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국회 헌정특위(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 이인영, 자유한국당 김재경 위원장, 한국당 간사 주광덕, 국민의당 간사 김관영 의원 <뉴시스>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6월 개헌’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 있다. 오는 6·13지방선거에서 개헌 동시 투표 실시는 지난 대선 주요 5당 후보들의 모든 공통 공약이었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입장이 선회하면서 6월 개헌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한국당은 국회에서의 충분한 논의와 국민적 합의 과정을 거쳐 연내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당이 개헌 저지선(재적 3/1 이상)을 확보한 만큼 6월 개헌에 대한 전망은 어둡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한국당을 6월 개헌에 참여하게끔 하는 방안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文대통령 ‘6월 선거 동시 개헌 투표’ 재차 밝혀…“필요 시 정부 개헌안 준비”
한국당, ‘문재인 개헌’ 반발 “국회 무시…국회서 충분히 논의해 연말까지 개헌”
개헌 저지선 확보한 한국당 “동시 불가”로 개헌 ‘빨간불’
“6월 개헌하려면 민주당이 ‘권력구조’ 대승적 양보해야” 주장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신년사와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지방선거 동시 개헌 투표 의사를 재차 피력했다. 이를 위해 국회에서 2월 개헌안 마련, 3월 발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또 “국회 합의를 기다리는 한편, 필요하다면 정부도 개헌안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도 이에 화답하듯 16일 신년기자회견에서 “1월 안에 당의 공식적인 개헌안을 확정하겠다”며 ‘개헌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러나 한국당은 이를 강하게 제동 걸고 나선 상황이다. 개헌 논의는 국회에서 국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함에도 청와대가 ‘가이드라인’을 줘서 국회를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를 ‘패싱’하고 청와대가 발의하는 개헌안에 대해 “높은 지지율로 지방선거에서 개헌을 밀어붙임으로써 지방권력마저 손쉽게 장악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문재인 개헌’”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초부터 본격 활동에 들어간 국회 헌정특위(헌법개정 및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첫 발걸음도 못 뗀 채 공전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개헌특위와 정개특위에서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논의에 속도를 내기 위해 두 특위를 합쳤지만 다시 지체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11일 당내 헌정특위 첫 회의에서 “기한을 정해 놓고 시간에 쫓겨 개헌안을 졸속으로 처리해선 안 된다”며 지방선거에서 동시에 개헌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한국당이 올해 안에는 반드시 개헌을 하겠다고 했으나, 당초 6월 개헌에서 지방선거 이후로 입장이 바뀐 데에는 ‘선거’라는 정치적 득실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최근 한 방송에 나와 “(한국당 측에 물어보니) ‘6월에 개헌을 부치면 투표율이 높아져서 한국당에 불리하다. 개헌과 지방선거를 분리해야 투표율이 낮아지니까 그나마 자기들이 어디 가서 해 볼 만하다’고 했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 표결에서 개헌안을 부결할 수 있는 의석을 확보한 한국당(118석)이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이상 6월 개헌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엄경영 데이터앤리서치 소장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야당 일각에서는 6월 개헌을 하려면 한국당을 움직이기 위한 요인을 민주당이 제시할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분권형 대통령제,
민주당 받아들일까


현재 개헌 논의에 관한 무게 추는 민주당은 지방분권과 기본권에, 한국당과 국민의당은 권력구조(정부 행태) 개편에 맞춰진 형국이다.

한국당이 개헌의 핵심 목적을 제왕적 대통령제를 막기 위한 권력구조 개편에 두고 있는 만큼 민주당이 기존 입장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한다면 한국당을 6월 개헌으로 이끌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 민주당은 4년 중임 대통령제, 한국당은 분권형 대통령제(이원집정부제·대통령이 외치, 의회가 선출한 총리는 내치)를 선호하는 입장이다.

