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칼끝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턱밑까지 추격한 가운데 자동차부품제조업체 ‘다스(DAS)’의 비자금 의혹 수사가 핵심 인물들의 입장 변화로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이들은 수사의 ‘키맨’으로 부상하며 이 전 대통령을 옥죄는 모양새다. 이 전 대통령은 다급하게 입장발표에 나섰지만 의혹을 해소할만한 근거는 내놓지 않았다. 향후 핵심 참고인들의 증언과 물증 확보가 수사의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목할 부분은 이들이 과거 특검 조사에서는 다스 실소유주와 비자금 의혹 등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재수사를 하더라도 새로운 증거 확보가 어렵다는 우려가 높았다. 그러나 10년 만에 재개된 이번 수사에서는 이들이 핵심 증언을 갖고 있는 키맨으로 부상한 셈이다. 다스 관계자들의 뒤바뀐 진술은 의미가 상당하다는 평이다.
 
정호영 특검팀은 2008년 횡령된 120억 원의 비자금 가능성을 집중 추적했다고 밝힌 바 있다. 자금 조성 과정에 이 전 대통령이 관여한 정황이 드러난다면 실소유주도 이 전 대통령일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당시 다스 경영진들은 ‘터무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성우 전 다스 사장은 비자금 의혹에 대해 “관리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경리직원 조모씨가 개인횡령을 한 것이며 윗선의 지시나 가담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권모 전 다스 전무도 “횡령에 대해 전혀 몰랐으며 듣고 깜짝 놀랐다. 황당하고 믿기 어렵다”며 비자금 사건이 조 씨의 개인 횡령이었다고 진술했다.
 
2001년부터 2008년까지 다스에 근무한 채동영 전 다스 경리팀장은 당시 “이명박이 다스 소유주냐”는 수사팀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채 전 팀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BBK 소유자가 MB가 맞냐”는 정 전 특검팀 질문에 아니라고 답변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상은 회장의 운전기사로 18년간 일한 김종백 씨도 특검 당시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소유주가 아니라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도곡동 땅 매각 대금에 대한 질문에 “이 회장의 자금 관리인이 매달 인출해 현금으로 차에 보관하고 이 회장이 꺼내 썼다”고 진술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수사에서는 이들이 하나둘 과거와 반대의 증언을 하고 있다. 채 전 팀장은 자신이 과거 특검 조사 당시 거짓 진술을 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당시 수사팀으로부터 다스 소유주에 대한 질문을 받았지만 이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라서 대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스가 이 전 대통령의 소유가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서도 “당시 당선인 신분자가 한 말이 있다. 실제 소유주가 아니면 그런 얘기 못한다”고 밝혔다.
 
김종백 씨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과거 특검 수사 당시 다스 관계자들의 압박으로 거짓 진술했음을 털어놨다. 최근 그는 이 회장이 명목상 다스 소유주였음에도 불구하고 회삿돈을 원하는 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다스 경영에도 큰 권한이 없었다는 사실을 증언했다.
 
다스 경영진들도 연이어 말을 바꿨다. 김성우 전 다스 사장은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에 이달 초 다스 설립에 이 전 대통령의 관여가 있었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제출했다. 김 전 사장은 ‘2007년 검찰과 2008년 정호영 특별검사팀 수사 당시 다스와 관련한 진술이 거짓이었으며 이번 조사에서는 제대로 답변하겠다’는 취지로 자수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전 사장을 소환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다스 설립에 이 전 대통령의 관여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스의 또 다른 결재라인에 있던 권승호 전 전무도 진술을 번복하는 내용의 자수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 청와대 부속실장, 특활비 상납 의혹 키맨
 
한편 이번 수사의 다른 갈래인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에 대해선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과 김주성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이 검찰의 핵심 참고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 전 부속실장은 국정원 특활비 1억 원을 이 전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를 보좌하던 행정관에게 달러로 전달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검찰 관계자는 “여당 회의에서 김윤옥 여사 쇼핑 대금으로 쓰였다는 얘기가 나온 거 같은데, 현재까지 수사 과정에서 그런 부분이 확인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김 전 부속실장은 1997년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되면서 이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서울시장 의전비서관과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등을 역임하며 이 전 대통령을 보좌하는 핵심 측근으로 활동했다.
 
김 전 부속실장의 진술 내용 등에 따라 이 전 대통령은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김 전 국정원 기조실장이 이 전 대통령을 직접 독대해 ‘국정원 돈이 청와대로 전달될 경우 사고가 날 수 있다’고 보고했다고 진술하면서 검찰의 특활비 수사망은 더욱 옥죄어오고 있다.
 
정두언 전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김 전 부속실장은 (BBK, 다스, 특활비) 모든 걸 알고 있다”며 “게임 끝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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