수신 등을 조사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취급 업소가 실제 가상화폐를 보유했는지도 들여다보겠다. 불법행위를 조사하고 법 개정 전이라도 취급업소에 강력 조처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원은 국민·신한 등 6개 은행을 상대로 은행이 거래소에 제공하는 가상계좌 관련해 현장점검을 진행 중이다. 경찰은 가상화폐 거래소 마진거래를 도박으로 규정, 수사를 벌이고 있다. 국내 3위 규모 거래소인 코인원은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로부터 도박 개장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국세청 역시 지난 10일 국내 가상화폐 최대 거래소인 빗썸을 상대로 현장조사를 벌였다. 국세청 조사 목적은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과세 움직임과 관련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법무부는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를 하겠다고 공식화 한 상태다.

이에 블록체인협회 회원사들은 이를 극복할 인물은 진 내정자라는 의견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정부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 속 진 내정자가 협회장으로 선임될 경우 거래소들이 모인 블록체인협회의 위상이 한층 높아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前 정보통신부 장관이 협회장으로 선임된 만큼 정부의 강경한 자세를 다소 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는 지난 16일 창립 준비를 위한 첫 회의를 가졌다. 명동 은행연합회관 건물에서 열린 이 회의에선 진대제 초대 협회장 내정자도 참석해 직접 회의를 주관했다. 이날 진 내정자는 “가상화폐를 넘어 블록체인 산업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협회가 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협회원들을 도와 많은 역할을 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극단적인 조치 완화하나

회의에 참석한 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인터넷 혁명 시기에 축적했던 경험을 잘 발휘해 글로벌 시장에서 가상화폐 주도권을 잡을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확인한 자리였다”며 “정부에 블록체인업계 목소리를 잘 전달해 업계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협회원들은 진 내정자가 현 정권과 맺고 있는 폭넓은 인맥을 활용한 정부의 가상화폐 정책에 변화에 대한 기대감과 가상화폐 업계의 의견을 전달하는 창구로서 거래소 폐쇄 등 정부의 극단적인 조치를 막을 수 있는 인물이라고 보고 있다.

진 내정자를 대표로 내세운 한국블록체인협회는 오는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창립기념회를 열고 정식 활동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협회장과 자율규제위원장 등을 선출한다. 한국블록체인협회는 빗썸, 코인원(데일리금융그룹), 코빗 등 국내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를 예비 회원사로 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두나무가 운영하는 거래소 업비트도 최근 협회 회원사로 가입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가상화폐 거래소 외에도 더루프, 블로코, 새틀뱅크, 진앤현시큐리티 등 블록체인 기술과 보안 업체 등 50여 개도 회원사로 등록할 예정이다.

한편 정부는 가상화폐 투자 광풍을 잠재우면서도 미래산업을 선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블록체인 기술은 육성하겠다는 입장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이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법무부와 금융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 모두 규제정책에 동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가상화폐 규제에 대한 정부 주요 부처 간 의견 조율이 아직 완료되지 않아 진 내정자의 역할이 더욱 더 중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록체인’이란

각종 거래 정보를 중앙 서버에 저장하지 않고 여러 곳으로 분산해 동시 저장하는 기술이다. 평균 10분 간격으로 거래 정보가 하나의 암호화된 블록으로 묶이며 다시 블록과 블록이 결합되면서 체인이 형성된다. 이는 여러 사람에게 장부의 사본을 갖도록 하는 것으로 위조를 어렵게 해 해킹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해당 기술을 접목한 대표적인 가상화페 1세대는 비트코인, 2세대는 이더리움 등이 있다.

오유진 기자  oyjfox@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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