헌정특위 간사인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은 통화에서 “제왕적 대통령제를 고치기 위해 개헌이 시작됐는데 그런 부분은 쏙 들어가 버리고 (정부 여당이) 4년 중임 대통령제로 하겠다고 하니까 한국당이 응하지 않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며 “6월에 하려고 하면 민주당이 좀 더 권력구조에 관해 솔직한 대승적 차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구체적으로 ‘민주당이 한 발 양보해 이원집정부제 방식을 취하면 6월 개헌으로 한국당을 끌어낼 수 있다는 뜻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 (장담은 못하지만) 그래도 6월에 하기 싫은 사람들을 그 안에 합의해서 하려면 끌어 낼 수 있는 요인과 명분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면 우리가 같이 설득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헌정특위 소속인 한 한국당 의원은 통화에서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며 “한 위원으로서 찬반을 묻는다면 저는 찬성”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안을 민주당에서 제시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아 보인다. 찬성 입장을 밝혔던 한국당 의원은 “논리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론 불가능하다”며 “현 정부가 (지금) 인기가 좋기 때문에 행정권을 놓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권력구조 개편에 관해 제왕적 대통령제가 문제가 아니라 제왕적 대통령이 문제라고 보는 시각이다. 지난달 개헌특위 집중토론에서 이재정 의원은 “‘제왕적 대통령제’란 용어는 특정 체제에 대한 선호가 느껴진다”며 “제왕적으로 권력을 행사한 대통령이 문제”라고 말했다. 같은 당 김경협 의원도 “헌법과 법률 위에 군림했던 대통령의 문제이지 대통령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라며 힘을 보탰다.

권력구조에 관한 민주당의 입장 선회 가능성에 대해 헌정특위 소속 박주민 의원은 통화에서 “추미애 대표가 밝혔듯 1월 말까지 당의 안을 확정한 뒤 2월에 야당과 협상할 예정”이라며 “아직 우리 안이 없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 그렇게) 넘겨 얘기하는 것은 소용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서는 여당이 만약 이원집정부제를 제시한다면 그 반대급부로 선거제도 개편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국당이 현행 소선거구제를 반대하고 있는 만큼 이원집정부제 카드를 놓고 협상을 벌일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개헌안이 2월까지 도출되지 않으면 정부에서 개헌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경우 극심한 정치적 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헌정특위 위원장인 한국당 김재경 의원은 16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직접 개헌안을 내게 되면 국회 특위는 ‘식물특위’가 된다”며 “개헌안의 주체는 반드시 국회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가 개헌안이 아닌 구체적 의견서를 제출하는 방식이 낫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를 통해 개헌 속도를 높이고 생산적인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상호 의원은 “(대통령이) 발의하면 정쟁이 되니까 토론의 장은 국회에서 열되, (대통령이) 의견서를 제출하면 그 안은 비중 있게 다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력구조’ 국민 여론·
자문위 의견도 엇갈려


향후 권력구조에 대한 논의는 분권형 이원집정부제와 4년 중임 대통령제 간 접점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표적 지표로 삼을 수 있는 두 가지 여론은 엇갈리는 상황이다. 국민 여론은 4년 중임 대통령제를 다수 선호하는 반면, 지난해 개헌특위 산하 자문위원회가 내놓은 의견은 이원집정부제를 선호하는 의견이 많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2~4일 전국 성인 1007명에게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4년 중임 대통령 중심제에 찬성한 비율은 46%, 이원집정부제는 25%, 국회 다수당이 행정부를 구성하는 의원 내각제는 15%로 조사됐다. 6월 동시 개헌 투표에 관한 조사는 65%가 찬성, 24%가 반대로 집계됐다. (자세한 사항은 갤럽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지난해 1년 동안 개헌특위 자문위 소속 53명의 위원들은 2월2일 1차 전체회의를 시작으로 12월까지 10차례의 전체회의와 13차례의 소위원회 회의, 113차례의 분과별 회의를 포함, 총 136차례의 회의를 개최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 가운데 정부형태 분과소위 위원(10명)들 중 6명은 이원집정부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대통령중심제 경우 권력집중의 폐해가 반복될 우려가 있어 제도적인 분권 보장 필요 ▲협력정치와 책임정치 구현에 적합한 정부형태 도입 필요 등 근거를 제시했다.

반면 2명의 자문위원은 대통령 4년 중임제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권력집중 및 책임정치 부재 문제는 현행 대통령중심제 하에서도 중임제 등 견제장치 마련 및 권한 분산으로 해결 가능 ▲정치현실 등을 고려할 때 새로운 정부형태도입은 성공여부가 미지수이므로 제도적 안정성 측면 고려 필요 등을 논거로 댔다. 2명은 기타 의견을 냈다.

한편 10명 자문위원 모두는 정부형태와 무관하게 ▲국정조사권 강화 등 야당의 정부에 대한 통제권을 통해 권력집중의 문제점 해소 ▲헌법상(또는 법률상) 독립기관을 확대하여 행정권의 분권 강화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권녕찬 기자  kwoness7738@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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