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를 통해 노벨 평화상 수상을 노렸다는 사실이 일요서울 취재 결과 드러났다.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는 우리나라가 처음 주도해 만든 국제 공식기구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8월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발전 패러다임으로 설정하고 2010년 6월에 이 비전을 국내외적으로 실현하는 데 기여할 GGGI를 비영리재단으로 설립했다.
 
GGGI는 개발도상국의 녹색성장 실현을 위한 전략 수립 등을 지원하는 ‘싱크탱크’다. GGGI가 국제기구로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이 전 대통령이 2009년 12월 코펜하겐 제15차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에서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 설립 계획을 발표하고 이듬해 공식 창립을 선포하면서다.
 
국제기구로의 정식 전환은 2012년 10월 이뤄졌다. 현재 기구에는 호주, 덴마크, 캄보디아, 영국, 에티오피아, 아랍에미리트(UAE), 가이아나, 키리바시, 노르웨이, 인도네시아, 멕시코 등 28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일요서울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GGGI 이사회 이사장 도전 여부를 취재 하던 중 이명박 정부가 당시 이 국제기구를 통해 노벨평화상 수상을 계획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난 19일 일요서울과 전화통화를 한 전직 외교부 출신의 고위관료 A씨는 GGGI에 대해 말하는 도중 “이명박 대통령이 녹색성장으로 노벨평화상을 타려고 했었다”며 재단이 만들어진 배경을 설명했다.
 
사실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A씨는 “대통령이 되면 꿈이 노벨평화상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마찬가지다”라며 “역대 대통령들은 그런 큰 상을 받으려고 했다. 모든 나라 대통령이 다 그렇다”고 말했다.
 
A씨는 과거 정권에서 외교부, 청와대 등에서 근무했을 만큼 정부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런 만큼 그의 발언은 신빙성이 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을 방문한 적이 있다. 지난 2012년 9월 11일(현지시간) 이 전 대통령은 오슬로 대학을 방문한 자리에서 ‘평화와 번영’을 핵심 키워드로 특별 연설을 가졌다.
 
이 전 대통령은 노르웨이 방문에 앞서 그린란드의 북극 빙하지역을 시찰하면서 기후변화에 따른 녹색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행보를 보였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환경보호와 개발을 병행하는 역발상의 전략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자는 전략을 구사하며 4대강 사업을 녹색성장의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눈길을 끄는 점은 이 전 대통령이 연설을 했던 장소가 노르웨이 오슬로라는 점이다. 노벨상은 총 5개 분야인데 유일하게 노벨 평화상만 스웨덴이 아닌 오슬로에서 모든 절차가 진행된다. 이 전 대통령이 오슬로를 연설 장소로 선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하지만 정작 노벨평화상 수상을 노렸던 MB 정부가 지난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취소해달라고 청원하려는 계획을 세운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전담수사팀이 국정원 심리전단 한 직원과 보수단체 한 간부 사이에 주고 받은 메일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김 전 대통령 서거 뒤 노벨평화상 취소를 위해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에 청원서를 보내는 방안을 의논한 사실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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