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미-중 무역 충돌 가능성 매우 높아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갈수록 두드러져
미국 공세에 중국이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

[일요서울 | 곽상순 언론인]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임박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16일(현지시간, 이하 같음) 보도했다. WSJ는 세계 시장이 미-중 충돌에 준비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양국 간 무역전쟁은 2018년의 주요한 방해물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8일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난해 최소 3500억 달러(약 374조 원)의 대중 무역적자를 기록했다"며 조처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무역전쟁이 실제로 일어날 경우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취할 수 있는 조처는 무역장벽을 높이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중국산 세탁기, 태양광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량을 제한해야 한다며 미국 기업들이 제소한 것에 대해 1월말까지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미국 기업들은 또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도 요청하고 있다. 미 상무부는 중국산 알루미늄과 철강 수입 증가 등에 대해 별도의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WSJ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벌어진다면 그 양상은 1980년대 미일 무역전쟁과는 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윌버 로스 장관이 이끄는 미국 상무부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를 권고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신속하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로스 장관은 1990년대 트럼프 대통령이 운영하던 카지노의 파산을 막는 데 기여하는 등 트럼프와 25년 이상 알고 지낸 트럼프의 최측근이다. 중국의 “철강 덤핑”, 또는 경쟁 방해를 위해 비용을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는 관행은 트럼프 무역정책의 핵심 관심사다. 미국이 덤핑으로 판단하는 중국의 대미(對美) 철강수출이 계속되면 미국의 철강 생산업체들은 경쟁력 상실로 심각한 압박을 받거나 심지어 문을 닫을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사태는 미국 국가안보 사안으로 간주된다. 대중(對中) 강경파인 로스 장관이 지휘하는 상무부가 철강·알루미늄 수입 금지를 위해 ‘무역확대법(Trade Expansion Act)’ 232조 발동을 대통령에게 건의하거나 최소한 이들 두 품목에 대해 매우 무거운 관세를 매길 가능성이 크다. 232조를 발동하는 데에는 야당인 민주당도 이견이 없으리라는 것이 월스트리트 경제 분석가들의 예측이다. 분석가들에 따르면 미국 알루미늄·철강 산업을 보호하는 데에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견해가 일치한다. 민주당은 노동자 관점에서, 공화당은 자본가 관점에서 그렇다. 그러므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 사안에 삼각형으로 접근해 실제로 초당적인 어떤 행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대중(對中) 무역을 뿌리째 흔드는 232조를 사용하는 것은 주식시장에 낙진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해외에 사업 근거를 많이 가진 미국 대기업들, 이를테면 캐터필러,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 제너럴모터스, 제너럴 일렉트릭 같은 회사들의 주식이 대거 매도되리라는 것이 분석가들의 판단이다.

북한 핵문제 해결을 둘러싸고 중국 측의 협조를 얻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중국에 대한 무역 관련 압력 행사를 미뤄 왔다. 그런데 알루미늄·철강 관련 상무부 결정이 임박하면서 미국 언론에서는 ‘미·중 무역전쟁’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미국의 격주간 경제·경영 전문지 ‘포천’은 지난 4일 중국 알리바바그룹 마윈 회장의 1년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면서 알리바바의 금융 계열사 앤트파이낸셜(Ant Financial)이 12억 달러를 지불하고 미국 송금 서비스 업체 머니그램을 인수하려는 계획을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IFIUS)가 불허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 기업의 영업 노하우 등 주요 내용 유출을 우려한 결정이라는 것이 CIFUIS의 설명이다. 앤트파이낸셜은 한국, 일본 등 아시아의 금융기업을 비롯해 머니그램 인수를 통한 해외진출 노력을 본격화해 왔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외국인 투자가 미국의 ‘국익’에 미치는 영향을 심의하도록 창설된 CIFIUS가 머니그램 같은 금융서비스 회사를 국익과 관련지어 심의했다는 사실이다. CIFIUS 심의는 전통적으로 국방기술과 주요 기반시설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앤트파이낸셜의 미국 기업 인수 시도와 관련한 CIFIUS의 결정은 CIFIUS의 초점이 확대됐음을 의미한다. CIFIUS는 또 트럼프 대통령 밑에서 백악관 홍보국장을 지낸 금융기업가 앤서니 스카라무치가 글로벌 투자업체 스카이브리지 캐피털을 중국 HNA 그룹에 매각하는 것에도 제동을 걸었다. 스카이브리지 캐피털 역시 국방 기술이나 주요 기반시설과 무관하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회사 매킨지에서 오랫동안 중국 관련 업무에 종사한 이 회사의 명예이사 고든 오어는 최근 언론 기고문에서 “많은 중국인 투자자들은 이제 그들이 대미(對美) 투자를 위한 승인을 얻을 수 없다고 여기며 따라서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CIFIUS의 이런 행동을 중국시장을 개방시키기 위한 미국의 협상 전술로 보기도 하지만, 그것은 사실 보호주의로의 위험한 전환이라고 오어는 지적한다. 앤트파이낸셜을 설립한 알리바바그룹의 알리페이는 금융서비스 부문의 첨단 혁신기업이다. 알리페이가 만든 앤트파이낸셜의 미국 시장 진입을 봉쇄하는 것은 미국 내에서의 혁신을 둔화시킬 뿐이라는 것이다. 오어에 따르면, 미국이 이처럼 장벽을 세우는 바람에 중국 기술기업들은 미국을 건너뛰어 이스라엘, 스칸디나비아, 영국 등지에 투자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의 국익에 배치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없던 일로 만들어버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개방적인 무역협정들로 중국을 포위해 궁극적으로 중국이 TPP를 따라오도록 압력을 가하기 위해 고안된 제도적 장치였다. 그런데 TPP가 소멸하고 미국이 무역장벽을 쌓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미국을 제외한 사실상 세계 거의 모든 나라와 더 긴밀한 경제관계를 추구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세계최대의 정치적 위험 컨설팅업체인 유라시아그룹의 사장 겸 설립자 이안 브레머는 지난 5일 ‘2018년 10대 위험 예측’을 발표했다. 그 중 1번은 ‘중국은 공백을 사랑한다’이다. 브레머는 “워싱턴에서의 정책 지리멸렬과 기능장애의 순간, 중국 정부는 그 나라의 외부 환경을 재(再)정의했으며, 내부에서 새 규칙을 정했고,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글로벌 무역·투자 전략을 개발했으며, 중국 기술 기업들을 사용해 국익을 증진시켰다”면서 2018년, 특히 무역에서 미-중 충돌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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