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權 전 시장 낙마·여론 1위 후보 불출마’ 무주공산 대전, 누구 손에?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6·13 지방선거가 다섯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전 지역 선거 분위기가 한층 고조되고 있다. 최근 대전시장 후보군으로 꼽힌 여야 인사들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권선택 전 시장 낙마로 무주공산이 된 선거판이 요동치는 형국이다.
 
특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박범계(대전 서구을·재선) 의원이 불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나머지 여당 후보군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한편, 일각에선 ‘추대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유력 후보 불출마로 당선 가능성이 커진 자유한국당 내에서는 당내 공천 경쟁이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與 4선 이상민·허태정 구청장 ‘유력’, 광폭 행보 시동…‘박병석 추대론’도
野 박성효 전 시장·재선 정용기 재격돌 ‘주목’…통합신당 위력 발휘할까

 
그간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려온 박범계 의원은 고심 끝에 지난 11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 적폐청산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국회에 남아 적폐 청산을 위한 제도와 시스템 개선에 집중하겠다”며 출마 뜻을 접었다. 앞서 지난 9일에는 한국당 유력 후보 중 한 명이었던 이장우(대전 동구·재선) 의원도 “동구 주민들이 선택해 준 국회의원직에 충실하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유력 주자들의 잇딴 불출마로 대전 지역 선거판이 요동치는 모양새다. 우선 민주당 내 후보군으로 꼽히는 이상민(대전 유성구을·4선) 의원과 허태정(재선) 유성구청장은 박 의원의 불출마 선언 이후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하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왼), 허태정 대전 유성구청장 <뉴시스>
   여, 물밑 경쟁 심화
‘추대론’에 박 “NO”

 
대전 출신인 이상민 의원은 충남대 법학과를 나와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여의도에 입성했다. 이후 18, 19대 대전 유성 지역구에서 내리 3선을 지냈으며, 2016년 20대 총선에서 선거구가 분리된 유성구 을로 다시 출마, 4선 도전에 성공했다. 19대에서 법제사법위원장을 역임한 그는 현재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해엔 헌법개정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어릴 적 소아마비를 앓아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그는 최근 지역의 민원 현장이나 행사에 빠짐없이 모습을 드러내며 출마 의지를 불태우는 모습이다. 이 의원은 박범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11일 대전에서 열린 ‘2018 장애계 신년인사회’를 비롯해 유성구재향군인회 정기총회, 시민네트워크 모임 신년회, 지역 보육시설의 발표회 등을 돌며 빡빡한 일정을 소화, 민심 다지기 행보를 보였다. SNS를 통해서도 지역 활동을 적극 홍보하며 시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이 의원에 맞서는 허태정 유성구청장은 충남 예산에서 태어나 충남대 철학과, 고려대 정책대학원 석사를 거쳤다. 노무현 정부 시절 정무수석실·인사수석실 행정관을 지냈으며, 과학부총리 정책보좌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11대 유성구청장에 당선된 그는 2014년 재선에 도전해 성공했다. 올해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최근 3선 불출마를 선언, 대전시장 출마가 유력한 상황이다. 허 청장도 박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11일 예정에 없는 일정을 소화하는 등 출마를 염두에 두고 광폭 행보를 보였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에선 이미 불출마를 선언한 박병석 의원(대전 서구갑·5선)을 추대하자는 ‘박병석 추대론’도 나와 선거 열기를 달구고 있다. 전 대전시 정책특보를 지낸 정국교 민주당 청년기업인육성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6일 “현재 대전시장 선거와 관련한 제반 환경과 분위기를 볼 때 민주당이 대전시장 선거에 승리할 것이냐에 대한 확신을 갖기 어렵다”며 ‘필승카드’로 박 의원 추대론을 제기했다.

하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이 의원은 17일 이와 관련한 일요서울의 질문에 “저는 국회에서 길을 찾습니다”라며 출마 뜻이 없음을 밝혔다.

 
박성효 전 대전시장(왼), 자유한국당 정용기 의원 <뉴시스>
  박성효·정용기 2파전
선거 분위기 고조

 
한국당은 껄끄러운 상대였던 박범계 의원의 불출마로 당내 후보들 간 한층 치열한 공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9일 이장우 의원도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현재 박성효 전 시장과 정용기(대전 대덕구·재선) 의원, 육동일 충남대 교수, 박태우 한국외대 초빙교수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정치권에선 박 전 시장과 정 의원 간의 2파전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전 출신인 박 전 시장은 성균관대 행정학 학사, 대전대 사회복지대학원 석사, 동 대학원 행정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1979년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이후 대전 서구 구청장, 대전 정무부시장을 거쳐 2006년 민선 4기 제11대 대전시장에 당선됐다. 

그 후 정치권에 본격 발을 들여 2010년 한나라당 최고위원, 2012년 19대 총선에 출마해 여의도에 입성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의원직을 내놓고 시장에 도전했으나 석패한 박 전 의원은 올해 지방선거 출마가 유력해 보인다.
 
다른 후보인 충북 옥천 출신 정 의원은 1981년 경찰대 1기 출신이다. 그는 초대 학생회장에 선출됐으나 학내 독서클럽에서 운동권 서적을 읽었다는 이유로 퇴교처분을 받은 바 있다. 20년이 흐른 뒤에야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명예를 되찾았다. 정 의원은 당시 군생활을 마친 뒤 1988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에 학위를 받았고, 졸업 직후 1992년 민주자유당 공채1기로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2002년 16대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상근보좌역을 맡은 그는 2006년과 2010년 대전 대덕구청장에 잇따라 당선됐다. 정 의원은 2014년 의원직을 던지고 시장에 출마한 박 전 시장과 경선에서 맞붙어 패배한 뒤 같은 해 7월 재보궐선거로 금배지를 달았다. 그가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해 두 사람 간 재격돌이 펼쳐질지 관심이 쏠린다.
 
다른 당 상황을 보면 국민의당 내에선 한현택(재선) 현 동구청장과 김세환 서구갑 지역위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고, 바른정당의 경우 남충희 대전시당위원장의 출마가 예상된다. 

지난 18일 두 당의 대표가 통합을 공식 선언함에 따라 통합 절차가 완료된 뒤 후보 정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 내에선 김윤기 대전시당위원장과 한창민 중앙당 대변인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한편, 현재 민주당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보이는 만큼 대전시장 선거에서도 여권이 유리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민주당 소속이었던 권선택 전 시장이 불법정치자금 혐의로 지난해 말 시장직을 상실함에 따라 ‘민주당 책임론’이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대전 지역에서는 여당 후보가 시장에 당선된 사례가 한 번도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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