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신현호 기자] 최근 유명 관광지를 홀로 여행 중이던 한국인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국민들이 충격에 빠졌다. 부검 결과 목과 가슴을 흉기로 찔려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년간 해외에서 피살 된 한국인은 164명에 달한다. 치안이 불안한 나라는 여행을 피해야 한다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지역 역시 외교부가 지정한 ‘여행 유의 지역’이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11일) 볼리비아 티티카카 호수 인근 ‘태양의 섬(Isla del Sol)’에서 40대 한국인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다. 태양의 섬은 볼리비아와 페루의 국경 인근에 있는 잉카 문명 유적지로, 세계 각국 관광객이 즐겨 찾는 곳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볼리비아 경찰당국은 이 여성의 시신을 수도인 라파스로 이송해 부검을 했으며, 사인은 자상(칼 따위의 날카로운 것에 찔려서 입은 상처)으로 확인됐다.
 
볼리비아 주재 한국 대사관 등에 따르면 사망자는 조모(40)씨로 지난 9일 현지 숙소에 체크인한 뒤 인근 지역을 홀로 여행 중이었다. 발견 당시 목과 가슴 등을 흉기에 찔려 숨진 채 쓰러져 있었고, 시신은 돌로 덮여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신고를 받고 출동한 볼리비아 경찰은 시신을 수도 라파스로 옮긴 뒤 우리 공관 직원이 입회한 가운데 부검을 실시했다.
 
부검 결과는 현지 언론과 다소 차이점이 있었다. 당초 볼리비아 언론들은 현지 경찰을 인용해 “조 씨가 살해당하기 전 성폭행 피해를 입은 흔적이 발견됐고, 신체 일부가 훼손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외교부 관계자는 “일단 1차 부검에선 성폭행 피해 흔적이 나오지 않았다”며 “볼리비아 경찰 당국에는 철저한 수사와 조속한 범인 검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관할 공관인 주볼리비아대사관은 현지 경찰로부터 통보를 접수한 즉시 공관 직원을 급파해 부검현장에 입회토록 했다”며 “사망자 가족들에게 필요한 안내 및 지원을 제공 중에 있다”고 말했다.
 
볼리비아는 티티카카 호수와 세계 최대 소금 사막인 우유니사막 등으로 유명해 최근 한국 관광객이 많이 찾고 있다. 하지만 치안이 불안해 전 지역이 우리 외교부가 신변 안전에 유의하라고 권고하는 ‘여행 유의 지역(여행 경보 1단계)’으로 지정돼 있다.
 
지난해 국감에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홍철호 의원(바른정당)이 외교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2∼2016)년 해외에서 살해된 한국인(관광객·재외국민)은 총 164명으로 집계됐다.
 
국가별로는 필리핀에서 피살된 인원이 48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서 미국(21명), 중남미(19명), 중국(13명), 일본(10명) 등 순이었다. 특히 지난해 필리핀에서 살해된 한국인은 총 9명으로 전체 피해자(19명)의 47.4%를 차지했다.
 
홍 의원은 국감 당시 “한국인 대상 범죄를 전담 수사하는 코리안 데스크(Korean desk)가 설치된 곳은 필리핀과 베트남이 전부이고 한국 경찰관이 해당 코리안 데스크에 파견된 곳은 필리핀뿐”이라며 “경찰청은 해외 주요 국가에 코리안 데스크가 설치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기간 해외에서 성추행 등 성폭력을 당한 한국인은 203명으로 파악됐다. 피해 인원은 2012년 23명, 2013년 41명, 2014년 29명, 2015년 53명, 2016년 57명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성폭력 피해 발생 국가별로는 중국이 45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유럽권(33명), 미국(17명), 캐나다(7명), 필리핀·중남미·아프리카 및 중동권(각 6명), 일본(5명) 등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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