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어야 산다’ 이해욱 부회장 ‘계열거래 단절’ 선언


계열사 간 거래도 대거 중단, 일감 몰아주기 논란 없애기로
지배구조 개선‘경영 쇄신안’발표…공정위 조사 선제적 대응?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재계 순위 50위권 이내의 기업들이 잇따라 지배구조 개편 현황을 알리고 있다. 일각에선 ‘김상조 효과’가 빛을 발한다는 평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해 6월 취임 직후 “대기업 집단의 경제력 남용을 억제하고 지배구조 개선에 힘쓰겠다. 연말까지가 마지노선(데드라인)이다”라고 수차례 언급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최근 지배구조 개편을 밝힌 곳은 롯데 효성, 태광 등 총수 일가가 재판을 받거나 검찰 수사를 받는 곳이다. 이 때문에 이들 기업의 의도가 순수하지 않다는 비난도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오너의 지배력 강화 차원에서 순풍이라는 답변을 내놓기도 한다. 일요서울은 롯데그룹을 시작으로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는 기업들의 면모를 파헤쳐 본다. 이번 호는 대림그룹이다.

대림그룹은 최근 대대적인 ‘경영쇄신’을 발표했다. 지난 14일 대림그룹은 지배구조개선 ‘경영쇄신’을 통해 ▲투명한 경영 ▲공정한 경쟁 ▲과감한 혁신을 선포했다. 이를 위해 먼저 일감 몰아주기를 없애기 위해 계열거래를 끊는다.

순환출자고리도 단절해 투명하고 단순한 지배구조로 재편된다. 기존에 수의 계약으로 진행하던 거래는 경쟁 입찰로 변경해 외부 업체와 중소기업 등의 참여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해욱 부회장 등 개인주주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소위 오너회사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올해부터는 신규 계열거래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1분기인 3월 내 해소 방침

대림그룹은 국내 27개 계열사를 거느린 회사다. 연간 매출 14조 원을 달성하는 대림그룹은 이준용 명예회장의 아들인 이해욱 부회장(지분 52.3%)이 최대주주로 있는 대림코퍼레이션→대림산업 →오라관광→대림코퍼레이션의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지배구조상 최상단에 있는 대림코퍼레이션은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경영 혁신을 통해 1분기인 3월 안에 순환출자 구조를 완전히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림은 오라관광이 보유하고 있는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4.32%를 처분할 예정이다. 해당 출자는 현행 공정거래법상 금지되는 사항은 아니지만 기존 순환출차를 선제적으로 해소해 단순한 지배구조를 확립하는 것이다. 이해욱 부회장 등 대주주가 100% 지분을 보유한 에이플러스디 지분은 상반기까지 정리할 예정이다.

대림은 “현재 순환출자는 공정거래법상 금지되지는 않지만, 투명하고 단순한 지배구조를 확립하고자 선제적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협력사와 지속가능한 성장도 이어간다. 우선 하도급법 및 관련 제반 가이드라인 준수를 위해 하도급 심의위원회의 심사 권한을 보장하는 등 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한다.
협력사에 대한 재무 지원도 1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조성해 장기적으로 진행한다. 협력사 선정 단계에서는 저가심의 심사기준을 강화해 ‘최저가’가 아닌 ‘최적가’ 낙찰을 유도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이해욱 부회장과 아들 이동훈 씨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관리 회사인 에이플러스디의 지분을 매각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연 매출 40여억 원으로 규모는 작지만, 전체 매출 대비 26%가량이 계열사로부터 나와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일으켰다.

또 모든 계열사에 독립적인 내부거래위원회를 설치해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뿌리 뽑는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모든 계열사 내에 내부 거래를 점검하고 감시하는 내부거래위원회를 정관 변경해 이사회 내 위원회로 공식화한다.  내부거래위원회에는 보고청취권과 직권조사명령권, 시정조치요구권을 부여한다. 이로써 내부거래위원회 독립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대림그룹 관계자는 “현장 안전관리자가 주도적으로 안전관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상반기 내 안전관리자 정규직 비율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배구조 개선·상생 강화

대림그룹의 이 같은 대대적인 지배구조 개편은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상생 강화 등 정부 정책 과제에 부응하면서, 윤리적인 경영으로 지속 가능한 기업 성장 토대를 만들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이어 최근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기업집단의 순환출자 구조 해소를 압박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또 대림은 지난해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일감 몰아주기)와 부당 내부거래 혐의로 공정위의 현장조사를 받고 있다.

이런데다 경찰로부터 불법 하도급 행위 조사도 받고 있어 이러한 이유도 개선책 발표에 불을 댕긴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지난해 12월 15일 서울 종로구 대림빌딩의 대림산업 본사와 D타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대림산업 고위 임원을 포함한 전·현직 임직원 10여 명이 2011∼2014년 공사 과정에서 하청업체로부터 불법자금 수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배임수재)를 포착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물론 이 같은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이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효율적 경영이 가능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란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대림산업 측은 “정부의 중점과제인 일감몰아주기 해소와 지배구조 개선, 상생협력 등의 과제에 적극 부응하고, 보다 투명하고 윤리적인 기업경영에 대한 사회요구에 화답하기 위해 쇄신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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