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새정치가 ‘미아(迷兒)’ 신세다.
6년 전 ‘제3의 정치세력’ 추진의 뜻을 펼치며 진창의 국내 정치판에 뛰어들었을 때만 해도 안 대표는 신선한 충격 그 자체였다. 국민들은 “지역주의에 기반한 적대적 정당구조, 승자독식의 양당구조, 다양한 계층과 세대의 이해, 민의를 수렴하지 못하는 구태정치를 청산하겠다”는 그의 말에 열광했다. ‘안철수 신드롬’까지 생겼을 정도로 그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그러나 이후 그의 새정치는 점점 모호해졌다. 구체성은 결여되고 모호한 이념만이 잔상(殘像)으로 남을 뿐이었다. 중대한 정치적 결단을 할 때에는 거푸 ‘철수’해버리는 나약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국민들은 그런 안 대표의 정치적 행보에 크게 실망했으나 새정치에 대한 미련을 거두지 못했다. 그가 국민의당을 만들어 20대 총선에 나오자 3당 체제라는 선물을 안겨주었고 조기대선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실패했다. 중요한 대목마다 어정쩡하고 수세적인 모습이 반복된 데다 대선 과정에서는 새정치하고는 거리가 먼 네거티브 선거 전략을 펴다 자충수를 두는 우(愚)를 범했다. 
이쯤 되면 그는 대선 후 정치권에서 멀어질 줄 알았다. 그가 국민들에게 보여줄 새정치는 더 이상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국민의당을 지금 구하지 않으면 소멸될 것이라는 명분을 붙이며 다시 당권을 거머쥐었다. 
문제는 그 후부터였다. 당의 사정은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악화됐다. 안 대표 특유의 뜬구름 잡는 듯한 발언이 계속되고 뜬금없이 들고 나온 ‘극중주의’는 당내 분란만 가중시켰다. 대선 때 외쳤던 ‘자강론’은 어느새 자취를 감춰버렸다. 
최근의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지기반인 호남에서마저 정의당에까지 뒤지는 것으로 나와 충격을 줬다. 대표가 되면 지지율이 올라갈 것이라는 안 대표의 호언장담이 무색해진 것이다. 자신의 측근인 박주원 최고위원의 김대중 전 대통령 비자금 제보 의혹까지 터져 나오고 명분 없는 정치 공학적 통합 문제로 당이 쪼개질 위기에 몰려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새정치(?)가 분명한 원칙 없이 ‘양다리정치’를 하며 단순 거수기 노릇만 하다가 ‘이중대’ 라는 굴욕적인 비난을 듣고 있는 지경에 백약이 무효인 듯하다. 
특히 내년 예산안 논의 과정에서 보여준 그의 표리부동은 새정치와는 완전히 거리가 먼 구태였다. 국민 혈세를 볼모로 이루어진 추악한 뒷거래의 면모를 유감없이 나타내 국민을 아연실색케 했다.
돌이켜보면 국민들은 안 대표의 교언영색(巧言令色)에 몇 번이나 속았다는 생각을 안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의 새정치는 사실상 독단과 야합, 그리고 분열 조장의 전형인 구태정치에 가면만 덮어씌운 정치 해악이었다는 평가가 결코 가혹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지금쯤 안 대표 스스로가 기존의 정치 질서를 깨뜨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절감하고 있을 법도 하다. 그래서일까. 그는 지금 ‘새정치’의 어려운 길을 외면한 채 ‘구태정치’라는 쉬운 길로 회군(回軍)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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